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우연히 추천영상으로 뜬 애플 CEO 팀 쿡의 인터뷰 하나를 보게 됐다. 워드프레스에 유튜브 링크 공유하는 걸 한번 시험삼아 해보려고 임베드해 본다. 팀 쿡은 1998년 Apple에 입사했다. Compaq에서 건너왔고 이전에는 IBM에서 근무한 전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잡스는 1년 전에 애플로 돌아와 파산 위기에서 회사를 되살렸는데 이 때 팀 쿡의 측근 대부분은 안전한(?) 컴팩에 남고 애플로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잡스와의 전화 한 통이 그의 마음을 바꾸었다.
“스티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그가 매우 다른 종류의 CEO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제품, 제품, 제품에 집중하고 소규모 팀도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비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또한 모두가 기업형 회사로 가는 환경에서 Apple 소비자에게 다시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요. 모두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저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산업 전체를 시작한 창의적인 천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티브의 눈에서 반짝임을 보았고, 그것은 우리가 이 미국의 보물을 위해 이 전환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쿡은 40만 달러와 계약보너스 50만 달러를 받고 전 세계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SVP)으로 영입되었다. 그는 Apple의 물류 전문가가 됐다(쿡은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면 수천 개의 서로 다른 구성 요소와 부품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교향곡”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고 말했다).
쿡은 잡스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주요 교훈은 “집중력, 단순함의 중요성,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멍거는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리성(지성), 열정(집중력), 그리고 운”이라고 했고 직업을 결정하는 제 일 조건은 ‘존경하는 사람 밑으로 가라’였다. 팀 쿡은 그렇게 했다.
과거의 관점에 안주하고 있는 당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이끌어 내는 혁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신에게 도전하는 토론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잡스가 그렇게 했다.
“인생은 잘 세운 계획을 어기게 만드는 법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애플이 과거(19%)에 비해 향후 훨씬 낮은 성장률(10%)이 예상됨에도 PER 36인 이유가 인터뷰에 담겨 있다. 그리고 밤새 버크셔 3분기 보고서가 공개됐다. 코카콜라와 같은 4억 주로 맞췄길래 매도를 멈추려나 했었는데 3분기에도 1억주를 매도해서 이제 3억 주가 됐다. 미래에도 PER 36을 유지하려면 10% 성장률로는 힘들다. 그리고 버크셔 자사주매입도 안했다. 애플이든 버크셔든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인.
“버크셔는 3분기 동안 애플 보유 주식 등을 포함해 346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버크셔의 3분기 애플 보유 지분 규모는 699억 달러(약 96조원)로, 직전 분기 842억달러(약 116조원) 대비 약 25% 줄었다. 2분기 대비 1억주를 매도해서 현재 보유 애플 지분 규모는 3억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버크셔 현금 보유액이 사상 최대인 약 3,252억 달러(약 449조 원)로 늘어났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하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연인과 마찬가지로 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마음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찾으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훌륭한 관계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좋아집니다. 그러니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아보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 중
생각난 김에 아침에 눈을 떠서 마이클 모부신이 쓴 “예측투자”를 다시 한번 읽었다. 2008년엔 “기대투자”란 이름으로 정채진 투자자가 번역해서 낸 책인데 절판된 후 중고가격이 8만원을 넘기도 했던 책이다. 절판된 책을 어렵사리 도서관에서 빌려 처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예측투자”란 이름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책을 열자 가장 처음에 피터 번스타인의 말이 적혀 있다. “당신이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측하지 않고 주식에 투자한다면 그것은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예술품을 수집하거나,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 같다고 말한 버핏이 생각났다. 우리는 다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도박이나 투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마이클 모부신이야 투자업계에서 워낙 뛰어난 사람인지라 그의 투자 이론은 흠잡을 데 없다. 다만 애독자로서 그의 책과 글을 읽다 보면 너무 이론에 치우쳐 실제 투자자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 하더라도 실제 적용하기가 어려우면 외면받기 마련이다. 전문 투자자와 일반 투자자가 다르겠지만 요즘은 전문 투자자들도 현금흐름 할인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세상에 하물며 역 DCF라니. 물론 투자 이론을 정확하게 아는 것도 중요하다. 정확하게 알고 나야 변화가 가능하고 현실에 적용도 가능하다.
Expectations Investing의 핵심은 모부신의 말에 들어 있다.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큰 실수는 회사의 펀더멘탈에 대한 지식과 회사 주가에 내포된 기대치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펀더멜탈이 좋으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고 싶어합니다. 펀더멘탈이 나쁘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식 가격에 내재된 기대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습니다.”
모부신은 현재 가격에 시장 기대치가 이미 모두 반영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그걸 받아들인다면 펀더멘탈이 튼튼한 회사가 약한 회사보다 더 나은 투자라는 일반적인 가정은 잘못된 것이 된다.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시장과 다른 관점을 견지하는 것(쉬운 부분)뿐만 아니라 그 다른 관점에 대해 옳아야 한다(어려운 부분).
“Value investing is at its core the marriage of a contrarian streak and a calculator.” 가치 투자의 핵심은 역발상과 계산기의 결합입니다. – 세스 클라만
가치주에 투자하든 성장주에 투자하든,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기대치가 무엇인지, 어디가 틀렸는지, 그 기대에서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임이다. 첫 번째 부분은 쉬운 부분이지만 두 번째는 훨씬 더 어렵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항상 이것을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과신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도미노피자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기대치를 어떻게 계산하고 어떻게 이용하고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식의 가치를 파악한 다음 그 가치를 가격과 비교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이러한 사고방식을 뒤집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확실히 아는 유일한 것, 즉 가격부터 시작하여 매력적인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평가합니다.”
멍거가 말했듯 과거보다 정보가 널리 퍼지고 똑똑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그로인해 시장의 가격 예측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진정한 아웃퍼포먼스 기회가 드물어졌다. 투자가 점점 더 어려워졌고 기대수익률도 이전보다 낮아져야 한다. 시장을 이기기 위해선 과거보다 더한 통찰력과 인내심이 모두 필요해졌다. 투자에서 성공하는 것은 “좋은” 또는 “나쁜” 회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치가 미래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찾고 이러한 불일치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확신과 인내심을 갖는 것인데 앞의 것은 쉽지만 뒤의 것은 어렵다.
“The most important question in investing is what is discounted, or put slightly differently, what are the expectations embedded in the valuation?”
뭔가를 읽으면 그냥 넘기지 않고 확인해 보는 습관이 있다..^^ 예전에 홈데포도 그랬듯 이번엔 도미노피자다. 모부신이 분석했던 2020년 8월 주가418 달러(주식수 3,930만 주)였다. 현재 주가 426 달러(주식수 3,507만 주)로 2019년 11월 부터 5년 동안 CAGR 9.41% 상승했다. 나쁘진 않았지만 M7이 성장을 이끈 S&P500 보다 못한 상승률이다.
책에서 도미노피자의 현금흐름을 계산하기 위한 가정으로 향후 매출성장률 7%, 영업이익률 17.5% 실효세율 16.5%, 고정자본 재투자율 10%, 운전자본 재투자율 15%를 가정하고 WACC 5.35%로 계산했다. 이러한 가정으로 당시 가격 418 달러가 나오기 위해선 내재된 예측 기간이 8년으로 계산됐다(책 172~173p 표 참조). 2020년 말 도미노의 가치는 주당 285달러로 추정하고 8년 째인 2027년 말이 되어야 현재 주가인 418 달러에 도달한다고 봤다. 동일한 조건에선 예측기간이 짧을 수록 좋다. 이것이 가격에 내포된 기대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5년 기간으로 당시 가정을 점검해 보니 실제 매출성장률 5.5%, 영업이익률 17.5% 실효세율 17.3%, 고정자본 재투자율 16.7%, 운전자본 재투자율 5.9%였다. 당시 세웠던 가정과 거의 비슷한 추이를 보였는데 이는 당시 기준 5년 전 평균 매출성장률 12.7%, 영업이익률 17.7% 실효세율 16.5%, 고정자본 재투자율 13.7%, 운전자본 재투자율 3.2%를 참고해서 가정했고 도미노피자 업종의 예측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주가의 메인 트리거로 예측했던 매출성장률이 과거 실적(12.7%)이나 가정(7%)에 비해 떨어졌다(5.5%). 예측 시나리오에서 저성장(3%, 추정가치 290달러)에 가까운 결과였다.
매수 매도를 위한 시나리오와 확률(미래는 알 수 없다)을 결합해서 예상 가치를 구하는 부분에선 역시 이론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댓값과 확률이 변하면 예상 가치도 변한다. 따라서 기대치에 괴리가 생기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새롭고 중요한 정보가 나오거나 주가가 의미 있게 변할 때마다 예상 가치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예상 가치와 주가 간의 차이를 확인했다면, 매수 및 매도, 보유 결정을 고려하면 된다.” 말은 쉽다. 하지만 실천은 정말 어렵다.
그냥 내 방식이다. 도미노피자가 좋은가? 그리고 싼가? 두 가지만 확인하자. 물론 그보다 먼저 사업내용이 본인의 능력 범위에 있어야 한다. 이해 가능한가? 결국 기업 분석은 다음과 같다. “능력 범위 x 경제적 해자 x 경영진 x 밸류에이션”이다. 4개 중 하나가 0이면 모두 0이 된다. 능력 범위야 개인마다 다르고 학습과 경험을 통해 확대할 수 있는 것이고, 경영진 분석(그레이엄은 이 부분도 숫자에 들어있다는 관점이다)은 정성적인 부분이 많아서 제외하면 결국 경제적 해자(모부신이 말한 트리거 부분)와 밸류에이션만 남는다. 좋은가와 싼가.
최근 5년 매출과 이익 추이다. 좋은가? 좋다. 내가 눈여겨 보는 찍히는 순이익과 FCF가 거의 같다. CAPEX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상승각도는 불만이다. 5.5% 속도로 증가하는 데 최근 성장률이 더 떨어졌다. 이 부분은 좋지 않다.
내가 만든 투자 전략 지도로 보면 S&P500과 비교해도 좋다. 수익성도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역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게 보인다. 그럼에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에서 실제 성장률과 차이는 단위당 성장률 때문이다. 수익률과 밸류에이션은 특별히 큰 변동없이 거의 일정범위에서 움직인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낮은 기대치를 사고 높은 기대치를 파는 것입니다. 배수나 수익률 또는 다른 척도는 우리가 어느 연못에서 낚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표를 제공할 수 있지만 배수나 수익률은 답이 아닙니다. 그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그 중 일부는 가능한 한 정말 유연하게 대처하고 “기회는 어디에 있고, 기대치는 어디에서 잘못 책정되어 있는가?”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가치 지향적인 사람이라면 가장 어려운 일은 나서서 “성장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과거에 본 것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 밸류에이션만 남았다. 도미노피자 내재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할 것인가? 모부신이 제시하는 역DCF로 할 것인가, 아니면 대부분 애널리스트처럼 PER 멀티플(현재 26.17)을 쓸 것인가. 그냥 도박을 계속 하지 않을까?!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것을 좋아하고, 투자자들은 이 목표주가대로 주가가 가는지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회계 기반의 이익 추정치에 배수를 가정해 목표주가를 뚝딱 만들어낸다. 따라서 기대치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측투자 프로세스를 이용하면 목표주가를 점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당연하다. 목표주가를 활용하는 법은 다음과 같다. 현재 주가에 담긴 시장 기대치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터보 트리거를 결정하자. 여기까지 준비되었으면 목표주가로 가자. 목표주가를 이용해 터보 트리거가 얼마만큼 되아야 하는지를 결정하자. 이 수치를 경쟁 전략 분석 및 재무성과 분석 결과와 비교해서,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자. 애널리스트도 자신이 제사한 목표주가에 담긴 의미, 즉 회사의 미래 실적 기대치를 보여주면 놀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회계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나 PIE로 가지 않는 한 그들은 목표주가에 담긴 의미를 알기 힘들 것이다.” – 마이클 모부신, 예측투자
버핏의 후계자 토드 콤스가 쓴 글를 찾아 보면 할인율 10%에서 PER 26이 되려면 성장률이 15%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내 생각엔 버핏, 멍거, 토드 콤스, 테드 웨슬러 그리고 마이클 모부신 (비탈리 카스넬슨도 추가한다) 정도만이 PER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아쉽게도 국내 전문가들 중에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대부분 교과서적인 의미 그대로만 이해하고 있다. 토드 콤스의 관점에서 보면 도미노피자(공교롭게도 현재 PER 26이다..ㅋ)는 비싸다. 난 이런 방식이 휠씬 쉽고 빠르고 직관적이라 좋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언급하면서 구글 검색을 한번 했더니 평상시 챙겨 보는 구글 뉴스란에 검색한 것에 대한 관련 기사가 떴다. “SK하이닉스의 1등 비결엔 ‘성과급 공감대’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계산을 경제적 부가가치(EVA)로 하느냐 영업이익으로 하느냐를 자세하게 분석한 기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양사 간극이 벌어진 데는 성과급을 중심으로 한 인재 관리 문제가 컸다는 분석인데…구글은 역시 내 행동을 다 보고 있구나.
SK하이닉스는 연 2회 지급되는 PI를 책정할 때 생산량 목표 달성을 전제로 OPM 30% 초과시 기본급 150%, OPM 15~30% 기본급 125%, OPM 0~15% 기본급 100%, OPM -10~0% 기본급 50%, OPM -10% 미만 0%로 나뉜다. 이번 3분기 OPM 40%를 달성했으므로 올 하반기 PI도 150%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연 1회 지급되는 PS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기본급의 최대 100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올해 20조 가까운 영업이익으로 볼 때 PS 재원만 2조원이 된다.
과거 2021년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셌고 경영진이 결국 이를 받아들여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영업적자가 난 와중에도 직원들에게 자사주와 격려금을 줬을 정도로 노사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여전히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한다. 직원들이 SK하이닉스처럼 변경을 요구했지만 그대로라고 한다. 영업이익이 100억원이라도 자본비용이 90억이 들어갔다면 성과급 산정 기준은 100억원이 아닌 10억원이 되는 것이다. 만일 재원의 10%를 성과급으로 나눠준다고 했을 때 영업이익 기준이면 100억원의 10%인 10억이 재원이 되고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이면 10억원의 10%인 1억원이 재원이 되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게 된다.
예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산출하는 식은 ROIC에서 WACC를 차감한 후 투하자본(IC)를 곱하는 것이다. 그러나 EVA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각 항목을 결정하는 데 있어 주관적 판단이 상당수 포함되는데 있다. 투하자본을 어떻게 결정할 지(투하자본은 현금성자산을 얼마나 포함시킬 것인지 자산의 성격을 어떻게 판단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또는 WACC를 얼마로 계산할 지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전망대로 20조원 영업이익을 넘긴다면 PI 재원은 영업이익의 10%면 최소 2조원이 넘는다. 만일 경제적 부가가치(EVA)로 한다면 지금까지 개별 사업부단은 자세히 뜯어 봐야해서 일단 패스하고 회사 전체 ROIC 12%(TTM) 또는 10년 장기평균 ROIC 12.7%를 적용하더라도 WACC를 10% 정도로 보면 2.7% x IC(약 80조)면 2.16조가 된다. 여기서 몇 %를 재원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같은 10%를 적용하면 2,160억이 되며 100%를 적용해야 영업이익 기준과 같아진다. SK하이닉스의 WACC를 물어보니,
이렇게 되면 (12% – 7.44%) x 80조 = 3.6조의 10%인 3,600억원이 성과급 재원이 된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ROIC를 어떻게 계산하느냐, WACC를 얼마로 볼 것인가, 또 IC를 어떻게 계산하느냐, 이익의 몇 %를 할 것인가에 따라 숫자는 달라진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영업 비밀을 이유로 종업원들에게도 제대로 된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참고로 삼성전자 WACC를 똑같이 물었더니 6.98%라고 답한다.
아래 그림은 내가 단순화한 SK하이닉스의 5년 평균 현금흐름이다. 5년 평균 영업이익이 6.6조니까 올해 20조원을 넘기면 대단한 실적인 셈이다. 심플하게 5년 평균 지출 이자 5,028억원를 빌린 재무현금흐름 평균 3.87조로 나누니까 약 13%가 나온다. 비록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부채비용을 이 숫자와 비슷한 것으로 가정하고, 일반적으로 자본비용은 부채비용보다 높기 때문에 만일 SK하이닉스의 실제 WACC가 이것과 비슷한 숫자가 나온다고 보면 종업원 입장에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PI 재원을 결정하도록 한건 탁월한 선택이 된다.
옆으로 잠깐 빠지는 이야기지만 앞서 멍거는 버핏이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계산하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만일 SK하이닉스의 내재가치를 추정한다고 하면, 5년 평균 영업이익 6.6조를 주주이익(운전자본변동까지)으로 환산하면 마이너스 숫자가 나온다. 이런 기업은 계산할 필요도 없이 패스하는 방식이다. 좋게 본다해도 6.6 x 7 = 46조 혹은 6.6 x 15 = 99조 범위에서 살펴 보는데 현재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영업이익 20조(일시적이 아닌 지속성이 중요하다)를 선반영해서 130조 언저리에 있으므로 비싸다 혹은 잘 모르겠다로 던져 두지 않을까 싶다. 가치 계산이라는 게 반드시 복잡해야 할 필요는 없다. 버핏 말대로 뚱뚱한지 아닌지를 꼭 몸무게를 재봐야 아는 것은 아니니까. SK하이닉스의 최근 영업이익 추이는 다음과 같다. 이런 기업의 5~10년 뒤를 어느 정도 정확도로 예측 가능한가?
과거 기사 검색으로 삼성전자 ROIC와 WACC를 검색했더니 “삼성전자의 WACC는 지난 2013년 16.74%에서 2014년 14.04%로 하락했다. 이어 2015년에는 8.99%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13.04%로 재차 올랐지만 2014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에는 19.64%로 크게 상승했다.”라고 나온다. 기사에서 ROIC는 WACC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므로 당시 기준으론 경제적 부가가치가 거의 없다. 그래서 삼성전자 과거 10년 ROIC 평균을 계산해 보니 11.56%, 현재 ROIC 6.22%(TTM) 수준으로 물론 사업부별로 다르겠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 WACC 8%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경제적 부가가치(EVA)는 이 정도로만 이해해도 충분하다. 찰리 멍거의 다음 이야기를 새겨 듣자. 삼성전자든 SK하이닉스든 현금흐름의 저 긴 붉은 막대(CAPEX)때문에 버핏과 멍거가 싫어하는 비즈니스다.
“사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12%를 벌고 연말에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12%를 벌지만 초과 현금은 모두 재투자되어야 하며 현금은 전혀 없습니다. 자기 장비를 다 보더니 ‘내 이익은 다 거기 있다’고 말하는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그런 사업을 싫어합니다.”
“나는 내가 인센티브의 위력을 잘 아는 상위 5%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평생 그 영향을 과소평가해 왔습니다.”
“EVA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허들레이트(최소 수익률)는 기회 비용을 기준으로 합니다. 지극히 합리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시스템은 모든 라벨과 전문 용어로 우리에게 필요 없는 짐이 많습니다. 우리는 EVA에 묻힌 암묵적이고 간단한 것만 사용합니다.”
“EVA에는 엉터리와 헛소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게임은 이익잉여금을 더 많은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EVA는 자본 비용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가 높은 자본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면 잘 될 것입니다. 하지만 멘탈 시스템 전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 찰리 멍거
다음은 버핏과 멍거가 투자한 애플의 5년 평균 현금흐름이다. 길고 붉은 막대는 CAPEX가 아니라 주주에게 돌려주는 자사주매입이다. 마찬가지로 이 그림 하나로도 대략적인 애플의 내재가치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애플의 ‘capitalization factor’1는 얼마를 주어야 할까. 현재 애플은 싼가 비싼가.
굳이 S&P500 평균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애플이 좋은 기업인건 다 아는 사실이니까 이런 기업은 밸류에이션만 신경쓰면 된다.
“승수의 범위를 좁히려면, 임의로 범위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13을 중심점으로 8~18까지 설정하는 방식을 좋아 한다. (앞에서 나온 다우존스산업지수의 승수 15는 평균보다 높은 숫자에 해당한다.) 특정 승수를 선정하는 구체적인 공식 같은 것은 없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장기 전망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질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물론 일종의 등급 시스템을 개발해서, 성장 전망, 내재적 안정성, 경영진 자질 등에 점수를 매겨 승수를 산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순수 예시 목적일지라도 이런 공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겠다. 사람들이 그런 공식에 지나치게 권위를 부여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 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