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를 잘 본다고해서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다

“Buy cheap and sell dear.” – Benjamin Graham

“재무제표를 잘 본다고해서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회계사들이 세계 최고 부자나 최고 투자자 순위 탑에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잘 보면 좋은 회사를 잘 가려낼 수는 있다. 찰리 멍거가 말한 죽을 곳은 피할 수가 있단 이야기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는 10분안에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10분 컷을 통과했다고 바로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제서야 자신의 관심기업에 올려두고 시간을 두고 하나씩 그 기업에 대해 심층조사와 분석을 시작하면 된다. 모든 시작은 재무제표 10분 컷이다. 10분 컷이야말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주는 지름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재무제표를 볼 줄은 알아야 한다. 어디가서 봐야 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재무제표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체크해야 하는지 본인의 재무제표 체크리스트도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쟁기업을 조사하고 그 기업의 재무제표도 살펴 봐야 한다. 재무제표 분석이 없는 투자는 대부분 투기이고, 분석과 생각없이 얻는 요행같은 수익은 오히려 본인을 파괴할 수도 있다.

기업의 성장을 볼 때 매출과 이익성장은 기본이고 영업현금흐름(OCF)과 잉여현금흐름(FCF)도 함께 봐야 한다. 좋은 기업은 OCF와 FCF가 터지다못해 폭발한다. 브랜드와 무형자산을 통한 성장이 크고 CAPEX투자가 낮기 때문이다. 경제적해자는 대부분 무형자산에서 나온다. 이는 지속적이고 높은 ROIC로 드러난다. 사내로 흘러들어오는 넘치는 FCF를 통해 자사주매입이나 배당같은 주주환원율이 높은 게 좋은 기업의 특징이다. 주주환원을 안한다면 내부유보된 현금을 추가로 사용해서 이익이 더 늘어나야만 한다. 이런 종류의 기업은 부채비율도 당연히 낮다. 이 모든 것의 흐름을 단 10분 이내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투자의 가장 기본이다.

그 다음은 밸류에이션이다. 기업의 현재 거래되는 가격이 가치에 비해 싼 지 비싼 지를 본인의 관점에서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 역시 투자의 기본이다. PER와 PBR과 같은 상대비교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방법이다. 모두가 다 사용하거나 알고 있는 방법을 써서 남들과 다른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밸류에이션을 공부할 때 비록 다 배우고 버릴지라도 반드시 절대평가 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절대평가의 단점을 보완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금흐름할인법(DCF)를 예로 들면 대부분의 분석에서 낙관적, 비관적, 일반적인 방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확률을 따져서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난 조금 다른 방법을 찾았다. 낙관적 비관적이란 수치도 너무 자의적이고 확률계산은 주먹구구를 벗어나기 힘들어서 나온 숫자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그 기업의 과거 10년 5년 3년 그리고 1년의 평균능력을 구해서 계산한다. 또 모두들 성장률을 매출성장이나 이익성장으로 구해서 들쭉날쭉한 값을 가져와 계산하지만 나는 훨씬 부드럽지만 정확도가 높은 제대로 된 성장률을 찾았다.

위에서 말한 이 모든 것에 기본을 구하고 자신만의 시각을 찾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독서와 경험과 사색과 대화가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일반 직장인은 이미 자신의 본업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어도 쏟을 수가 없다. 그래서 기업의 재무제표를 10분은 커녕 단 1분도 보지않고, 그저 구하기 쉽고 보기 편한 주식의 가격차트를 본 본인의 느낌과 감, 그리고 이 사람 저 사람의 말이나 보고서를 눈동냥 귀동냥해서 주식투자라는 걸 한다. 그 결과, 끝은 항상 주식은 절대로 하면 안되는 도박같은 게임이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

2년 전 SNS에 썼던 글을 그대로 가져왔다. 내가 쓴 글은 이렇게 구출(?)할 수 있지만 당시 SNS 친구들과 나눴던 생산적인 댓글들은 여전히 인질로 잡혀있다..^^ 직접 투자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살펴 보면서 효율적으로 숫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였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 고민들의 결과로 ’10초 내재가치 계산기’가 나왔고 ‘투자 전략 지도’가 나왔다.

사실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는 만들 때 부터 단순 계산기로 인터넷에 공개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마지막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후에 하나 둘 기능들을 추가하는 바람에 처음 내세웠던 ‘간단’이란 접두어는 빼야 할 정도로 꽤 복잡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나를 위해 어떤 기업이건 10초만에 원하는 결과가 바로 나오는 유용한 계산기가 됐다. 속도가 중요한 분야는 아니지만 어쨌든 애초 10분을 목표로 한 일이 10초로 단축되긴 했다. ㅋ

“주식 투자자는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아서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실과 분석이 옳기 때문에 옳은 것입니다.”
– 벤저민 그레이엄

주식은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비즈니스

버핏이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고 깨달은 가장 큰 것은 주식은 사고파는 종이가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사고파는 종이라면 기술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주식을 비즈니스로 이해하고 오너의 마음가짐으로 비즈니스를 분석하고자 한다면 미스터마켓이 매일매일 기분에 따라 제시하는 가격 움직임에 반응할 필요는 없어진다. 사업의 퀄리티를 판단하고 오직 안전마진을 고려한 내재가치 이하의 가격에만 배트를 휘두르면 된다. 버핏은 주식 투자자의 거의 90%가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의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워런 버핏


CR: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주식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고르는 것이죠.

WB: 네, 바로 그거죠. 하지만 11살 때는 주식을 골랐어요.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죠. 주식에 관심이 많았고 주식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차트를 만들었습니다.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도 읽었습니다. 에드워즈와 매기(Edwards and Magee)를 읽었는데, 당시에는 그게 고전이었던 것 같아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죠. 저는 오마하 공공 도서관에 있는 주식 시장에 대한 모든 책을 정말 다 읽었습니다. 처음 8년 동안은 주식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19살이나 20살 때 벤 그레이엄의 책을 읽고 제가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분석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읽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른 ‘주식’을 사지 않고 상장된 ‘비즈니스’만 샀습니다. 저는 한 기업의 오너가 되었고 주식이 다음 날, 다음 주, 다음 달, 다음 해에 오르든 내리든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죠. 주식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하지만 저는 비즈니스를 알고 있었습니다. 몇몇 비즈니스를 알고 있었죠.

CR: 무엇이 필요하죠?

WB: 올바른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90%의 사람들은 – 제가 이 수치를 끌어낸 것이지만 – 주식을 사는 사람들의 90%는 주식을 올바른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주식을 다음 주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시장을 상승하기를 바라는 무언가로 생각합니다. 하락하면 기분이 나빠지죠. 저는 [시장이 하락하면 더 많이 살 수 있어서] 기분이 나아지죠.

CR: 어떻게 생각하세요?

WB: 저는 10년, 20년 후 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죠. 그러면 더 많이 사게 될 테니까요.

CR: 경쟁심이 강한 것 같네요.

WB: 네. 그렇죠. 하지만 경쟁 대상에 대해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체스나 축구 등에는 경쟁심이 없어서 다행이죠. (웃음) 아니요, 저는 관찰자 입장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길 수 있는 게임에서는 경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CR: 킬러 본능이 있으신가요?

WB: 아니요, 정확히는 아닙니다. 킬러 본능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제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는 항상 크게 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11살 때 이미) 전 재산을 시티즈 서비스 우선주에 넣었습니다.

CR: $120.

WB: $114.75. (웃음) 전 재산을 투자한 그날(1942년 3월 11일) 이후로 저는 단 한 번도 제 돈의 80% 미만을 미국 사업에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주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저는 이를 미국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미국 비즈니스의 지분을 80% 이상 소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것을 소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과 가족이 원하는 물건 등을 소유하고 싶지만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집을 다섯 채 소유하는 것은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어느 정도는 잘못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집이 두 개라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This country has unleashed human potential like no other country has in the world, It’s been a terrible mistake to bet against the United States ever since 1776 — and I think it will continue to be a mistake.”

“투기로 돈을 잃었다고 해서 투기가 현명하지 못했다고 믿는 것은 큰 실수입니다. 당연한 결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투기란 불충분한 연구와 잘못된 판단에 근거한 경우에만 현명하지 못합니다. 저는 브리지 플레이어인 여러분에게 브리지 전문가들이 성공적인 플레이보다는 올바른 플레이를 강조하는 것을 기억합니다. 아시다시피, 제대로 플레이하면 돈을 벌고 잘못 플레이하면 장기적으로 돈을 잃게 되니까요.

부부 팀에서 가장 약한 브리지 플레이어였던 남성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후 마지막에 아내에게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항상 내게 표정을 짓는 것을 봤지만, 이번 그랜드 슬램은 내가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해냈어. 그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 그러자 그의 아내는 매우 침울하게 대답했습니다. “제대로 했으면 잃었을 거야.”

월스트리트, 특히 투기 분야에서는 신중한 계산을 통해 투자를 하려고 할 때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게임의 일부일 뿐입니다. 제대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투기가 아니며 건전한 투기에는 이익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공리적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벤저민 그레이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우리나라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게 너무 신기하기만 하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관련주 상한가로 먼저 느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정되고 서점 출판 관련 주식들이 급등을 했고 몇 개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말과 뉴스보다 자본의 움직임이 더 빠르다. 주말 아침에 그 중 몇개의 주가를 확인해 보면서 또 생각을 하게 된다.

한세예스24홀딩스 주가

예스24 시총 2,340억이다.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700억 가까이 올랐다. 발표 후 하루동안 판매된 한강의 책이 약 30만 권, 그 중 예스24가 13.2만 권을 판매했다고 한다. 30만 권을 대략 15,000원으로 계산하면 45억 매출이고 예스24는 약 20억 남짓 판매한 셈이다. 물론 한강의 책을 찾기 위해 매장이나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객수가 늘면서 자연스레 전체 매출 역시 증가했을 것이다. 실제 매출 증가와 주식 가격의 상승 사이엔 이런 관계가 있다. 사실보다 훨씬 급등한다. 물론 안좋은 뉴스에는 실제보다 훨씬 더 하락하기도 한다. 투자자는 시장의 이런 변동성에 끌려 다니기 보다는 이런 변동성을 하인처럼 이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에서 이야기했던 핵심 중 하나다.

한세예스24홀딩스 투자 전략 지도


습관처럼 한세예스24홀딩스 투자 전략 지도를 봤다. 국내기업 대부분이 위치한 바로 그 곳에 위치해 있다. 아무리 싸더라도(상한가 후 현재 PER 4.53) 이런 기업엔 시선이 가지 않는다. 테드 윌리엄스가 “타격의 과학”에서 말한 피해야 할 왼쪽 아래 공(아래 그림의 회색지역)이다. 나쁜 공에도 스윙을 하는 타자라는 점을 투수에게 간파당하면 타자는 절대 아무것도 할수 없다. 테드 윌리엄스는 sweet spot(아래 그림의 빨간 부분)에서 스윙을 했다.

“먼저 스트라이크 존을 77개의 작은 셀(cell)로 나눈다. 셀 하나는 야구공 한 개 정도의 크기다. 다음으로 77개의 셀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3개 반’의 셀에 공이 들어올 때 타격한다.”

버핏은 이 책에서 말한 ‘타자의 선구안과 기다림의 미학’을 자신의 투자 원칙으로 삼아 이 책의 표지를 자신의 방에 걸어 놓고 끊임없이 되새겼다.

타격의 과학


나는 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1. 지나간 좋은 공은 아쉬워하지 말 것
  2. 이미 휘두른 나쁜 공은 빨리 잊어버릴 것
  3.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좁힐 것
  4.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
  5. 마침내 기다린 공이 왔을 때 배트를 힘차게 휘두를 것

투자자라면 스스로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구분할 줄 알고 타석에 서야 한다. 당신의 sweet spot은 어디인가? 투자자라면 sweet spot으로 공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투자에는 삼진아웃이 없다. 당신은 기다릴 수 있는가? 선구안과 기다림은 대개 여기까지다. 정말 중요한 건 기다리던 sweet spot에 공이 들어왔을 때 정말 힘차게 휘두르는 것이다. 내 반성문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여기였고, 그리고 그 다음의 긴 기다림(배트에 맞은 공이 홈런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였다. 워런 버핏이 말한 기다림의 미학에는 이렇게 두 개의 기다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