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숫자들

몇 번 반복해서 올리지만 내가 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숫자들이다. 숫자들을 기록하는 것도 블로그 운영의 묘미라 생각해서 이렇게 가끔씩 내가 보기위해 사진 찍어둔다. 방문자당 보는 페이지수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검색을 통해 들어 온 방문자들은 거의 대부분 그 글 하나만 읽고 빠져 나가지만 재방문자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글을 읽는다. 지난 1월 한달 동안 지속적으로 4분 이상 유지하던 블로그 체류시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새로운 글이 올라가지 않으니 재방문율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모두 다 새로운 글, 그리고 글의 품질과 상관관계가 높은 숫자들이다.

블로그 통계


이 작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하는 것도 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최근엔 내재가치 계산기 하나를 만들어 놓고는 그만 새로 글을 쓸 에너지가 고갈돼 버렸다. 내리막 길이 아닌 이상 자전거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넘어지지 않듯 블로그란 놈은 새로운 글을 계속 올려야 한다. 예전에 이 블로그가 그랬듯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고 방치된 블로그는 죽은 블로그다. SNS를 떠날 때부터 이미 각오한 일이지만 이 곳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은 거의 기대할 수 없이 그냥 인터넷이라는 허공에 소리치는 것과 같아서 운영자가 홀로 서지 않으면 블로그는 계속 유지할 수 없다.

물론 사업하듯 AI를 이용(아무리 사람 손을 탔다 해도 AI가 쓴 글은 티가 난다)해 하루에도 몇 십 건의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엄청난 광고 수익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고 활발하게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분야에는 그런 아웃라이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예외적인 상황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내 스타일은 그런 방법들을 모두 안다해도 안한다는 쪽이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그럴 능력도 없지만 하루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며 단타로 수 억을 벌 수 있다고 해도 안한다. 효율, 비용편익, 기회비용, 로직, 확률과 기대값…이런 것들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블로그 국가별 통계

Contact을 통해 들어오는 거의 대부분의 메시지는 돈을 써서 광고하라는 글이다. 영어로 써놔서 그런지 대부분 해외 사이트다. 돈을 주면 블로그를 홍보해서 트래픽을 쏴주겠다는 글, SEO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글, 더 좋은 도메인을 구매해 보라는 글, 엊그제는 해외 대출을 해주겠다는 글이 들어오기도 했다. 다들 이 작은 블로그까지 들어와서 홍보하느라 참 열심히 살고 있다. 물론 하루에 1~2건의 해킹 시도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정말 열심히들 산다. 이런 조그만 블로그 해킹해서 뭐가 남는다고..

넘어진 자전거

아직까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비용보다 편익이 크기 때문에 이리 주말에도 들어와서 글을 남긴다. 이게 뒤집히는 순간이 오면 아마 그때는 또 넘어진 자전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넘어지면 블로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숫자들도 추락할 것이다. 늦은 숫자보다 빠른 숫자 이면을 미리 볼 수 있어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가 진화해야 하는 이유

미국 시장이 비싼 이유

토드 콤스가 말한 “할인율 10%에서 PER 26이 되려면 성장률이 15%가 되어야 한다.”의 의미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대략 아래와 같다. 한창 밸류에이션 공부할 때 만들었던 그림인데 이 정도만 공유해도 전체 그림의 내용을 대충은 알아볼 듯. 빨간선 4개, 주황 점선 2개, 그리고 파란선 2개.

밸류에이션 그림

현재 미국 S&P500 PER 30 수준이고 포워드PER 22 수준이다. PER 22는 토드 콤스의 계산대로라면 성장률이 대략 12%가 되어야 한다. S&P500의 최근 5년 성장률이 대략 8.6% 내외 수준이고 10년으로 길게 놓고 보면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보면 여전히 미국시장은 AI 같은 테마로 현재 고평가이긴 하지만 과거 2000년대 초반 인터넷과 IT 열풍이 불 때처럼 터무니없이 높은 밸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의 현재 밸류가 싸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S&P500 PER

그레이엄 시대에는 연평균 7% 이상 성장하는 기업들을 성장주로 봤었다. 주말에 S&P500 가운데 7% 이상 성장하고 있는 기업의 수를 세어 봤더니 거의 50%에 육박했다. 5년 성장 평균이 8.6%니 일일이 세지 않더라도 당연한 결과다. 그레이엄이 성장주라고 부를 기업이 거의 반 이상이다. 투자가 진화해야 하는 이유, 가치 투자 3.0을 알아야 하는 이유, 필립 피셔의 책을 다시 한번 읽을 이유다.

“저는 작은 수익을 많이 벌려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는 아주 아주 큰 수익을 원합니다.”
– 필립 피셔

필립 피셔의 15가지 질문 가운데는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질문도 있다. “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적인가 장기적인가?” 이는 내재가치 계산기에서 “당신의 시간지평은 몇 년인가?” 와 같은 말이다. 내 어림 계산에 의하면 첫 문단에서 토드 콤스의 시간지평은 최소 7~10년이다. 버핏의 시간지평도 거의 비슷하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소유하거나 잠재적으로 오랫동안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오랫동안 소유했던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이 유용하다”
“We find doing nothing the most difficult task of all.”
– 워런 버핏

“기다림은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릴 수 없습니다. 지연된 보상 유전자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The first rule of compounding is to never interrupt it unnecessarily”
– 찰리 멍거

투자에서 어려운 것은 좋은 기업을 고르는 안목을 갖추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은 복리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도록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목에는 약간의 지능이 필요하지만 인내에는 어마어마한 기질이 필요하다. 지능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기질은 귀하다. 그래서 그레이엄은 없는 기질을 활용하기 보단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간의 지능을 활용해서 현명하게 투자하라고 가르쳤다.

“어떤 회사를 사야 할지 분석하는 데 천재가 될 수도 있지만, 주식을 계속 보유할 인내심과 용기가 없다면 평범한 투자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좋은 투자자와 나쁜 투자자를 가르는 것은 항상 두뇌의 능력만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규율입니다…거울 앞에 서서 자신이 장기 투자자이며, 주식에 대한 믿음을 지킬 것이라고 맹세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어떤 사람들에게 장기 투자자가 몇 명인지 물어보면, 모두가 손을 들어 보일 것입니다. 요즘은 장기 투자자라고 주장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렵지만, 주식이 폭락할 때 진짜 시험이 옵니다.”
– 피터 린치

내재가치 계산기 추가

분석가의 역할은 주식을 채권처럼 바꾸는 것

블로그에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해서 기록으로 남긴다. 애초에 인터넷에 공개하려고 했다가 정보들이 너무 많아져서(유료인 구루포커스와 비슷할 정도) 포기했던 내재가치 계산기를 정말 핵심적인 기능만으로 방금 공개했다. 블로그 메뉴의 Calculator를 누르면 바로갈 수 있다. 90%의 투기자들에겐 아무 필요도 없는 기능이고 5~10%의 투자자들에겐 가끔씩 싸다 비싸다를 참고할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끔씩 올리는 10초 내재가치 계산기의 로직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기업분석 전에 사용해 본다면 나처럼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버전은 구루포커스와 거의 유사하다. 내가 먼저 내재가치 계산기를 만들고 나중에 구루포커스 DCF 계산기를 알게 됐는데 내가 만든 것과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었다. 내 버전도 국내외 기업명만 입력하면 입력 변수가 자동으로 들어가도록 세팅되어 있다. 거기서 변수를 사용자가 직접 변경할 수 있도록 했는데 구루포커스도 같은 방식..^^ 오늘 블로그에 공개한 계산기는 사용자가 참고자료 없이 직접 변수들을 알아서 입력해야 하는 기본 버전으로 UI도 거의 손대지 않은 거친 버전이라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충분히 참고할 수준은 되니 한번씩 사용해 보시길~

계산하는 뇌

“내재가치란 여러분이 미래에 대해 모두 알고 있고, 지금부터 심판의 날까지 기업이 여러분에게 줄 현금을 모두 예측할 수 있다면 적절한 할인율에 반대되는 숫자를 말합니다. 이 숫자가 바로 기업의 내재가치, 즉 지금 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하는 유일한 이유는 나중에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죠? 그것이 바로 투자의 목적입니다.

이제 채권을 보면 미국 국채를 보면 무엇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매우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채권에 바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자를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나와 있습니다. 원금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이자율이 변하면 내일 바뀔 수 있지만 현금 흐름은 채권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 현금 흐름은 주권에 인쇄되어 있지 않습니다.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비즈니스에 대한 지분을 나타내는 주권을 채권으로 바꾸어, ‘앞으로 이 주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 워런 버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