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링크가 단 하나도 없는 블로그라니

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내 블로그 백링크가 0이다. 검색순위가 올라가려면 좋은 글을 SEO에 맞게 잘 쓰기도 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 특히 권위있는 곳에서 링크를 달면(백링크라고 한다) 순위가 많이 올라간다. 이상한 곳에서 링크를 많이 달면 또 순서가 내려간다. 나야 인터넷 구석에 은둔해서 그냥 혼잣말로 주저리 주저리 생각을 남기는 수준인지라 남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걸 원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니 백링크가 단 하나도 없는 블로그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네이버 웹마스터도구 콘텐츠 확산

그래도 네이버 웹마스터도구에 들어가 보고 “콘텐츠 확산 정보가 없습니다”란 메시지를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 ㅋ 명색이 그래도 블로그를 하면서 자신조차 홍보를 하나도 안한다면 그 블로그에 볼 낯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고..

그래서 제 블로그를 추천해주시거나 링크를 달아 주는 분들에게는 알고 싶은 기업의 투자 전략 지도를 이메일로 보내드리는, 별 영양가 없는(?) 이벤트를 조촐하게 일정기간 동안 진행해 볼 예정. 참여는 Contact에서 하시면 됨. 투자를 하나도 안하시는 독자라도 궁금한 기업이 있으면 한번 트라이해 보시길~

구글의 두 창업자가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참고자료를 논문 말미에 등재하는 것을 아이디어로 구글을 창업했다. 참고자료에 많이 언급될수록 좋은 논문인 것처럼 남들이 링크를 많이 거는 사이트가 더 좋은 사이트가 아닐까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지금의 구글을 만들었다. 좋은 사이트라면 이렇게 이벤트를 따로 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람들에게 추천되고 링크되고 전달된다. 난 아직 좋은 사이트 근방에도 못가서 이렇게 이벤트까지..해도 참여율은 거의없으리라고 본다..ㅋ 투자 전략 지도가 꽤나 좋은 툴인데도 불구하고 별 영양가 없는 이벤트로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좋은 기업의 조건 하나

받아 보는 자료에 오류가 보여 몇 개의 오류 리포트를 적어 보냈다. 바로 피드백이 돌아 온다. 오류의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서 다시 오류 리포트를 보내면서 고객인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생각해보니 한창 AI서비스들을 사용할 때였다. 내가 왜 내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AI들의 오류를 수정하고 있지?

좋은 기업의 조건 중 하나가 열성적인 팬이다. 바로 떠오르는 게 테슬라 정도 되겠다. 테슬라 주주들은 그야말로 열성적이다. 스스로 베타테스터가 되어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해서 몰아보고 개선점을 회사에 자발적으로 제안한다. 따로 테슬라가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주주들이 SNS를 통해 테슬라의 장점에 대한 홍보를 자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충성심이 없으면 개선점을 제안하는 게 아니라 불만을 토로하고 환불을 요구하거나 기업과 적대적으로 변한다. 대체로 소비자는 변덕스럽고 참을성이 없다.

“궁극적으로 초기 단계의 회사를 평가할 때, 저는 그것이 예술과 과학의 조합이라고 말합니다. 예술은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이고, 과학은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을 아는 것입니다. 회사가 초기일수록 예술에 대한 것이 더 많은데, 이 경우 예술은 제가 제품과 사용 사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 Sarah Tavel,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기업가

고객뿐만 아니라 종업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개선점을 찾고 회사에 제안하고 오류를 찾아 내서 바꾼다. 창업자에 대한 존경심이 됐든, 종업원도 주식을 가진 오너십이 됐든, 아니면 종업원과 기업간 조직 얼라인먼트가 일치하든 간에 좋은 기업은 충성심이 가득한 종업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기업은 대체로 좋은 사람들과 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창업자로서의 초점은 제품의 일상에서 회사와 조직의 일상으로 옮겨갑니다. 제품이 회사가 됩니다. 제품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엄격함을 회사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제품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위한 운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기업 문화는 엄청난 경쟁 우위입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워드프레스를 오픈소스로 만들고 배포하고 운영하는 오토매틱에 최근 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를 링크하려고 관련 뉴스를 검색했더니…국내 언론에 단 하나의 기사도 없다. 그나마 링크한 글 하나만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관심밖이다.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 약 43%가 사용하는 CMS인데 이렇게 관심이 없다니..

워드프레스

사실 WordPress는 오픈소스 제품, 비영리 단체, 영리 기업, 상표 및 라이선스의 복잡한 혼합물이었다. 이 싸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세계에서 무엇이 적절하고 무엇이 적절하지 않은지에 대한 싸움으로 확대되면서 오토매틱 내부 종업원 중에서도 CEO의 뜻에 반대하는 일부 의견들이 표출되었고 이에 CEO 매트 뮬렌웨그는 일정 금액의 돈(3만 달러 또는 6개월치 급여 둘 중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라는 의사표시를 했고 조직의 약 8% 넘는 종업원들이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WP Engine(사모펀드 회사인 실버레이크는 2018년에 WP Engine의 지분 대부분을 매수하여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사회 의석 3개를 확보했다)과의 싸움은 WordPress와 Automattic 간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고, 오랫동안 그를 지지해 온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자산이 1,000억 달러가 넘는다)는 오픈소스 이상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본에 대한 수익만 원한다는 이유로 싸움을 시작했지만 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워드프레스 고객과 오토매틱 종업원의 충성심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들기 시작한 것 같다.

블로그 운영 철학

세계적인 대기업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이다. 그래픽 없다(가이코 로고정도). 메뉴없다. 그냥 방문자가 필요한 정보로 바로 클릭해서 들어갈 수 있는 하이퍼링크뿐이다. 하이퍼링크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텍스트 정보들과 역시 또다른 하이퍼링크로 구성됐다. 마치 초창기 인터넷 사이트를 보는듯한 기분이다. 돈을 잘 버는 회사에 방문했는데 허름한 사무실에 딱 필요한 인원만 분주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사이트를 방문하면 대략 그 기업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 블로그에는 어떤 운영 철학이 보일까?! 블로그 운영 철학이 보이긴 할까.

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화면

역시 초거대기업 구글 홈페이지 화면이다. 인터넷 모든 정보를 품고 있지만 초기 화면은 극도로 단순함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모습이다. 모든 광고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 광고도 없다. 모든 인터넷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보여지는 기술은 아무 것도 없다.

구글 홈페이지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내는 것. 불필요한 게 단 하나라도 없는 상태. 샤넬은 문을 나서기 전 전신 거울을 보면서 딱 하나 뺄 게 뭐가 있는지를 살펴 봤다고 한다.

거창하게 운영 철학이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먼저 제목 장사질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 장사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모두의 시간만 빼앗는 백해무익한 행위다. 키워드를 먼저 선정하고 거기에 맞는 글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 누구 눈치 안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AI가 양산할 법한 뻔하디 뻔한 정보 나열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다 아는 정보를 단순 정리하는 AI가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글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길 추구했다.

광고 클릭을 유도하거나 광고 블록 프로그램 제거를 요구하지 않겠다고도 생각했다. 내 블로그 공간에 광고를 올릴 내 자유도 있고 독자가 광고를 블록해서 보지않을 자유도 있다는 생각이다. 내 경우 좋은 콘텐츠를 보면 자발적으로 블록 프로그램을 중단해서 광고를 띄우는 것으로라도 수고에 대한 작은 기여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 다른 누군가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 두 개 사이트와 내 블로그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내 블로그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난 블로그에 복잡한 기능을 넣거나 현란한 디자인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지금 블로그 디자인(워드프레스 기본 디자인 중 하나)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CMS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 블로그의 첫 독자는 나이므로 현재는 내게 필요한 기능만 적절하게 들어가 있고 글쓰는 공간도 최대한 단순하게 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포탈에서 블로그를 할 때는 특정 글에 트래픽이 집중되면(아주 오래전이지만 하루에 만 명 이상 들어왔을 때도 꽤 있었다) 그 글을 비공개로 돌리는 일을 반복했다. 어떤 일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글에 트래픽이 몰리는 일이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하나하나 몰린 글들을 모두 비공개로 돌렸었다. 지금 블로그 운영하는 사람들이 보면 무슨 미친 짓이냐 싶을 행동이다. 언론에서 취재하겠다는 것도 두 번 정도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내 블로그에 오프라인 지인들이 어찌 알고 찾아 오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일부러 알리는 일도 하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서비스나 SNS는 이를테면 거대한 아파트 단지 방 하나를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는 셈이고 이런 독립형 블로그는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것과 비슷하다(쓰다보니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적은것 같아 검색하니 역시 있었다^^) 아파트는 북적거리는 맛이 있고 전원주택은 한적하고 조용한 맛(예상은 했지만 역시 댓글과 좋아요 같은 상호작용이 정말 없다..ㅋ)이 있다. 최근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것 같아 조금 움직여볼까도 싶다..ㅎ

“당신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다른 사람 이야기의 일부가 될 뿐입니다.”
– 테리 프래쳇

이젠 나도 나이가 드니 오는 사람(트래픽)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검색이 몰리면 그런갑다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도 또 그런갑다 한다. 버크셔나 구글이 저렇게 단순한 홈페이지를 유지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이 복잡한 디자인과 현란한 기술들을 홈페이지에 집어 넣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 각자 편한 자신만의 옷을 입고 산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블로그에 혼잣말 남겨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무수히 번성했다 사라진 콘텐츠들…내 블로그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이유가 없다. 언젠가 다 사라질 말들이다. 다들 그래서 책을 쓰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