11월 나무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변해가네

11월 나무는 이렇구나. 찬 바람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니 그간 버텨왔던 잎들이 모두 나무와 이별을 한다. 찬 겨울을 대비해서 나무가 스스로 잎들을 떨어뜨린다고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악역은 바람역할이다. 배경이 되는 11월 하늘은 높고 푸르다.

11월 나무


근처 인천공항으로 발령 난 공무원 친구보러 공항에 다녀 왔다. 해외 나가지 않으면서 공항에 다녀온 건 처음이다..ㅋ 4층에 있는 식당에서 가볍게 점심하고 커피 한 잔 놓고 한껏 수다떨다 왔다.

인천공항 조형물


공항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들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오가는데 목적지가 있어서 그런지 발걸음은 경쾌하다. 무겁고 경쾌하고 묘한 리듬감과 대비를 느꼈다. 가끔 점심 같이 먹자는데 공항까지 왔다 갔다 하려면..ㅋㅋ 예전 영종도에 괜찮은 곳 많았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새로운 곳들도 많이 생겼을텐데 검색하는 것도 성가시다. 이 정도 나이먹었으면 뭔가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야 될 나인데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나는 그대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공식은 똑같다. 종잣돈 x (1 + 수익률)^기간 이다. 정말 심플한 공식이지만 처음 의미있는 종잣돈을 모으기까지가 정말 어렵다. 3루부터 시작해서 주위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홈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종잣돈 모으는 1루까지 살아나가는 것만해도 벅찬 일이다. 대부분 아웃된다. 종잣돈을 모으면서 동시에 두 번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말 많은 공부와 실패 경험을 해야 한다. 두 번째 시련이다. 여기서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낙오된다. 1루에 진루한 대부분이 2루까지 살아가지도 못하고 아웃된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일이 아직 남았다. 마지막 “기간”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가. 사람마음이 급등하면 팔고 싶고 급락하면 또 팔고 싶어진다. 미스터 마켓이 거의 매일 찾아와 가격을 제시하며 팔거나 사길 종용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 세 번째 장기 투자다. 버핏의 가장 큰 장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복리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를 통해 복리 기계를 찾아 낼 줄도 알아야 하지만 장기간 복리가 작동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은 조급하게 부자가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요소 중 하나는 시장의 등락을 덤덤히 견뎌내는 것이다.

버핏 주식보유 기간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투자자는 극소수라는 현실을 인식하세요… 단기 투기가 아닌 장기 투자에 집중하세요. 주식 가격의 순간적 정확성보다는 기업의 내재 가치의 영원한 모호성에 집중하세요.”
– 존 보글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한다. 주식 가격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속에서 안 볼 자신이 있는가, 평상심을 유지한 채 그대로 있을 수 있는가. 전쟁 한복판에서도 평상 시 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세찬 바람이 부는데도 끝까지 버틴 나뭇잎처럼 살아 남을 수 있는가.

엊그제 뉴스를 보니 ISA 는 나라에서 혜택을 많이 주는 제도지만 가입하는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나면 주저한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3년 의무 가입때문이란다. 아무리 많은 혜택을 주더라도 3년 투자하기도 주저하는 세상인데 하물며 장기 투자라니..

친구의 머리도 어느 새 희끗희끗해졌다. 친구는 덕담으로 나보고 안본 새 젊어졌다고 했지만 나도 그럴거다. 모두 변해간다.


트럼프 당선보다 더 놀란 일

트럼프 당선과 함께 MAGA 재림, 8년 전과 똑같은 헤드라인..미국 증시는 시원하게 상승해 주시고 트럼프에 올인(?)한 테슬라는 14.75% 급등한 $288.53로 마감했다. 이번 대선을 지켜 보면서 진심 일론 머스크는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

미국 증시 상승


“21%의 법인세율은 최소한 동일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료되는 세금 중 하나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15%로 인하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식 시장의 강력한 랠리의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으며, 특히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이 법인세율이 인하되면 즉시 감소할 수 있는 대규모 이연세무부채가 있는 회사에 특히 이롭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소식에 채권 수익률이 급등했고, 10년 국채 수익률은 11월 6일 수요일 정오 현재 15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해 4.44%1에 달했습니다. 이는 채권 시장이 트럼프의 2기 임기 동안 재정 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신호입니다. 연방준비제도가 화폐화한 적자 지출과 이러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 관세 인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12년 전 저 책을 읽었었다. 트럼프 당선은 무엇보다 민주당의 지난 4년간 경제적 실패에 대한 판결이었고, 사회 및 외교 정책 문제는 대부분 유권자의 마음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주로 코로나로 인한 공급부족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바이든 시절 인플레이션2이 너무 높았다. 한편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해 온 일부 독점 금지 정책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 여기에는 알파벳의 분할 시도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제프 베조스나 페이팔 마피아를 포함 테크업계가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

미국 10년 인플레이션


우리나라 언론 헤드라인을 아주 살짝만 봤는데 역시 관세로 인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로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다수

비관적인 헤드라인


분위기 파악하려고 아침에 미국 야후 주식에 들어가서 몇 개 조회하려고 했더니 이모양이다..ㅋ

야휴 주식 수리중


이제 또 트럼프의 트윗(이제는 자기 소유인 Truth Social에 올릴지도…방금확인한 DJT시가총액 7.8B)을 지켜봐야 하는 트럼프 2.0 시대인가 생각했었는데…

승리한 트럼프


진짜 깜짝 놀랐다. 이 속도가 정말 가능한 일인가.

트럼프 2.0 시대

벌써 트럼프 당선 관련 신간이 나왔다. 이 정도면 미리 써뒀을텐데 해리스가 당선됐으면 어쩔려고..ㅋ 해리스 1.0도 준비했었을수도… 박종훈 기자님3 정말 대단하심. 또 반성했다. 진짜 부지런하시고 대단들 하심.

“왜 우리는 트럼프의 인기를 몰랐을까요? 미국의 구미디어인 레거시 언론들이 연일 해리스에게 유리한 기사만 내놓으며 대세론을 펼치다 보니 미국 중산층 백인들은 트럼프 지지 여부를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나 이제 미디어 환경이 뉴미디어로 넘어가면서 TV나 신문 같은 구미디어는 거의 영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어차피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구미디어를 외면하고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의 집중 공격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세가 꺾이지 않았던 것이죠.”
– 박종훈

트럼프 당선 관련해서 향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런 저런 소음들이 당분간 언론에서 계속 들리겠지만 그냥 버핏이 한 말만 염두에 두고 있으면 된다. 굳이 알 수 없는 것을 알려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투자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 중요하고 알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중요하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잊어버리면 됩니다.”
– 워런 버핏

추가) 오늘(11/8) 또 새 책이 나왔다 ㅎㄷㄷ

트럼프 2.0

  1. 낮은 법인세는 주가에 좋겠지만 높은 이자율은 부채를 사용하는 기업의 자본 비용을 높이고 채권이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옴에 따라 주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더 높은 관세는 잠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지만, 많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소비자 지출을 억제할 수도 있어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
  2. 정부의 인플레이션 계산기 에 따르면 2021년 1월의 100달러 돈은 2024년 9월의 120달러 돈과 같은 구매력을 가졌다. 하지만 그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서 비롯되었고, 이에 대한 초기 대응은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조정했다. 바이든도 해리스가 아니었다. 트럼프는 CARES 법안을 옹호했는데, 그 법안은 무엇보다도 미국인의 손에 경기 부양 수표를 쥐어주었다. 당시에는 필요한 조치였을지 몰라도, 인플레이션을 직접적으로 부추겼으며 누적됐다. 하지만 모두 트럼프 시절을 그리워한다..ㅎ ↩︎
  3. 오늘 올라온 유튜브 보니 주류 언론사의 여론조사 항목을 하나 하나 분석하면서 하우스 이펙트를 제거해서 단 한번도 트럼프가 진 적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책을 쓰고 인쇄까지 미리 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시다. 벌써 1쇄 품절되고 추가 인쇄 들어갔다고. ㅎㄷㄷ ↩︎

버리기 위해서 기록한다

수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문제라는 걸 보는 것

지나보니 블로그에서 재미도 없는 내재가치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다. 아무도 관심없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하지 않는 이런 키워드 글을 왜 쓰고 있을까. 투자에서 가치 평가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론들에 대해서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기업 분석의 끝은 결국 밸류에이션이다. 그리고 학부시절 배웠던 교수님 말씀대로 배웠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고 나서 또 버릴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버리기 위해서 기록한다.

“나는 10,000가지의 발차기를 한 번 연습한 사람이 두렵지 않고, 한 가지의 발차기를 10,000번 연습한 사람이 두렵다”
– 이소룡

시중에 나와 있는 밸류에이션 방법을 배우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소룡이 말한 한 가지의 발차기(배운 밸류에이션 방법)를 10,000번 연습(여러 산업의 기업을 직접 분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필립 피셔가 말한대로다. “I think a weakness of many people’s approach to investment is that they try to be jacks of all trades and masters of none.”

“다양한 종류의 투자자 정보가 있습니다. 나는 아이비리그 교육을 받은 사람 밑에서 일했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현금 흐름 할인 모델(DCF)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셀이 서로 다른 입력에 의해 어떻게 연결되거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이 사람은 투자 성공에 중요한 교과서적인 금융 지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프레드시트와 수학만으로는 투자자로서 성공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한 호황에서 불황까지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금융 시장 역사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함께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방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고 시장 역사에 관한 모든 책을 읽었더라도 하락시에도 반드시 전략을 고수하는 데 필요한 감성 지능(EQ)이 없다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질은 IQ보다 더 중요하지만 배우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해보면 밸류에이션은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나폴레옹이 말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미쳐갈 때 평범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결정은 스프레드시트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프레드시트에서 숫자를 더하기만 하면 합리적인 답이 나옵니다. 정량화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렵고 원래 목표에서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간적 요소가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술은 수학이나 계산과는 관련이 없다. 최고의 독창적인 현금흐름 할인모델을 만들었다고 해도 잠재 고객들로부터 자산을 모으거나 돈을 버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스프레드시트는 소프트스킬만큼 중요하지 않다. 워런 버핏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영업기술이라고 말했다.

버핏과 멍거

버핏은 사업을 평가할 때도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이나 희망이 섞인 숫자 같은 마케팅 속임수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중시한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버크셔에 대한 정보는 PPT가 아닌 사업보고서에 모두 들어있다고 했다. 어디 금융만 그런가. 블로그 세계도 마찬가지다. 영업하지 않는 블로그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AI가 대답하는 것처럼 뻔한 정보들만 짜깁기 해도 포장 잘하고(이것도 쉽진 않다) 마케팅만 잘 하면 돈을 번다. 물론 나는 먼저 좋은 콘텐츠부터 만들어야..쿨럭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한 기간의 종료 시점에서 그 기업의 최종가치(청산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들, 즉 미래의 매출액, 이익률, 자본적 지출비용, 운전자본(외상매출금, 재고자산, 외상매입금) 등을 예측해야 한다. 그를 통해 일단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한 후 적절한 할인율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원해 적정주가를 찾고, 그것을 현재 가격과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진짜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파악하는 적정주가(해당 회사의 본질가치)는 사용되는 가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금흐름 할인법에 사용되는 가정들은 매우 많다. 결과적으로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적정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실용적이지 않다. 기껏해야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주식의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는 것뿐이다.

현금흐름 할인법은 ‘대략 맞는’ 분석법이므로 그런 용도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금흐름 할인법의 마지막 단계는 가능한 주가 범위를 찾기 위해 분석에 사용되는 가정들을 바꾸는 것이다. 주가 범위도 정확한 수치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결과가 ‘대략’ 맞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현금흐름 할인법은 대부분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다. 과거의 정보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과거와 미래 사이에 분석이 들어간다…현금흐름 할인법은 한 주식의 주가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 수준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 비탈리 카스넬슨, 적극적 가치투자

마이클 모부신도 “예측투자”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고, 적어도 두 사람은 내가 인정한 버크셔 멤버들처럼 PER의 내포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다 그레이엄이 먼저 나무를 심은 덕분이다. 오늘도 버려둔 인질 하나 구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