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2024년 주주서한을 읽다가

“가끔 버크셔를 위해 인수한 기업의 미래 경제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자본 배분이 잘못된 경우입니다. 이는 시장성 있는 주식에 대한 판단(우리는 이를 기업의 부분 소유권으로 간주합니다)과 100% 기업 인수 모두에서 발생합니다…가장 큰 죄악은 실수나 찰리 멍거가 “엄지손가락 빨기”라고 불렀던 것을 늦게 바로잡는 것입니다…2019~23년 동안 저는 여러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실수’ 또는 ‘오류’라는 단어를 16번이나 사용했습니다. 다른 많은 대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이 두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저는 비즈니스의 잠재력과 매니저의 능력과 성실성 모두에서 즐거운 놀라움을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성공적인 결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사업적 결정으로는 GEICO, 경영적 결정으로는 아지트 자인, 그리고 찰리 멍거를 특별한 파트너이자 개인적 조언자이자 확고한 친구로 만난 행운을 생각해 보세요). 실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실수는 사라지지만 승자는 영원히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시장성 있는 주식을 사용하면 실수를 했을 때 진로를 바꾸기가 더 쉬워집니다.”
– 워런 버핏 2024년 주주서한

인용한 글의 대부분은 실수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번 주주서한 전체를 내방식으로 요약하면 결국 “EBITDA에 대한 무시와 ROIC에 대한 강조와 함께 관리자의 성실성과 재능을 강조하고 마지막으로 시장성 있는 주식에 한번 투자하면 수십년을 투자한다는 장기 시간지평”으로 읽힌다. 버핏이 평상시 늘 하던 이야기의 반복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1965년 부터 지금까지 60년 동안 19.9% 복리로 성장(벤치마크인 S&P500은 같은 기간 10.4%로 성장)했다. 수익률 20%로 계산하면, 60년 전에 1억을 투자했다면 현재 5조 6천억이 되는 놀라운 숫자다. 이런 복리수익률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수익률을 올리는 데 집착하고 60년을 평가절하하고 초기 투자금 1억은 생각도 않는다..

버크셔해서웨이와 S&P500 30년 수익률 비교

이 중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 EBITDA대신 주주이익으로 계산하는 것? ROIC의 지속성을 확인하는 것? CEO의 질을 평가하는 것? 아니다. 의미있는 초기 투자금을 악착같이 모으는 것과 함께 꾸준히 투자 지식을 쌓으면서 꽃과 잡초를 구분하는 분별력과 더불어 무엇보다 꽃의 향후 수십년을 바라보는 버핏의 시간지평과 함께 시장의 등락에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버핏의 자질이다. 이런 재능과 기질 역시 타고난다. 그러니 어설프게 버핏 따라하겠다고 흉내내지 말길! 특히 우리나라는 주주이익으로 계산하고 ROIC 지속성으로만 필터링해도 남는 기업이 거의 없는 시장이다. 거기다 주주를 진정한 동반자로 생각하는 CEO까지 곁들이면…그래서 난 모멘텀이나 테마, 유동성에 따라 변동성 크게 움직이는 우리나라 시장을 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대응하는 쪽이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관리자를 뽑을 때 저는 후보자의 학교는 절대 보지 않습니다. 절대로! 저는 평생 학습을 열렬히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경영을 잘하는 인재의 상당수가 재능을 타고난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 워런 버핏 2024년 주주서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꽤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고 특정 함정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습에] 적합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좋은 아이디어를 주면 재빨리 받아들여 평생 활용했죠. 가르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죠. […] 자신의 역량 범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새로운 기술로 인해 그 범위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고칠 수 없는 것은 견뎌야 합니다.”
– 찰리 멍거

영업이익

“버크셔해서웨이는 영업이익(투자 수입 제외)으로 474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12월 31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약 9,740억 달러(현재 약 1조 3300억 달러)였으며, 그 중 3,340억 달러는 현금이고 2,720억 달러는 유동성이 있는 증권이었습니다. 나머지 3,680억 달러는 운영 사업의 가치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운영 사업은 474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이는 7.8배의 P/E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는 작년에 13배였습니다. 시장은 이제 버크셔해서웨이의 운영 사업을 이전보다 더 낮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수학적 오류가 있거나 버크셔가 거대한 사기의 전면으로 판명되지 않는 한, 이것은 매우 매력적인 투자 기회입니다.”

버크셔는 순이익보다 영업이익(EBITDA와 달리 감가상각과 세금을 뺀 영업이익)을 중요하게 보고하고 있다. 순이익이 사업을 평가하는 데 어느 정도 유용하지만 출발점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념이라는 견해를 유지한다. 버크셔의 영업이익은 2021년에는 276억 달러, 2022년에는 309억 달러, 2023년에는 374억 달러였다. 의무화된 수치와 버크셔가 선호하는 수치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하루에 50억 달러가 넘을 수 있는 미실현 자본 이득 또는 손실을 제외한다는 점이다..^^

주말에 볼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주말에는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앞 글에서 권투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권투가 들어간 게 있나 하고 생각해 보니 생각나는 영화 하나와 드라마 하나가 있어서 추천해 본다. 일본 영화 “백엔의 사랑”을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맵고 뜨겁게”는 자포자기에 빠져 기나긴 세월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던 여성이 복싱 코치를 만나면서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바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넷플릭스에서 원작과 리메이크작 모두 볼 수 있다.

추천하는 드라마는 감독이 일본 영화감독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1월에 나오자마자 봤다. 그저 조연 한 사람의 직업으로 나올 뿐 권투가 주요 이야기 소재는 아니지만 드라마 자체가 재밌고 보고나면 일본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한다. 역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고 제목은 “아수라처럼”, 1979년 NHK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46년 만에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일본의 대표 여배우들(미야지와 리에, 오노 마치코,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이 총출연한다. 70대 아버지의 바람을 알게 된 가족, 그중에서 특히 4명의 딸들에 대한 아수라같은 이야기다.

아수라처럼 주연 여배우들

“외국의 관객들은 저에게 오즈 야스지로와 나루세 미키오 등 거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들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질문합니다. 이는 물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정작 저는 맨 먼저 무코다 구니코의 이름을 들게 됩니다…”일상의 디테일을 주의 깊게 살피는 눈”을 무코다 구니코를 비롯한 여러 TV 드라마 작가에게 배웠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브로커, 괴물…내가 봤던 감독의 영화들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니 꽤 된다. 물론 빠진 것도 있겠지만…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간에 2009년 쯤 감독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짧게 남긴 감상평이 남아 있어 여기로 가져온다. 가족을 다루는 감독의 치밀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아마도 올 연말쯤, 올 한해 본 영화중에 제일 좋았던 영화리스트를 적는다면 그중에 꼭 들어갈 것 같은 영화다. 나이가 먹을수록 생각이나 취향은 점점 고착화 된다고 하는데 요즘 영화를 보는 내취향은 점점 변해가는것 같다. 일본영화는 그 잔잔함과 너무 미시적인 것에 대한 집착(?)으로 그리 즐기지는 못했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내 취향을 조금은 허문듯..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한 걸음 늦게 깨닫게 된다.”

장남의 제삿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경험적으로 명절이나 제사 같은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즐거운 기운속에서도 늘 크고 작은 다툼이 있게 마련이고 이 부분을 다루는 우리나라 영화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관조하듯이 가족간의 자잘한 대화와 사건들을 통해 이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서 구성원들의 다름과 상처받음을 조금씩 조금씩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자신과 비교하게 만든다.

늘 자신의 일에 열심이지만 뒤돌아 보면 가족들과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있는 아버지, 현모양처로 한 세월을 살아왔지만 가장 큰 상처를 안고 속으로 곪아 있는 어머니, 아버지의 기대와 똑똑한 형을 따라갈 수 없어 늘 주눅들어 있는 아들, 시어머니와 미묘한 긴장관계일 수 밖에 없는 며느리, 그리고 양념과 같은 딸과 사위..엄마 토시코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키키 키린이 특히 돋보이는 영화다. 최근에 본 봉준호감독의 마더와 자연스레 비교가 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영화속의 엄마가 훨씬 더 무섭다..ㅎㅎ”

2009년 유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의식의 흐름으로 쓴 글

AI도 결국 의식의 흐름 아닐까

이번 글은 그저 생각나는대로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써 본다. 논리도 맥락도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공간에서 내가 생각나는대로 적겠다는데 누가 뭐라하겠는가.

며칠 전 갓난아기와 프로 권투선수가 함께 링 위에 서있는 그림을 올린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스포츠는 아니지만 내 머릿속 권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록키’다. 어렸을 때 인상깊게 봤기 때문인지 권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은 대부분 록키의 장면들이다. 최근 어떤 글을 읽다가 록키의 아폴로 역(아폴로 크리드를 연기한 배우 칼 웨더스는 NFL 프로 풋볼선수 출신, 아래 사진의 왼쪽 선수)에 실제 권투 선수였던 켄 노턴이 할 예정이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유로 출연하지 못했다고 한다.

록키와 아폴로

켄 노턴이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세상에…내가 최고의 권투선수라고 생각하는 알리를 이겼던 선수였다. 알리는 통상 5패를 했는데 그 다섯 명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켄 노턴에 대해 찾아보다가 그를 가르쳤던 코치 Eddie Futch를 알게 됐다. 에디 퍼치를 살펴 보니 세상에나!!! 알리를 이긴 5명의 선수 중 무려 4명이 에디 퍼치의 지도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 개의 AI에게 에디 퍼치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더니 여전히(?) 올바르지 않은 정보들이 뒤섞여 있기에 약간의 수정을 해서 눈에 띄는 부분과 궁금했던 부분들만 정리했다. 내게 AI는 여전히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한 신입사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내가 왜 얘를 가르쳐야 하지?! 내가 왜 얘가 아무렇게나 떠들어대는 말을 믿어야 하지?

“그는 전설적인 헤비급 챔피언 Joe Louis(조 루이스)와 스파링 파트너로 활동하며 권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습니다. Joe Louis와의 스파링에서 루이스가 “너를 때리면 내가 날카로운 걸 느낀다”고 말할 정도로 빠르고 영리한 복서였습니다. 하지만 건강 문제로 인해 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트레이너의 길을 택했습니다.”

“에디 퍼치는 권투를 “과학”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는 “권투는 체육관에 들어가서 그냥 때리는 게 아니다. 기술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고 강조하며, 철저한 분석과 전략으로 유명했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제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훈련을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프레이저에게는 알리의 머리를 피하며 몸통을 공략하라는 지시를, 노턴에게는 잽 타이밍을 맞추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스핑크스1의 젊음과 스피드를 살려 알리를 지치게 했습니다. 홈즈는 알리보다 긴 리치를 이용해 거리를 유지하며 싸우게 했습니다. 퍼치는 “너무 가까이 붙지 말고 알리가 다가오면 잽으로 찔러라”라고 조언했고, 홈즈는 이를 철저히 따랐습니다. 퍼치는 각 파이터의 신체 조건과 스타일을 고려해 훈련을 설계했습니다. 프레이저는 근접전, 노튼은 방어와 반격, 스핑크스는 스피드, 홈즈는 잽과 리치로 알리를 공략했습니다.”

갓난아기와 같은 권투 초보자를 그 사람에 맞는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승리를 만들어 낸 사람. 지금 내가 매수하는 주식의 반대편에는 매도하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다. 사각의 링에서 죽기살기로 주먹을 교환하는 권투선수들과 다른 점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지 않는다는 점과 투자는 운의 영향이 권투보다 훨씬 크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상대를 반드시 이겨야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에선 지지만 않아도 이긴다.

어쩌면 내가 블로그에서 별 영양가없는 투자관련 글을 쓰는 것도 나 자신 켄 노턴이 아니라 에디 퍼치를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다. 내 주변에 무수히 많은 챔피언들이 생겨나고 시장을 이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최소한 시장에 지지만 않는 사람들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퍼치는 될성부른 재목임은 분명한데 기가 거센 야생마를 조련하는데 명수였다. 87-90년 웰터급 챔피언을 지낸 말론 스탈링이 훈련중 거만을 떨자 “말론, 난 네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쳤어, 그러나 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아직)네게 가르쳐주지는 않았어”라고 콧대를 꺾어 놨던 일화는 유명하다.”

  1. 미국 위키피디아를 보니 “그가 훈련시킨 선수로는 무하마드 알리를 물리친 5명 중 4명인 조 프레이저 , 켄 노튼 , 래리 홈즈 , 트레버 버빅이 있다.”라고 적혀 있다…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