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종이 조각이 아닌 사업으로 본다는 것

주식 가격은 매일 오르락 내리락 변동한다. 투자자가 변동하는 주식 가격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하면 사업의 기본을 파악하기보다는 가격 맞히기 게임을 하게 된다. 주식을 이런 게임으로 받아들이면 가격이 올라갈지 내려갈지에 베팅하기 시작하며 하루나 일주일 이내 단기간 결과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단 하루라도 주식시장(정확히는 게임장)이 열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심리와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정신을 뺏겨 매일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와 정보의 홍수에 허우적대며 금쪽같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가격맞히기에 모두 쏟아 붓는다. 하지만 세상에 10분 뒤, 1시간 뒤, 하루 뒤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결국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알 수 없는 곳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우리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꽃에서 꽃으로 옮겨 다니면서 장기적인 투자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활발하게 거래하는 기관에 “투자자”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반복적으로 원나잇 스탠드에 참여하는 사람을 낭만주의자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고 믿습니다.”
– 워런 버핏

그래서 그레이엄과 버핏, 멍거는 무엇보다 먼저 주식을 사고파는 종이가 아닌 사업으로 보라고 했다. 주식투자에서 성공은 끊임없는 매매가 아닌 신중한 선택과 장기적인 인내에서 나오기때문에 심지어 분석전에 가격을 먼저 보지도 말라고 했다. 주식을 사업으로 본다면 마치 두 번째 집을 사는 것처럼 주식을 사야 한다. 투자로 집을 구매한다면 수입인 임대료와 비용인 세금이나 이자를 먼저 생각하고 무엇보다 집이 있는 동네의 미래를 이해해야 한다. 동네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를 당연히 생각해야 한다. 그런 판단이 끝나고 난 다음에 밸류에이션을 해보고 매수하는 가격과 비교해야 한다. 그때 가격을 보면 된다. 내 계산과 비교해서 현재 가격은 싼가 비싼가? 혹은 적당한가?

“대부분의 전문 투자자는 내년에 주식이 어떻게 될지에 집중하고, 온갖 난해한 방법을 동원해 접근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사업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치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진짜 시험은 내일 주식 시장이 열리는지 신경 쓰는지 여부입니다. 증권에 좋은 투자를 한다면, 5년 동안 주식 시장을 닫아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티커가 말해주는 건 가격뿐이고, 가끔 가격을 보고 가격이 터무니없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나는 주식이나 사업의 가치를 먼저 평가하고 가격도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가격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 가치 평가를 내릴 수 있고, 나중에 가격을 보고 내 가치와 크게 어긋나는지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 워런 버핏

주식 시장에는 이런 사업들 수 천개가 있고 그중에서 향후 5년, 10년, 20년 뒤에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내가 잘 아는 기업들만 찾으면 된다. 당장 내일 주가를 올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CEO가 있는 기업이 아니라 향후 5년, 10년에 걸쳐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 CEO가 있는 기업을 고르되 수없이 많은 현명한 결정을 계속 내려야 하는 사업이 아니라 한두 번만 현명한 결정을 하면 되는 사업, 그리고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경쟁자가 있는 것보다는 경쟁자가 없는 사업(독점같은)이 더 좋다. 그런 사업은 바보같은 CEO라도 경영할 수 있는 사업이다.

얼마 전에 주식은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비슷한 글을 이미 올린 적이 있었는데 다시 또 이런 글을 올리는 이유는 주식 투자의 기본은 바로 이 마인드라고 믿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이면서 많은 투자자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없는 마인드이기도 하다. 투자에서 이 마인드가 장착되어야 시장을 하인으로 부릴수도 있고 안전마진도 고려할 수 있고 인내심과 절제력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레이엄도 가장 현명한 투자는 사업처럼 하는 투자라고 했다. 케인스도 마찬가지.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투자에서 올바른 방법은 자신이 뭔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자신이 경영에 대해 철저히 믿는 기업에 상당히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커집니다. 자신이 잘 모르고 특별히 신뢰할 이유가 없는 기업에 너무 많은 것을 분산함으로써 자신의 위험을 제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 . 자신의 지식과 경험은 확실히 제한적이며, 개인적으로 전적인 신뢰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느끼는 기업은 주어진 시간에 두세 개 이상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 케인스

지금 훌륭한 지역에 위치한 두번째 집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했다고 당장 집을 팔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집을 팔고 그것보다 못한 지역에 있는 다른 집을 사진 않을 것이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성공은 끊임없는 매매가 아닌 신중한 선택과 장기적인 인내에서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 머리속에 집은 신중하게 구매하고 장기 보유를 하면서 주식은 당장 사고 팔려 한다.

“대중들은 집을 살 때, 냉장고를 살 때, 차를 살 때 조심합니다. 그들은 왕복 항공권에 단 100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노력할 것입니다. 그들은 버스에서 들은 엉뚱한 아이디어에 5,000달러 또는 10,000달러를 걸 것입니다. 그것은 도박입니다. 그건 투자가 아닙니다.”
– 피터 린치

블로깅과 투자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같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변주하는 걸 보니 나도 글을 좀 줄일 때가 된것 같다. 블로그에서 똑같은 글의 반복과 투자에서 잦은 매매는 같다..ㅋ

성장성과 수익성

2014년 10월 7일, 워런 버핏은 포춘의 행사에서 절친 캐럴 루미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 중에서 내게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내가 만든 투자 전략 지도의 두 축, 성장성과 수익성이다.

“캐럴 루미스 : 어쨌든 저는 여러분이 버핏의 기준으로 좋은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두 문단 정도 이야기하고, 그다음에 자동차 딜러십 사업(당시 버핏이 인수한 Van Tuyl Group)이 좋은 사업으로 보이는 이유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워런 버핏 : 좋은 비즈니스는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비즈니스입니다. A good business is the one that earns a high rate of return on tangible assets.

캐럴 루미스 : 정말 심플하네요.

워런 버핏 : 네, 아주 간단합니다. 최고의 비즈니스는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성장하는 비즈니스입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사업이라도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다면, 그리고 물론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익률로 인해 시작하기에 좋은 사업이지만,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 좋은 사업이 나쁜 투자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괜찮을 수 있습니다. 초창기에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부실 기업을 너무 싼 가격(bad business at a really cheap price)에 인수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약 20~30년이 걸렸습니다.”

투자 전략 지도 예

내가 만든 투자 전략 지도에서 성장성과 수익성, 둘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 살짝 고민한 적이 있었다. 지도에서 좌측 상단의 테슬라와 우측 하단의 2024로 표시된 점을 보면 테슬라처럼 성장성은 뛰어나지만 수익성은 아직 저조한 비즈니스와 2024로 표시된 점처럼 수익성은 뛰어나지만 성장성은 다소 저조한 비즈니스가 있고 투자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물론 이것은 다소 극단적인 예를 위해서 가져온 것이고 2024로 표시한 기업은 에너지 기업으로 단기간 이익이 급증한 탓에 저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 지속성 여부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 테슬라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수익성은 낮지만 향후 수익성이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그런 기대때문에 PER도 높다.

이 지도의 활용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어떤 궤적을 보이고 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지도를 통해 예측해 볼 수도 있다. 내가 내린 답은 투자 전략 지도의 두 축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난 주저없이 수익성(Total Return)이다. 버핏의 말대로 “최고의 비즈니스는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성장하는 비즈니스지만 성장하지 않는 사업이라도 유형 자산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다면 (비싸게 사지 않는 한)좋다” 일반적으로 성장성은 수익성을 훼손하지만 수익성은 적절한 자본 배분을 통해 성장성을 만들 수 있다.

애플 투자 전략 지도

물론 자주 예시로 든 애플처럼 아름다운 궤적을 보이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훌륭한 기업들도 있다. 그런 좋은 비즈니스를 좋은 가격에 찾으면(버핏은 2014년 작은 점을 봤다. 같은 위치의 테슬라와 비교하면 얼마나 작은가) 황금비가 내리니 양동이를 들고 뛰어 나가면 된다..^^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라는…말은 쉽다. 문제는 그런 좋은 비즈니스를 좋은 가격에 찾기 위해선 너무나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너무나 오래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하고 인내했음에도 나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살 수도 있고 좋은 기업을 나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멍거의 말처럼 나쁜 기업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나서 적당한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거나(가치 투자 1.0)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거나(가치 투자 2.0) 위대한 기업을 비싸보이는 가격에도 살 수 있어야 한다(가치 투자 3.0). 그리고 수익성(Total Return)은 그것을 구분하는 좋은 기준이다.

추가) 2024 테리스미스 주주총회 슬라이드에서 가져옴.

성장성과 수익성 매트릭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그동안 꽤 많은 구루들의 포트폴리오를 간단하게나마 정리했었는데 정작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지 않았었다. 워낙 많은 곳들에서 이미 정리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변방의 나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투자 전략 지도 개념은 없었기 때문에 그걸로 한번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역시 상위 10개 기업만(그래도 포트폴리오 80%를 넘는다) 본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던 애플을 많이 줄여서 이젠 26% 정도 수준까지 내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계속 줄여서 12% 수준이다. 섹터로 보면 여전히 금융이 1위고 애플로 인해 IT가 2위, 그리고 필수 소비재이며 OXY와 CVX로 에너지 비중도 높다.

버핏 포트폴리오 섹터

상위 10개 기업을 투자자들이 자주 보는 지표들로 변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가치) 투자자들은 저PER 저PBR 저PSR 고배당 주식을 좋아한다.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와 함께 가치 투자 2.0을 새롭게 연 투자자다. 고GPM 고ROIC 고ROE 저EV/FCF를 좋아한다. 적당한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사는 가치 투자 1.0에서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가치 투자 2.0으로 진화했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지표

영업이익률 평균이 24%에 가깝고 ROIC 역시 15%로 S&P500 평균인 10.5%보다 높다. ROE는 애플과 다비타(애플과 달리 부채비율이 엄청 높다)의 높은 수치때문에 평균이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높다. 마찬가지로 PBR도 자사주매입소각과 높은 무형자산으로 별 의미가 없다. PER 평균 24로 S&P500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과거 버핏의 성향을 볼 땐 높은 편이다. 특히 애플과 무디스의 PER가 높다. 애플 매도는 기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이 높고 포트폴리오에 한 종목 비중이 너무 커져서, 그리고 세금과 후계자에 대한 것들도 고려했을 것이다.

PBR ROE 차트

분석 보고서에서 흔히 보는 그림이다. 당연히 ROE가 크면 PBR도 높기 때문에 난 잘 안본다. 우리나라 코스피 PBR이 낮은 것도 ROE가 작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본 배분이 엉망이라는 소리다.

워런 버핏 투자 전략 지도

내가 좋아하는 투자 전략 지도를 펼쳐 보면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평균 성장률이 8%를 넘는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3% 내외이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예상이 대체로 2% 내외다. 앞서 살펴 본 가치 투자 1.0 세스 클라만 포트폴리오도 성장률은 높았다. 다만 수익률이 5%가 안됐는데 버핏 포트폴리오는 9%에 가까운 수익률이다. 현재 미국 국채 10년 수익률이 4.2% 임을 감안할 때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거의 2배 이상이다. 내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로 1분 만에 계산해 보니 10개 기업가운데 6개가 상승 여력이 있다. 특히 OXY CB DVA가 높았고 애플은 마이너스..ㅋ OXY CB는 블로그에서 이미 언급했었고 DVA는 신장 투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최근 5년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S&P500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명불허전^^

버핏 성과

(출처 : inves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