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블로그 비용은 1년에 얼마일까?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한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야 블로그가 조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한동안 바쁜 일이 있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다시 조금씩 마음대로 수정하면서 하나씩 고쳐 나가고 있다. 엊그제는 모바일로 접속했을 때 속도가 느린 것 같아 플러그인을 하나 설치하고 세부적인 설정을 수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체감상 조금 빨라진 것 같은데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지 않고 이렇게 독립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역시 자유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럼 자유도가 높은 워드프레스 블로그 비용은 1년에 얼마일까? 자유에 대한 댓가는 얼마일까?

독립 워드프레스 블로그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도메인 비용과 서버 비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내 경우 둘 다 합해봐야 1년에 2만원이 들지 않는다. 물론 아직 내 블로그가 트래픽이 높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트래픽이 높아지면 당연히 서버 비용도 높아진다. 카페24에서 가장 초기 비용으로만 설정해도 처음엔 충분하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외 유료 플러그인을 구매해서 사용한다면 비용들이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난 지금 현재 유료 플러그인 없이 무료로만 운영하고 있다. 구매하고 싶은 플러그인이 생기면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그렇게 사고 싶은 플러그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빗방울

(시원한 소나기가 왔다)

현재 수입은 전적으로 블로그 이곳 저곳에 올려 놓은(그것도 광고차단기 때문에 블로그 방문자의 눈에는 거의 안보이겠지만) 구글 광고뿐이라서 구글 광고 수입이 2만원 이상 들어온다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비용은 제로가 된다. 누구는 한 달에 구글 광고로만 100만 원 이상 수입이 들어 온다고 자랑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야 한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고 일전에도 이야기했었다.

그 외 들어가는 것은 오직 내 시간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올리기 위해서는 꽤 시간이 걸린다. 그 피같은 시간과 적은 금액이지만 비용을 지불해 가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은 효용과 비용간 끊임없는 저울질의 결과다. SNS를 떠나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정착했지만 엊그제 다시 방문한 SNS는 원하지 않는 광고들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게 보였다. 친구 글 하나를 보기 위해 광고 5개를 봐야 한다니. 거기다가 자유가 없으니, 떠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싶어서 블로그 운영 비용으로 검색해 보니 역시나 특정 서버 추천인 등록을 권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SNS만 상업화로 오염된 게 아니라 검색엔진이 보여주는 인터넷 전체가 오염되고 있다. 정보처럼 보이는 상업용 글들이 가득찼다. 더구나 사람이 아닌 AI들이 쓴 글로 넘쳐나고 있으니 사람 냄새를 맡으려면 역시 시간과 노력을 추가로 들여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내 블로그는 사람 냄새 나는 블로그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언제까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AI를 이용한 블로그 자동화

ChatGPT 같은 AI 툴이 나오자 마자 이것 저것 호기심을 가지고 사용해 봤다. 그림도 그려 보고, 검색을 대신해서 질문을 해 보고 AI가 쏟아 내는 답변에 놀라워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특히 내 관심을 끈 분야는 AI를 이용한 블로그 자동화, AI를 이용한 퀀트 투자 같은 자동화 분야였다. 인간을 대신해 AI가 일을 하고 인간은 그 수익을 챙기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 졌다.

인간대신 일하는 AI

그리고 블로그 자동화를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도 해 보고, 실험도 해 봤다. 결론은 시기상조. 퀀트 투자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정도의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 사이 기술도 발전했으니 너무 섣부른 결론아닌가 싶은 의심도 들지만 블로그 자동화로 올렸을 법한 글들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이 아직까지 맞은 것 같다. 자동화로 AI가 쓴 글들은 보자마자 티가 난다. 솔직히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요즘은 신문의 기사나 칼럼들도 AI의 도움을 받아 쓴 티가 너무 많이 나는 글들도 자주 보인다.

돈을 벌 목적으로 블로그를 쓰고 있다면 당연히 혹 할 것이다. 나를 대신해 글을 써서 올리고 자동으로 수익이 생긴다면 누가 마다할 것인가? 얼른 배워서 실행해야지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인터넷이 또 블로그들이 이런 식으로 AI가 자동 생산한 글로 가득찬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진다. 이런 내 생각처럼 항간에는 AI가 나오기 전 시기의 인터넷만 대상으로 검색하는 엔진도 생겼다고 한다. 항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마련이다.

언젠가 얘기했듯 블로그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들과 같은 방식을 해선 곤란하다. 또한 검색엔진의 상위에 표시되기 위해 SEO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들을 잘 공략해서 준비된 글만 써야 한다. 검색엔진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포인트들을 잘 챙겨서 글을 써야 한다. 다 알지만 난 그런 길을 포기했다. 그냥 이 광대한 인터넷 한 구석에 그냥 내 일상과 생각을 쓰면서 아주 우연히 이곳에 들어 와 내 생각을 읽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론 머스크가 워런 버핏을 보고 이렇게 말했었다. “솔직히 나는 워런 버핏의 열렬한 팬이 아닙니다. 그는 거기 앉아서 이 모든 연례 보고서를 읽습니다. 정말 지루합니다. 그 직업을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런 직업을 원하지 않습니다.”

AI를 이용한 블로그 자동화 역시 내 눈에는 일론 머스크가 버핏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동소이하다.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다. 나는 그런 블로그를 원하지 않는다.

추가)
구글이 더 이상 모든 웹 콘텐츠를 인덱싱하지 않고 매우 선택적으로 인덱싱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 같다는 질문을 던지는 글. 글쓴이는 사람이 작성한 텍스트와 구별할 수 없는 AI 생성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구글이 이런 방식을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서 콘텐츠의 독창성, 브랜드 인지도 등이 더욱 더 중요해 졌다고 이야기 한다.”

블로그로 돈 버는 방법

블로그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몇 번 언급했다. 월 천을 버네, 월 백을 버네 하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동영상과 광고, 전자책을 포함한 책들이 너무나 많다. 유튜브로 그런 동영상을 한번 봤더니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추천하는데 돈이 절박한 사람들은 혹하게 꼬신다. 마치 당장 월 백을 벌 수 있을 것만 같다. 강의나 전자책을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구매하고 싶어진다.

재밌는가?
무슨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그 일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설령 재밌는 일이라고 해도 돈을 버는 업이 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한데 시작하기 전부터 재미없는 일이라면 꾸준히 할 수 없다. 블로그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 한 명은 자신이 먹을 약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 보니 정보가 너무 없어서 약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올려 황금 키워드를 찾게 됐고, 꾸준히 약에 대한 정보들을 올린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각종 약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고 정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는 일들이 과연 재밌을까? 아무리 트래픽이 올라가고 클릭률이 높아 내게 돈이 된다 하더라도 난 내 블로그가 그런 정보들로 가득찬 것을 보기는 싫다. 물론 그 정보를 올리는 시간들도 그리 즐겁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블로그로 돈을 못버는지도..^^ 검색엔진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만 힘들게 찾아가며 내 블로그에 올린다?! 안하고 만다.

누구는 블로그에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꾸준히 올리며 돈을 번다. 누구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생활 불편들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롱테일 키워드로 정리해서 돈을 번다. 누구는 핫키워드를 요리조리 변형해서 트래픽으로 연결해 돈을 번다. 이런 식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가 과연 즐겁고 재밌을까? 이런 일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에 제대로 대응이나 할 수 있을까?

남들에게 유익한가?
검색하면 다 나오는, 더군다나 요즘엔 AI가 발달해서 챗GPT나 바드에게 질문하면 바로 정리된 자료가 나오는 시대에 이미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을 짜깁기해서 올린 글들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으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굳이 다 있는 정보들을 재조립해서 남들과 똑같은 글을 다시 올릴 가치가 과연 있을까? 남들은 둘째치고 그런 글로 가득찬 블로그가 과연 본인에게 유익할까? 본인은 그 블로그가 편안한가? 다시 들어와서 찬찬히 글들을 읽고 싶어질까?

석양에서 글쓰기


무엇보다 돈이 되는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이 분야 역시 소수의 사람들만 많은 돈을 번다. 그리고 돈을 버는 소수의 사람들 조차 애드센스 같은 광고로만 돈을 벌지 않고 강의나 전자책, 기타 다른 방법(협찬이나 기타등등)으로 돈을 번다. 당장 블로그로 돈벌기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 몇 개만 시청하면 곧바로 블로그로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광고가 뜬다. 그 광고는 누가 돈을 지불할까?

최근 온라인 광고가 수입의 대부분인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들도 광고수입이 줄고 있다고 한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기업들은 가장 먼저 광고지출을 줄여 판관비를 조절한다. 마치 가계수입이 줄어들면 외식비부터 줄이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다. 광고는 경기를 따라간다. 호황에는 광고를 많이 하고 불황기에 접어 들면 필요한 광고 외엔 다 줄인다. CPC 단가도 그에 따라 줄어들게 된다.

그럼 뭘 해야 할까?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고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서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글들을 복사해서 짜깁기한 후 붙여 넣는 단순 반복작업들은 그만두는 편이 좋다. 돈이 되는 황금 키워드만 골라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쓰는 일들도 그만두는 게 좋다. 이런 일들은 결코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로그로 돈을 벌겠다는 그 돈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한 달에 돈 천 만원은 고사하고 한 달에 십 만원 벌기도 쉽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길게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글로 하나씩 채워가야 한다.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재밌게 글로 쓰면서 길게 지속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검색엔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의도치 않게 트래픽이 폭발하는 글도 생길 수 있고 방문자의 체류시간이 늘어나면서 블로그 품질도 올라가서 검색엔진 상단으로 올라가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된다.

꼭 트래픽이 몰릴 키워드 만을 골라 쓸 필요도 없고 형식에 맞춰 글을 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블로그로 꼭 돈을 벌어야 할 필요도 없다. 돈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수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좋아하는 일을 오래 계속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