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앓고 나서 블로그를 지켜 보면서

감기 앓고 나서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고 두었는데도 곧잘 트래픽이 들어왔다. 그래서 통계를 보니 인기있는 글 중 하나가 기업의 내재가치 계산하기다. 내재가치란 검색어 자체가 워낙 대중성이 없고 인기없는 검색어인지라 트래픽 자체가 크진 않지만 어쨌든 기업의 내재가치 계산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검색으로 조회해서 내 블로그로 들어 온다. 검색이란 게 어떤 방법이 궁금해서 검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특정 방법들에 대해 정리한 글이 인기가 좋다. 물론 내 글은 좀 불친절하지만,

그 글에서 내가 내재가치 계산에 큰 도움을 받은 책 제목까지 적어 놓고 말미에는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내게 어떻게 10초도 안걸려 75만 달러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면 내가 순순히 가르쳐 주겠는가? 당신이라면 이 방법을 유튜브를 찍어서 알려 주겠는가? 전자책을 써서 알려 주겠는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은 어려울 수도 있고, 간단하고 쉬울 수도 있다. 사실 10초만에 DCF를 하는 방법을 안다고 투자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세상엔 자신만 아는 비법들을 가르쳐 주지 못해 안달난,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추천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누구나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를 만들 수는 없다. 지식이란 그런 것이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10초만에 내재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이기 때문에 블로그에 거리낌없이 결과를 올릴 수 있다. 만일 내가 각잡고 기업에 대해 많은 시간 분석했다면 내가 계산한 내재가치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10초만에 나왔다고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도 아니고 오래 분석한다고 결과가 옳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10초 내재가치를 올리는 이유는 누군가는 기업의 내재가치라는 것을 계산하고 투자하는구나를 예시로 보여주기 위함도 있고 DCF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투자란 게 계산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금흐름 할인법(DCF)로 계산하는 방법이나 엑셀로 DCF 계산하는 양식(이전에 다모다란 교수의 양식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은 책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 보면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많은 자료들이 나온다. 투자하기 전에 그 방법들을 하나 하나 익히고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만들면 된다. 이건 아주 쉽다. 그렇게 스스로 찾아 만든 방법들을 실제 기업분석에 한번씩 적용해 나가면서 업종별로 수정해서 업그레이드하면 제대로 된 투자자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건 조금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몇 번 하다가 포기해 버린다. 그래서 쉬운 방법을 찾아 남이 만들어준 양식을 덥석 받아서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다보면 곧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 방법들이 통하지 않는 많은 사례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음식점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모든 것을 주방장에게 맡겨선 안되고 주인 스스로도 간단한 음식은 만들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전문가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투자자 스스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 분석의 마지막은 결국 밸류에이션이다. 참여하는 투자자의 수만큼 다양한 내재가치 평가법이 나올 수 있고 나는 그저 나에게만 의미있는 나의 계산 결과를 잠깐 블로그에 (내가 기억하기 위해) 공개할 뿐이다. 그러니 성장률이 얼마인지 할인율이 얼마인지 영구성장률이 얼마인지 기간을 얼마로 예상했는지 같은 가정들은 어찌보면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모든 투자는 결국 확률의 문제일 뿐, 누구 계산이 옳고 정확하며 누가 틀렸는지를 판별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맞아도 잃을 수 있고 틀려도 벌 수 있는 세상에는 절대로 계산만으로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대부분의 결정은 숫자를 더하면 이성적인 답이 나오는 스프레드시트에서 내려지지 않습니다. 정량화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렵고 원래 목표에서 동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가장 영향력이 큰 인간적 요소가 있습니다.”
– 모건 하우절

DCF가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는 예 중 하나가 가치 투자 3.0 기업들이다. 요즘은 블로그에 가치 투자 3.0에 대한 글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 최근에 가치 투자 2.0과 가치 투자 3.0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럴려면 가치 투자 1.0에 해당하는 기업과 가치 투자 2.0에 해당하는 기업의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오래전 그걸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을 일들을 몇 가지 했었다. 만일 내가 그것에 대해 책을 쓴다면 남들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내가 한 일에 대해 그리고 그 분석을 통해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자세히 쓰겠지만 블로그에 그런 내용을 세세하게 쓸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2.0과 3.0의 차이에 대해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고 있지만 굳이 내가 알게된 것들을 이곳에다 공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책을 쓴다해서 자신의 지식을 모두 공개하는 사람도 거의 없긴 하다. 현재는 책을 쓸 생각도 없고.

망치만 들고 못만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유료지만 무료보다 못한 콘텐츠들도 많다. 비법을 알려주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의 비법은 결국 뻔한 이야기거나 망치인 경우가 많았다. 교과서나 요즘은 유튜브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과거 MBA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무슨 대단한 정보인양 포장해서 가르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정말 가치있는 비법(그런 게 있다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하기보단 숨기려 할 것이다. 코카콜라 제조법이 영원히 비밀로 유지되듯이 버핏과 멍거 역시 본인들의 정수는 공개하지 않고 두리뭉술하게만 이야기했다. 내재가치에 대한 질문에 버핏은 항상 이솝우화로 답한다..^^ 뻔한 이야기나 시장에 널려 있는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것은 투자자 스스로 할 일이다.

모니터 뒤편의 수많은 사람들


이제 음식점을 시작하려거나 초보 음식점 사장이 자신의 고민을 먼저 상세히 이야기하면서 혹시라도 길을 아는지 친절하게 문의한다면 먼저 그 길을 지나가며 무수한 실수를 한 사람으로서 고민한 결과와 경험을 아는대로 설명할 용의가 있지만 온라인에서 이런 친절을 기대하기는 무리란걸 이미 알고 있다. 물론 지금 내겐 그런 에너지조차 별로 없기 때문에 설령 내게 그렇게 묻는다해도 남들처럼 뻔한 답을 짧게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버핏이 말한 이솝우화에 진리가 숨어 있는 것처럼 뻔한 답을 하는 이유가 있고 때로는 뻔한 답에 진짜 답이 숨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나만 아는 비밀이란 것도 사실 내가 알면 또 얼마나 알겠는가. 기껏해야 10초 계산기 뿐인걸.

“한 사람에게는 합리적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시간범위, 목표, 야망 및 위험 허용범위를 갖는다면 모든 것이 계산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5% 하락한 후 공황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장기 투자자라면 끔찍한 생각이고 전문 트레이더라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당신이 보는 모든 비즈니스 또는 투자 결정이 당신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해야 하는 세상은 없습니다.”
– 모건 하우절

나보다 훨씬 고수 한 분이 내가 만든 투자 전략 지도 개념이 마음에 들어 그 아이디어를 카피해서 업종에 따라 서로 다른 세 가지 팩터를 가지고 비슷한 지도를 만들어 봤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또 누군가는 내가 만든 5년치 현금흐름표 그림을 바탕으로 10년치 현금흐름표를 만들어 봤다고도 했다. 내가 올리는 다소 불친절한 글이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인사이트라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게 감기에 걸려서도 이렇게 블로그를 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고..^^

필립 피셔의 말

인질(?)로 잡혀 있는 글들을 읽기 위해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과거의 오늘을 돌아보고 나오는 게 아침 루틴중 하나다. 그곳에 오랜 기간 너무 많은 글과 생각들이 담겨 있어 한꺼번에 구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은 정말 잘 기획된 기능이다. 대부분의 내 생각과 스크랩들은 그 곳에 비공개로 남아 있다. 한글날인 오늘은 필립 피셔의 말을 스크랩해 둔게 눈에 들어왔다. 블로그에 쓸 소재들도 떨어져 가는데 오늘은 스크랩해 둔 이 녀석을 구출하면서 블태기를 극복하련다. 필립 피셔의 단기간은 최소 3년이고 그레이엄의 투자기간은 최대 3년이었다.

“투자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벤 그레이엄이 개척한 접근법은 본질적으로 너무 싸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종목을 찾는 것입니다. 그는 이에 대한 재정적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고 조만간 가치가 상승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접근 방식은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것을 찾는 것입니다. 장점은 제가 투자하는 주식 중 더 많은 비율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주식은 시작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고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이 정말 이례적인 경우에는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움직임을 보입니다. 벤 그레이엄식 접근법의 단점은 그가 설교한 것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그의 공식에 맞는 것을 채택한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제 방식이 성공의 유일한 공식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만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성장주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 필립 피셔

모건 하우절의 말처럼 “영감적으로 대담함”과 “어리석을 정도로 무모함” 사이의 경계는 두께가 1밀리미터에 불과할 수 있으며 지나고 나서 나중에야 볼 수 있지만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과정은 본받아야 할 것으로, 실패로 이어진 과정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기 쉽다. 아무리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과정을 본받더라도 가끔씩 발생하는 실수를 완전히 피할순 없다. 실수를 피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견디고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면 오히려 그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누가 말했듯 투자에는 결국 신념과 프로세스만 남는다. 필립 피셔가 말했듯 실수를 할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투자는 결국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많은 사람에게로 옮겨지는 게임이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진정한 성공의 일부는 100% 반대자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도시의 오래된 전차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아무도 전차 주식을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전차 주식을 사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투자 비즈니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 필립 피셔

큰 성공을 거두려면 기존의 통념을 깨뜨려야 하지만 통념은 대개 옳고 따를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통념이다. 가치투자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역발상으로 무조건 반대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싸고 소외된 것을 찾아 반대로만 가다 밸류트랩에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시장은 꽤 똑똑하고 대체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싼 데는 싼 이유가 있다. 싼 것을 찾아 가는 게 목표가 아니고 잘못 점수가 매겨진 것을 찾아가야 한다. 잘못된 채점을 찾으려면 필립 피셔가 강조한 것처럼 투자자가 직접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스스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정말 옳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수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투자에서 성공은 열정과 지성, 그리고 성실함을 모두 겸비해야 이루어 진다. 버핏이 버크셔에서 직원을 뽑을 때 중점적으로 보는 항목도 바로 이것이다. 결국 투자란, 잘못된 채점표를 찾을 수 있는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가?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가?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가? 자신이 틀렸을 때 솔직히 인정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거기에는 호기심과 열정, 상식과 지성, 그리고 정직과 성실,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성실하게 돌멩이를 뒤집어야 하는 투자는 정말 어렵다.

“시장이 선호하는 주식도 사지 않습니다. 특히 기술주 관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사람들이 회의실에 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볼 때 특히 그렇습니다. 입석만 있다면 보통 그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꽤 공정한 신호입니다.”
– 필립 피셔

주식 투자와 블로그 운영의 비슷한 점

최근에 부지런히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주식 투자와 블로그 운영의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인다. 쇼핑몰 운영과 해외 구매대행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데 이건 차치하고, 무엇보다 쉽게 큰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이 시작한다는 공통점 말고도 몇 개가 눈에 띈다.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다.

주식투자와 블로그 운영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니면 왜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할까. 모두들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다. 물론 나처럼 변종이 있기도 하다. 주식 투자를 경제를 공부하고 제대로 알기 위한 부수적인 목적으로, 블로그를 돈을 버는 게 주 목적이라기 보단 고즈넉한 구석자리에서 내 생각을 들여다 보고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끔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댓글로 의견을 교환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나도 당연히 주식과 블로그로 돈을 벌면 좋겠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그게 내 행위의 목적이 될 순 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다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다.

그래서 사기꾼들도 많다.

돈이 걸려 있으면 어느 분야든 사기꾼들도 많기 마련이다. 자기가 주식투자나 블로그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돈을 내면 가르쳐 주겠다는 성인(?)들이 많다. 자기가 아는 비법을 푼 돈을 받고 가르쳐 줄 성인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비법은 공개하는 순간 비법이 되지 않으며 한 사람의 성공은 단순히 그대로 따라 한다고 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자신만의 비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비법을 알리지 않고 그냥 혼자 조용히 그 비법을 사용해서 돈을 벌고 있다. 따라서 돈을 받고 가르칠 수 있다는 그 모든 비법이라는 것들은 조금만 찾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일 확률이 아주 높다.

비법은 단순하다.

살을 빼는 비법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비법은 바로 이것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 다 알고 있지만 하지 못하는 것은 각각의 이유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을 빼고 유지하는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와 사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살을 뺀다. 주식 투자라고 다를까?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장기간 들고 가면 된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물론 좋은 기업이 무엇이고 좋은 가격이 무엇이고 또 장기간이 얼마 정도인지는 공부해야 한다.

그럼 블로그는 어떨까? 비법은 역시 단순하다. 좋은 글을 꾸준히 쓰면 된다. 물론 좋은 글이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꾸준히는 얼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더 많이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비법은 단순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우리는 일의 누적 효과를 과소평가합니다 .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쓴다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일 하면 1년에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일관성.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 많은 일을 해내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해냅니다.”

폴 그레이엄

멘토가 있으면 좋다.

돈이 되는 분야는 어디건 책과 동영상이 차고 넘치기 마련이다. 이 두 곳도 비법이나 방법을 알려 주는 책과 동영상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물론 책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나보다 먼저 진입해서 돈을 버는 방법을 이미 알아 낸 사람들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 특히 앞에서 말한 사기꾼들을 잘 골라 내고, 좋은 책(영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책과 영상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멘토를 찾고 멘토에게 직접 배우는 방법이다.

워런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주식 투자하는 방법을 직접 배웠다. 그레이엄이 경영진으로 있는 회사가 궁금해서 대학생 신분으로 직접 가이코라는 회사에 무작정 찾아 가서 가이코 임원으로부터 보험업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걸쳐 배웠다. 좋은 글을 꾸준히 올리면서 블로그를 잘 운영하고 있는 사람을 안다면 직접 연락해서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책으로는 결코 배우지 못할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분산과 집중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도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는 잡블로그로 시작하느냐, 특정 분야만 다루는 전문블로그로 갈 거냐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주식 투자에서도 이와 똑같은 논란이 있는데, 바로 분산투자와 집중투자다. 소수의 종목에 집중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여러 종목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는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와 같은 문제다. 하나만 맞고 다른 하나가 틀리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좌우되는 문제다.

처음엔 여러 주제를 다루는 잡블로그로 시작하다가 트래픽이 많이 몰리고 자신이 글쓰기 편하고 좋아하는 주제로 특화해서 잘하는 블로거도 있고 처음부터 특정 분야만 전문적으로 하다가 자신의 관심 영역을 늘려 가며 잡블로그로 잘 키우는 블로거도 있다. 물론 초지일관 잡블로그든 전문블로그든 하나로 꾸준히 잘 키워 나가는 블로거도 있고 처음부터 두 개를 따로 따로 운영하는 블로거도 있다. 중요한 것는 얼마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느냐지 무슨 주제를 어떤 식으로 다루냐는 그에 비하면 작은 문제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한 블로그라면 먼저 무슨 주제를 어떤 식으로 다룰 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

소수가 독점한다.

블로그를 포함해 모든 미디어는 결국 권력의 법칙을 따른다. 소수의 창작자와 그들의 작품이나 글이 거의 모든 관심을 끌고 거의 모든 돈을 벌어 간다. 책, 영화, 게임, 음악, 언론… 그 어디를 둘러 봐도 소수가 부의 대부분을 가져 간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20%의 소수가 부의 80%를 가져 간다. 부의 불평등은 파레토 법칙보다 더 할 수도 있다. 상위 1%의 부자가 새롭게 창출되는 부의 63%를 가져가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그렇다면 상위 20%나 1%에 들지 못하면 포기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블로그는 롱테일 법칙이 통하는 세계다. 롱테일 법칙은 파레토 법칙과 반대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글을 꾸준히 블로그에 쓰면 80%의 사소한 다수가 사람들의 관심과 클릭을 유도해서 꾸준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주식 투자에도 이런 일들이 있다. 자신의 구매 아이디어와 전혀 상관없는 테마 바람에 올라 타 큰 수익을 주는 보물같은 주식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머니트리

복리가 작동한다.

아인슈타인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복리를 꼽았다. 주식 투자의 최대 장점은 복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빨리 이해하는 사람이 결국 주식 투자에서 돈을 벌게 된다. 버핏과 멍거가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블로그 운영에도 복리가 작동한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롱테일의 법칙이 작동하게 되고 이 매커니즘은 복리 작용을 하게 된다. 글과 글이 시너지를 일으키게 된다. 주식 투자와 블로그 모두 다 핵심은 복리다. 복리가 작동할 때 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다.

복리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나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내가 가장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수익은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큰 꿈을 갖고 작게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저는 크게 성공한 사람들을 차별화하는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상상력을 확장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능력을 넘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까지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핀플루언서 모건 하우절의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는 주식투자와 블로그 운영의 비슷한 점에 대해서 나열했지만, 주식 투자에서도 블로그 운영에서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큰 꿈과 믿음을 갖고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