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를 되돌아 본다

이번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의 “저는 앞으로 50~60년 동안 일본 무역회사의 주식을 계속 보유할 계획입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다. 버핏은 예전에도 일본 종합상사에 대해서 “앞으로 100년 동안, 아니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고 말했었다. 과거 글을 뒤져보니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를 보고 쓴 글이 있었다.

다음은 5년 전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를 보고 적어 놓은 글이다. 그때도 난 일본 5대 상사 투자는 단순히 버핏의 가치투자 2.0으로 봐선 안된다고 봤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

“특히 이번 일본에 대한 투자는 2004년 버핏이 지인의 권유를 받고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사례가 떠오른다. 4시간정도 상장주식 책자를 훑어 보고 저PER, 저PBR, 고ROE 회사 20개를 골라 골고루 총 1억 달러를 투자한 벤 그레이엄에게 배운 방법 그대로다. 기업의 세부적인 내용은 건너 뛰고 그저 저평가된 기업을 골고루 싸게 매수하는 방법이다. 단일 기업을 매수하지 않고 일본의 종합상사 5개 기업을 골고루 매수하는 방법에서는 2004년 우리나라 투자와 비슷하지만 이번 일본 투자는 아무래도 초창기 버핏의 3가지 투자방법 중 두번째에 속하는 차익거래의 일종으로 보인다.

물론 표에서 보는 것처럼 2018년과 2019년 가치지표들을 보면 10이하 저PER, 1이하 저PBR, 10이상 고ROE를 보이지만 특히 주목할 점은 배당률이다. 2019년 기준으로 평균 4.56%. 이번 주식매수는 버크셔의 National Indemnity(보험업)가 했는데 배당수익(4%시 약 2억6천만불)에 대한 세금은 기존 소득에 대한 법인세에 비해 훨씬 낮은 14%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배당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최근 3개 회사는 자사주매입도 해서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고려 했을 것이다.

버크셔는 2019년 9월 약 4B 정도의 엔화 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올해 초에 2B 상당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해 총 6,255억 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버크셔가 발행한 장기 회사채 금리는 0.17%~1.1% 정도라고 한다. 1%이내의 돈(엔화)을 빌려 4%이상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저평가된 일본의 대표기업 5곳에 골고루 투자한 셈이다. 향후 달러가 하락하고 엔화의 가치가 유지된다고만 해도 환차익은 덤으로 얻는 것이다. 완벽한 차익거래 기회다. 현재 5%정도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향후 9.9%정도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전략 지도

이토추상사의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왜 가치투자 2.0이 아닌지 알 수 있다.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10×10 박스 안으로 들어가 있다. 미쓰비시도 살펴 보니 이토추와 거의 같은 위치에 있다.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도 많은 돈을 버는 것이 항상 더 낫습니다.”

“저는 손익계산서보다 재무상태표를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월가는 재무상태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저는 손익계산서를 보기 전에 8년 또는 10년 단위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봅니다. 재무상태표에는 숨기거나 조작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워런 버핏

5개 종합상사 현재 숫자들은 다음과 같다. 보다시피 ROIC 10%도 안되는 기업들을 가치투자 2.0으로 투자했을리가 없다..ㅎ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 배당률은 예전보다 낮아졌고(배당성향 33%) 버핏이 좋아하는 자사주매입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5대 종합상사 현재

버핏처럼 엔화로 저이자 대출이 불가능하고 세금을 줄일 수 없는 개미로선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로 봤지만 5년 평균 주가상승률 30%에 달하는 초대박투자(엔화 약세로 달러 환산시 CAGR -6.2% 고려해야지만 버핏처럼 장기투자시 무의미)였다. 특히 마루베니(8002.T) 상승이 눈부시다. 물론 여기엔 일본의 주주중시 정책 드라이브와 특히 버핏의 후광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익 증가와 자사주매입/소각과 함께 PER자체가 리레이팅(평균6.8 -> 9.5)됐다.

일본 5대 종합상사 주가상승률

이토추 상사 투자 전략 지도 살펴본김에 10초 내재가치 계산도 자동으로.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장벽으로 국가간 무역을 주 비즈니스로 하는 종합상사들의 단기 전망은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물론 단기적으로.

이토추 상사 10초 내재가치 계산

“신속하게 행동할 준비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읽고 분석하는지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됩니다.”
– 그렉 아벨, 버크셔해서웨이 차기 CEO

주식 시세를 계속 확인하지 말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라

“주식 시세를 계속 확인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투자 기간이 짧아진다. 장기 투자자는 기업을 분석하고 향후 10년의 사업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모든 장기 분석을 부정하는 일일 주가 변동성에 집중하면 단타 매매자가 되고 만다. 매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치투자자가 좋은 단타 매매자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똑같지만 이것은 내가 아니라 비탈리 카스넬슨이 한 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접은 부분이다. 그의 뉴스레터를 오래전부터 구독해왔기에 대부분 눈에 익은 문장이다.

언젠가 적었지만 그 큰 돈을 투자하는 워런 버핏도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기업들의 주가를 매일 쳐다보지 않고 1~2주에 한번씩만 보며, 기업을 분석할 때도 기업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를 먼저 계산한 후에 가격을 나중에 계산한 가치와 비교해서 본다고 한다.

“우리는 활동에 대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에 대한 보수를 받는다. 얼마나 오래 기다릴지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무한정 기다릴 것이다.”

“오늘, 내일, 다음 주, 또는 내년에 그 주가가 어떻게 오르내리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5년 또는 10년 동안 기업이 어떻게 성과를 내느냐입니다. 차트나 숫자와는 관련이 없어요. 비즈니스와 경영진이 핵심입니다.”

– 워런 버핏

매일 매일의 주가가 아니라 결국 시간이 진실을 드러내는 법이다. Time reveals all things. 비슷한 말로 동양에는 “水落石出 물이 빠지면 돌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고 버핏은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안다고 했다.

어느새 내가 쓴 책이 세상에 나온지도 거의 5년이 되어간다. 5년이란 시간은 진실이 드러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책에서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했지만, 기업을 직접 고르지 못하는 투자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나 은행 예적금만 했던 사람들에게 즉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주식 투자 전략도 추천했었다.

투자 전략별 수익률 표

책을 읽다 생각난 김에 전략별 최근 5년 수익률을 간단히 계산해 봤다. 비용과 배당은 계산하지 않았으며 코스피를 제외한 나머지 전략들은 CAGR 계산시 환율효과(상단 기울림)도 포함해서 명목 수익률을 계산했다. 다만 나중에 추가한 듀얼모멘텀(GEM)은 누적수익률은 따로 계산하지 않았고 CAGR만 계산한 수치로 환율효과를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단 기울림을 더해 주면 같은 비교 값이 된다. 환율효과를 반영해서 다시 추가했다.

5년 수익률을 볼 때, 5년 전 이 시기에는 코로나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감안해서 봐야 한다. 시간이 진실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10년 수익률을 참고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도 있겠다. 인덱스처럼 생각했던 버크셔해서웨이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버크셔를 추천했던 5년 전에도 내게 버핏이 죽으면 어쩔거냐는 사람들이 많았다..ㅋ

“투자 기업을 고르지 않는 방법에 따로 추가하지는 않았지만, 다섯 번째 방법으로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투자를 강력 추천한다. 이유는 다음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워런 버핏처럼 투자할 수 없다면, 워런 버핏을 나를 위해 일하는 펀드매니저로 고용하면 된다. 버핏의 나이가 걱정이라면, 버크셔해서웨이에는 잘 훈련된 그의 후계자들이 있다.”
– 내가 책에서 한 말이다..^^

5년 전에 내가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주식투자자들이 좁은 우리나라 시장에만 시야를 두지 말고 넓은 미국 시장(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도 함께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제일 앞 부분에 우리나라 시장의 낮은 수익률을 직접 계산해서 보여줬었다. “2000년 이후 최근 20년 주가성장률을 보면 3.87%로 4%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0년 이후 최근 9년의 성장률을 보면 2.71%로 더욱 떨어졌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목표 수익률을 물어 보면 20~30% 이상을 이야기한다..”

5년이 지난 지금 최근 3년 수익률 CAGR -1.7%, 최근 10년 수익률 CAGR 1.5% 수익률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 마이너스다. 그럼 지금부터 미래 5년은 달라질까? 달라진다면 또 얼마나 달라질까?! 물론 미국 시장이 과거처럼 10%이상 수익을 계속 내준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버크셔해서웨이가 과거 60년의 성과를 미래에도 계속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시간만이 진실을 드러낼 뿐이다. 내가 책에서 강조했듯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비탈리 카스넬슨의 이번 책도 본인의 혹독했던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역시 그 부분을 강조하고 있었다.

“투자는 기복이 심한 비선형적인 일이다. 모든 투자자는 자신의 전략이 시장 상황과 완전히 어긋나는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시장은 급등하는데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급락하면 고통은 추악한 얼굴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치투자는 정반대 방식의 역 투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성장주 투자자는 사랑, 화합, 평화, 합의의 열차를 타고 미스터 마켓이 열광하는 회사를 매수하고 사랑에 대한 댓가를 지불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사랑은 값비싸고 적어도 성장주에 있어서는 영원하지도 않다.
반면 가치투자자는 증오의 영역에 살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주식을 매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국에 성장주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던 회사를 가치투자자들이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랑이 식으면 증오가 난무하는데, 아무도 증오에 대해 웃돈을 내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매우 저렴하다.
투자 스타일은 순환 주기를 거친다. 당신이 투자한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완전히 없어질 때가 있다. 당신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다. 당신은 스스로 계속 되뇐다. 단기적으로는 어떤 결정과 그 결과 사이에 연관성이 적거나 전혀 없다고. 이것이 투자의 기본 진리다. 머리로는 그렇게 믿지만 매일 출근하면 시장이 반복해서 말한다. 당신이 틀렸다. 당신이 틀렸다. 당신이 틀렸다.”
– 비탈리 카스넬슨

죽음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생은 설계할 수 있다

“나는 장기적으로는 우리 포트폴리오가 좋아질 것을 알았지만 ‘장기’는 언제나 ‘단기’보다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 에픽테토스, 스토아 철학자

추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책 말미에 실제 기업 분석 사례로 기업 분석 방법을 자세히 적어 놓은 바로 그 기업이다. 과거에 내가 읽었던 모든 주식관련 책에서 실제로 기업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없어서 내가 실제로 기업을 조사하고 투자 모임에서 발표한 내용 거의 그대로 책에 남겼었다. 누구는 뭐하러 개별 기업을 넣었냐 그러고 누구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그 부분이다. 5년 CAGR 54.8% !!! 정말 미친 수익률…이게 바로 인덱스가 아닌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기도. 물론 난 책에 적어 놓은 그대로..ㅋ

“투자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평균 수익률을 얻는 것은 정말 쉽습니다. 인덱스 펀드를 사기만 하면 됩니다. 평균 이상이 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평균 이상이 되고 싶다면, 평균 이상이 되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평균 이하가 될 위험에 노출시켜야 합니다.”
– 하워드 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