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위해서 기록한다

수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문제라는 걸 보는 것

지나보니 블로그에서 재미도 없는 내재가치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다. 아무도 관심없고 인터넷에서 검색도 하지 않는 이런 키워드 글을 왜 쓰고 있을까. 투자에서 가치 평가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이론들에 대해서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기업 분석의 끝은 결국 밸류에이션이다. 그리고 학부시절 배웠던 교수님 말씀대로 배웠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고 나서 또 버릴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버리기 위해서 기록한다.

“나는 10,000가지의 발차기를 한 번 연습한 사람이 두렵지 않고, 한 가지의 발차기를 10,000번 연습한 사람이 두렵다”
– 이소룡

시중에 나와 있는 밸류에이션 방법을 배우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소룡이 말한 한 가지의 발차기(배운 밸류에이션 방법)를 10,000번 연습(여러 산업의 기업을 직접 분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필립 피셔가 말한대로다. “I think a weakness of many people’s approach to investment is that they try to be jacks of all trades and masters of none.”

“다양한 종류의 투자자 정보가 있습니다. 나는 아이비리그 교육을 받은 사람 밑에서 일했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현금 흐름 할인 모델(DCF)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셀이 서로 다른 입력에 의해 어떻게 연결되거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이 사람은 투자 성공에 중요한 교과서적인 금융 지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프레드시트와 수학만으로는 투자자로서 성공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한 호황에서 불황까지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금융 시장 역사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함께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방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고 시장 역사에 관한 모든 책을 읽었더라도 하락시에도 반드시 전략을 고수하는 데 필요한 감성 지능(EQ)이 없다면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질은 IQ보다 더 중요하지만 배우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해보면 밸류에이션은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나폴레옹이 말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미쳐갈 때 평범한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결정은 스프레드시트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프레드시트에서 숫자를 더하기만 하면 합리적인 답이 나옵니다. 정량화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어렵고 원래 목표에서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간적 요소가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술은 수학이나 계산과는 관련이 없다. 최고의 독창적인 현금흐름 할인모델을 만들었다고 해도 잠재 고객들로부터 자산을 모으거나 돈을 버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스프레드시트는 소프트스킬만큼 중요하지 않다. 워런 버핏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영업기술이라고 말했다.

버핏과 멍거

버핏은 사업을 평가할 때도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이나 희망이 섞인 숫자 같은 마케팅 속임수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중시한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버크셔에 대한 정보는 PPT가 아닌 사업보고서에 모두 들어있다고 했다. 어디 금융만 그런가. 블로그 세계도 마찬가지다. 영업하지 않는 블로그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AI가 대답하는 것처럼 뻔한 정보들만 짜깁기 해도 포장 잘하고(이것도 쉽진 않다) 마케팅만 잘 하면 돈을 번다. 물론 나는 먼저 좋은 콘텐츠부터 만들어야..쿨럭

“현금흐름 할인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과 한 기간의 종료 시점에서 그 기업의 최종가치(청산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들, 즉 미래의 매출액, 이익률, 자본적 지출비용, 운전자본(외상매출금, 재고자산, 외상매입금) 등을 예측해야 한다. 그를 통해 일단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한 후 적절한 할인율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원해 적정주가를 찾고, 그것을 현재 가격과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은 여기서 멈춘다. 그러나 진짜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파악하는 적정주가(해당 회사의 본질가치)는 사용되는 가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금흐름 할인법에 사용되는 가정들은 매우 많다. 결과적으로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적정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실용적이지 않다. 기껏해야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주식의 가치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는 것뿐이다.

현금흐름 할인법은 ‘대략 맞는’ 분석법이므로 그런 용도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금흐름 할인법의 마지막 단계는 가능한 주가 범위를 찾기 위해 분석에 사용되는 가정들을 바꾸는 것이다. 주가 범위도 정확한 수치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결과가 ‘대략’ 맞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현금흐름 할인법은 대부분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다. 과거의 정보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과거와 미래 사이에 분석이 들어간다…현금흐름 할인법은 한 주식의 주가에 반영된 시장의 기대 수준을 판단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 비탈리 카스넬슨, 적극적 가치투자

마이클 모부신도 “예측투자”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고, 적어도 두 사람은 내가 인정한 버크셔 멤버들처럼 PER의 내포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다 그레이엄이 먼저 나무를 심은 덕분이다. 오늘도 버려둔 인질 하나 구출했다~

FAANG, MAGA 그리고 M7

지금이야 M7으로 난리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FAANG으로 난리였다. FAANG에서 넷플릭스를 뺀 4개 기업과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그리고 엔비디아를 넣으면 M7이 된다. 그 중간에 지금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실적과 주가가 주춤하자 MAGA라고 그 둘을 빼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집어 넣기도 했었다. 아침에 3년 전 과거의 오늘 써둔 글을 읽다 보니 다모다란 교수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내 조언은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매우 좋은 회사일 수 있어도 정말 나쁜 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테슬라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의 다른 모든 사람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가가 너무 올라갑니다. 미래가 아무리 좋아도 너무 비싸게 주식을 사게 되는 것이지요.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항상 가격을 고려해야 합니다…훌륭한 기업이라도 비싼 가격이라면 사지 않을 겁니다. 항상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뿐만 아니라 그 주식을 얻기 위해 내야 하는 가격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 가격이 수익을 결정합니다.”

“건강한 투자는 어떤 자산에 대해 그 자산이 가진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투자 자산의 적절한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가치평가입니다.”

FAANG 주식의 최근 3년 수익률이다. 다모다란 교수가 좋은 회사라도 나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콕집어 예를 든 테슬라를 함께 넣어봤다. 테슬라만 -21% 수익이다. 나머지 5개 기업은 2022년 하락을 뛰어 넘어 최근 2년동안 꾸준히 상승했다. 메타와 애플의 수익이 두드러진다.

FAANG + 테슬라 최근 3년 주가

그리고 6개 기업을 약식 투자 전략 지도에 함께 넣어 봤다.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들어가는 10×10에 들어 있는 기업은 단 하나도 없이 각자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6개 모두 훌륭한 기업이지만 다모다란 교수의 말처럼 투자자라면 투자하기 전에 기업이 싼지 비싼지 스스로 가치평가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3년의 성적표를 안다. 그럼 앞으로 3년의 성적표도 알 수 있겠는가. 나는 국내외 투자를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이 가치평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는 책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PER나 PBR을 가치평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맞으면서도 틀렸다.

“일부는 맞습니다. 적절한 가격이라면 어떤 회사든 사겠습니다. 엑슨모빌이라고 칩시다. 비록 석유의 미래가 암울하더라도 적절한 주가에선 매수하겠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기업이라도 비싼 가격이라면 사지 않을 겁니다. 항상 회사가 얼마나 좋은지뿐만 아니라 그 주식을 얻기 위해 내야 하는 가격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 가격이 수익을 결정합니다.”

“제가 조언하고 싶은 건 이제 5%의 안정적 배당을 주는 주식을 찾지 말라는 겁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찾는다면 파산 직전에 있는 회사일 겁니다. 그렇게 배당을 주는 건강한 회사는 없습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성장할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 애스워드 다모다란

메타 투자 전략 지도와 적정 가치

어감이 안좋아서(?) 투자 전략 지도로 부르기로. 대안으로 영어를 섞은 투자 맵으로 하려다가 아무래도 전략 지도가 나은것 같다. 기업의 과거와 현재의 위치를 알 수 있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으면서 경쟁자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 아무래도 전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일단은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이번에는 메타 투자 전략 지도와 적정 가치를 살펴 봤다.

메타 투자 전략 지도

지금은 이렇게 잘 나가고 있지만 한때 메타 주가가 100불 언저리로 쪼그라들었던 시절도 있었다. 불과 2년 전이다. PER 10.77이었다. 당시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려고 재무분석시스템을 조그맣게 만들고 있어서(아마도 지금 사용하는 10초 내재가치 계산기의 부모 버전쯤 되려나) 이것 저것 밸류에이션 해보던 시절이었다. 찾아보니 그때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었다.

메타 2022 주가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은 아래 댓글에 붙여넣은 것처럼 손익계산서에서 1장, 재무상태표에서 1장, 현금흐름표에서 1장, 딱 3장의 그림이다. 이 정도만 있으면 한 회사의 재무 상태를 간단한 수준에서 시계열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존의 유/무료 금융정보 제공업체들은 재무제표 양식 그대로의 1차적인 표나 그래프들만 보여준다.

기업의 밸류에이션도 대부분 정형화된 포맷을 기계적으로 따르거나 이유는 있겠지만 수치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는 알겠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재무제표 분석도 밸류에이션도 난 시장의 통념과는 약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이런 분석시스템은 전적으로 나만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고(다르다) 복잡하지 않다(단순하다). 그래서 낯설수도 있고 시원찮아 보일 수도 있겠다. 계산된 내재가치는 DCF방식과 PBR방식을 혼합한 나만의 방식으로 계산한 수치다.”

그때 나온 메타 밸류에이션 그림이다. 280~330달러 그 어느 언저리쯤..당시 주가는 ‘현명한 초보 투자자’ 책에서 단순화한 요헤이 내재가치보다도 떨어졌었다.

2022년 메타 목표주가

그 즈음(2022년 2월) 가치평가의 대가 다모다란 교수의 메타 가치평가는 다음과 같다. 분석 당시 주가 219달러에 목표주가 346달러. 일반적으로 DCF는 엑셀을 사용해서 이런 식으로 밸류에이션 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직관적이고 더 단순화할 수 없을까가 당시 내 과제였다.

메타 가치평가

표를 보면 OPM과 ROIC는 지금과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다만 다모다란 교수도 향후 10년 성장률 8%와 3%로 나누고, 영구성장률도 평상시 2%보다 조금 더 높은 3%로 계산하고 있다. 메타 같이 좋은 기업이 6년후부터 3% 성장을 하고 10년 후부터도 계속해서 3% 성장한다는 가정이 과연 타당한가? 기존 현금흐름할인법이 메타와 같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데 적합한가? 2022년 당시 약 8%로 가정했던 향후 2~5년 성장률에 비해 최근 3년 성장률은 무려 20%를 상회했다..^^ DCF에서 할인율보다 높은 성장률은 기존 공식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 주가 559달러에 PER 28이다. 애널리스트 평균 목표주가 566달러로 거의 근접했다.

매타 현재 주가

기존 현금흐름할인법을 개선한, 그리고 내 손을 하나도 타지 않고 AI가 뽑은 것처럼 계산기로 10초만에 뽑은 메타의 현재 내재가치는 다음과 같다.

메타 내재가치

그리고 간단 내재가치 계산기의 부모격인 재무분석시스템의 밸류에이션은 아래 그림과 같다. 요헤이 내재가치와 그레이엄가치가 비슷하다. 원리를 살펴 보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메타 같은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기간동안 두 내재가치 위에서 놀고 있다. 현재 내재가치 390달러 내외로 간단 내재가치 계산기 값보다 더 낮은 값이다. 둘 다 현재 메타는 고평가 구간이다.

매타 내재가치2

“1962년, 옥스퍼드 경제학자 이안 리틀은 개별 주식의 현재 가치가 미래 성장률을 예측할 수 있는지 조사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당연히 가치가 높은 주식은 이듬해에 가장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후로는 점점 그 성장률이 낮아졌습니다. 5년째가 되자 가장 높은 가치와 가장 낮은 가치의 성장률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애널리스트의 예측과 내재 가치 평가를 사용하여 수많은 주식 시장에서 유사한 연구가 반복되었습니다.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반적으로 내년 정도는 예측할 수 있지만 5년이 지나면 상황이 절망적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경험을 살펴보면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창조적 파괴의 최첨단에 있는 기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더 빨리 위축되고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 인용글을 읽고 다시 제일 처음에 제시한 메타 투자 전략 지도를 보자.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20%가 넘는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괴물같은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메타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기업들은 5년 정도 지나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로 내려오지만, 어떤 기업들은 빨리 위축되고 사라지지 않고 더 오래 지속하거나 가속팽창하거나 더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변신한다. 그런 기업들은 일반적이고 평범한 기업들과는 다른 대접을 해줘야 마땅하다. 밸류에이션 방법이 그걸 캐치하지 못한다면 낡았으니 버리거나 방법을 바꾸거나 개선해야 한다.

나쁜 것은 생각보다 더 나쁠 수도 있고 좋은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다. 뉴욕대 다모다란 교수 같은 일부 유연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를 포함해서 아직 투자업계든 학계든 아무도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옛 것만 답습하고 있다. 물론 언젠가, 정확히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메타 역시 위축되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이런 기업에게 3% 영구성장률이 과연 적합한가? 10년 후에도 10% 성장을 한다면 그땐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계산하지 못한다고 이런 좋은 기업들을 아예 투자 유니버스에서 제외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