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분산에서 고려할 점

워런 버핏은 분산투자를 무지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폄하했다. 무지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안다면 분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보통 자신이 틀릴수도 있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분산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버핏과 멍거는 그 위험을 분산이 아닌 안전마진으로 대비한다. 정확하게 잘 알고 있는 기업을 선택해서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한 가격으로 구매한다. 무지때문에 정확하게 틀리기 보단 지식을 통해 어렴풋이라도 맞는 쪽을 택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현명한 투자자’ 책에서 밝힌 사업가적 투자자(가장 사업처럼 하는 투자가 현명한 투자라고..), 공격적인 투자자에 해당되는 얘기다. 나와 같은 대부분의 직업이 있는 일반인이 투자 대상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버핏과 멍거처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기는 어렵다. 하루 대부분을 책을 읽으며 보내기는 더 힘들다. 그래서 일반 투자자, 방어적인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 분산은 필수적이다. 예전에 포트폴리오 적정 기업수에 대해서는 한번 얘기를 했었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 분산에서 고려할 점은 무엇일까?

“워런 버핏의 한탄 중 하나를 생각해 보세요. 그는 애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사이클 초기에 있는 기술 회사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를 살펴보면 성숙한 회사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치 투자자들, 적어도 예전 가치 투자자들이 취했던 접근 방식은 거의 스스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주가수익비율이 낮거나 장부가치가 크고 현금이 많은 주식을 사는 데만 몰두하다 보니 젊은 성장 기업을 놓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런 기업을 놓치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의 투자 철학이 당신을 라이프 사이클의 한 섹션에 집중시킬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한, 그것은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당신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투자 철학과 함께 오는 위험을 놓친다고 생각합니다.”

가치평가의 대가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포트폴리오 분산이나 다각화를 생각할 때, 업종의 분산이나 국가 분산을 생각하기가 쉽지만 난 다모다란 교수의 말처럼 기업 라이프 사이클의 분산, 혹은 가치투자 1.0과 2.0, 그리고 3.0의 분산도 함께 고려해서 잠재적인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다각도로 분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 방법론 자체가 젊은 성장 기업을 놓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버핏은 멍거의 도움으로 가치투자 2.0으로 진화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3.0으로의 진화는 더디다. 그의 후계자들은 거기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은 시점의 분산이다. 제대로 공부를 하고 주식투자를 시작한다면 시점 분산은 당연해 진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주식 10개 내외를 한꺼번에 찾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령 한꺼번에 찾았다면(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 한 번에 주식을 모두 구매하기보다 시점을 나눠서 분산투자해야 한다. 역시 내가 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나를 능욕하는 미스터마켓(역시 그레이엄이 의인화 한 말이다)이다. 내가 매수하길 기다렸다가 매수하기만 하면 내리꽂아 버린다. 그런 미스터마켓에 끌려다닐 것인가, 아니면 내 말을 잘 듣는 하인으로 부릴 것인가. 시장을 내리꽂아 할인가가 됐을 때만 매수해도 좋다.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 거들떠도 안보면 그만이다. 투자에는 삼진아웃이 없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말년에 자신의 책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사실 그레이엄의 뛰어난 점 중 하나는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책을 개정할 때면 항상 자신의 기존 주장을 뒤집거나 업그레이드했다. 자신이 틀렸을 때는 깔끔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지적 정직성’을 가지고 있었던 드믄 사람이었다. 말년에 그는 일반 투자자, 방어적인 투자자라면 애쓰지 말고 그냥 인덱스로 분산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었다. 버핏이 하는 말과 똑같은데 알고 보면 버핏이 하는 말의 90% 이상은 그레이엄의 말이다.

인덱스 수익률

약 10년 전에 다우(그레이엄 당시 대표 인덱스)를 샀다면 대략 145% 수익(CAGR 9.37%)이다. S&P500을 샀다면 190%(CAGR 11.23%), 나스닥을 샀다면 311% 수익(CAGR 15.18%)이다. 만약 나스닥 수익률처럼 년 15%로 꾸준히 수익을 낸다면 5년 후에 더블이 되고 50년 후에 1,000배가 된다. 복리의 힘이다. 물론 과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수익에서 중요한 건 기간이고, 기간에서 중요한 건 인내다. 그것이 스노우볼의 핵심이다.

주식을 공부하고 직접 선택하는 것보다 인덱스 투자는 쉽다. 쉬우면서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만 하면 전문가들보다 좋은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인덱스 투자자가 저 수익을 모두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성과가 떨어진다. 최근 모닝스타 연구에서 지난 10년 동안 인덱스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약 6.3%였다고 한다. 왜 그럴까? 가만히 두지 못하는 행동때문이다. 고가에 매수하고 저가에 매도하는 것처럼 인덱스도 개별 주식투자처럼 시장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쉽게 사고 쉽게 팔수록 수익률은 녹아 내린다.

요즘 또 글을 자주 올리고 있다. 글쓰는 것도 주기가 있나보다. 이제 다시 좀 줄여야 할 듯.

가치투자 1.0 가치투자 2.0 가치투자 3.0

버핏이 농장을 예로 들어 내재가치 계산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나도 농장을 예로 들어 투자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볼 까 한다. 가치투자 1.0 가치투자 2.0 가치투자 3.0에 대한 이야기다. 가치투자 3.0 시대의 내재가치 계산법은 또 달라져야 한다. 투자는 정말 어렵다.

초기 버핏은 농장의 재배작물이나 생산량과 상관없이 그저 주변 시세에 비해 땅 가격이 싼 농장만 사들이는 투자를 했다. 일정 기간 가지고 있다가 농장 가격이 올라가면 즉시 팔고 다시 싼 농장을 찾아 구매하는 방법(가치투자 1.0)이었다. 하지만 곧 가격 정보가 널리 알려 지게 되자 이런 정보 우위는 곧 사라졌다. 그러자 버핏은 재배작물과 생산량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은 농장이나, 출하지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운송비용이 적게 드는 농장과 같이 남보다 경쟁력 있는 농장에 집중(가치투자 2.0)했다. 사람들이 반복 구매해서 수요가 이미 충분히 많은 농산물 중에서도 독점력을 유지하는 농장에 주력했다. 농장 가격이 가치에 거의 근접하거나 조금 비싸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구가 남획된 후 대구를 잡는 어부들과 같다. 그들은 대구를 많이 잡지는 못하지만 같은 바다에서 계속 낚시를 합니다. 이 모든 가치 투자자들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대구가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르죠.”
– 찰리 멍거

사과 농장을 예로 들어 보자. 농부가 열심히 노력해서 다른 사과 농장보다 수확량이 훨씬 많고 사과 품질도 뛰어나서 생산하자 마자 바로 팔리는 농장이 있다. 이익률도 타 농장 대비 훨신 높고 농장 주주들에게 이익을 모두 돌려 주고 있는 훌륭한 농장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농부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더이상 수확량이 늘지 않고 오히려 수확량이 줄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사과 재배 환경에 큰 변화가 왔다. 사람들도 더이상 사과를 찾지 않고 다른 과일들을 찾는 경향이 늘었다.

바로 옆에 새로 생긴 농장은 다르다. 농부가 별로 열심히 일하지 않고 노트북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데도 훨씬 적은 인력으로 한 가지 종류로 특화된 게 아니라 여러가지 종류의 과일을 생산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배송한다. 고객 DB를 가지고 수요에 따라 생산 종류와 양, 그리고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 기후 변화에 상관없이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느라 초기 자금은 많이 들어갔지만 높은 수익률과 높은 성장으로 곧 BEP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가치투자 3.0).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환은 농업 노동자들에게 산업혁명의 출현이 가져다준 충격과 혼란만큼이나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실존적 불확실성의 잠재적 배경에서 과거의 행동 패턴이 철칙처럼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예측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며, 특히 그것이 과거의 변동성 측면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믿는 형태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그저 과거처럼 똑같이 예측하고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선

“우리는 과거 데이터를 사용하여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항상 상황이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사용하여 미친 사건이 다시 일상화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지만, 이는 지속 불가능한 추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지속되는 세상에서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 모건 하우절

“가치투자 1.0에서 중요한 지표들은 가격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PER, PBR, DY 그리고 순현금 수준을 알 수 있는 NCAV 였다. 가치투자 2.0에서 중요한 지표들은 주주이익(FCF와 거의 같다), ROE(또는 ROIC) 그리고 해자(를 통한 가격결정력)라는 개념이 중요했다. 가치투자 3.0에서 중요한 지표들은 TAM(Total Addressable Market), 매출성장률, 그리고 /무/형/자/산을 고려한 ‘수익성지표’가 같은 것들이 있다.”

“가치투자 1.0에서는 재무상태표의 자산가치, 가치투자 2.0에서는 현재 현금흐름의 가치, 가치투자 3.0에서는 혁신을 통한 잠재적인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

물론 가치투자 3.0에서는 ‘10% 이상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의 경우’, 영구성장률을 GDP성장에 맞춰 3% 이하로 고정하는 방식의 DCF(현금흐름할인)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이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어떤 의미 있는 방식으로도 고민하거나 내재가치를 분석할 수 없다면 어떨까? 그런 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그저 과거의 방식만을 고수해야 할까? 멍거의 말처럼 대구가 없는 바다에서 대구만 마냥 기다려야 할까?

S&P500 PER

우리를 둘러싼 환경 변화 중엔 이런 것도 있다. 바로 인덱스 펀드의 급속한 증가! 물론 여기엔 존경하는 버핏의 영향도 컸다.

“예전에는 수익의 15배에 우량 기업을 살 수 있었습니다. 불황이 아닌 정상적인 시기에는 S&P 500 지수를 수익의 15배에 살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닷컴 버블 이전,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이 인플레이션 조정 수익의 25배에 거래된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바로 20년대 투기 광풍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고, 그 후 주식 시장 폭락과 대공황이 이어졌습니다. 90년대 후반에도 비슷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되었습니다. 주가수익비율로 측정한 지난 20년 동안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26배로, 이전의 광풍이 새로운 정상 상태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높은 밸류에이션은 계속 유지될까요?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확실하게 짚어낼 수 없습니다. 과거보다 높은 멀티플이 시장을 이끄는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많이 언급되는 한 가지 원인은 인덱스 펀드로의 자금 유입입니다.

“매달 401k에 돈을 불입할 때 실제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저축을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투자하고 계신가요?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이미 번 돈을 위험에 빠뜨리는 데 관심이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과 가치 하락으로 인해 돈을 잃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돈 대신 S&P 500에 자산을 저축하고 있다면 이는 주식 시장에 금전적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뜻입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월급을 받을 때마다 엄청난 자금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4분기 말 기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10조 5,6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돈이 적극적으로 운용되는 뮤추얼 펀드에 들어가든 인덱스 펀드에 들어가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이 2주에 한 번씩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주식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식으로 유입되는 돈의 거의 절반이 가치 평가 분석이 아닌 인덱스에 의해 결정될 때, 주식 가격은 쉽게 회사 가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수동적 투자가 가격 모멘텀을 가속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결합하면 주식은 고가와 저가 모두에서 공정 가치에서 빠르게 분리될 수 있고,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이런 시장의 비효율성(?)이 또다른 기회를 만들수도 있다.

그래서 내 생각, 직접 종목을 고를 자신은 없고 10% 정도의 목표수익률로 S&P500 인덱스를 수동적으로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는 S&P500 equal weight 인덱스를 고려해 보는 것도.

S%P500 EPS

2007년 버핏이 예를 든 내재가치 계산 방법

2007년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예를 든 내재가치 계산 방법이 있다. 그동안 내재가치 계산에 대한 질문에 두루뭉실하게 원론적인 대답만 하던 버핏이 꽤나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했었다. 버핏의 대답을 듣고 누구는 커다란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고 또 누구는 다 아는 뻔한 이야기네 할 것이다. 버핏이 항상 말하는 이솝우화처럼 진리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농장은 에이커(약 1,200평, 축구장 약 75% 크기)당 120부셸의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고, 에이커당 45부셸의 대두를 생산할 수 있다. 비료 가격은 X, 재산세는 Y, 농부의 노동력은 Z이다.”

이 간단한 회계는 투자자가 “상당히 보수적인 가정을 사용하여” 에이커당 창출할 수 있는 달러 가치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수수께끼의 큰 부분이다. “이러한 계산을 통해 에이커당 7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문제는 그 70달러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농업이 조금 더 좋아져서 수확량이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가정할 것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조금 더 오를 것이라고 가정할 것인가?”

수확하는 농부

만약 7%의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가 1에이커의 현금 가치를 연간 70달러로 예측하면 1에이커의 가치가 1,000달러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격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농지가 900달러에 팔린다면 매수 신호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1,200달러에 팔린다면 다른 것을 살펴볼 것이다. 버핏은 버크셔 주주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업에서 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기업(농장)이 무엇을 생산할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경쟁적 위치를 이해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많은 사업체를 살펴보고,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새를 줄 것인지, 언제 줄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업체, 기본적으로 어떤 덤불을 미래에 매수하고 싶은지 결정하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것은 미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현금 분배 능력, 또는 분배되지 않을 경우 높은 비율로 현금을 재투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찰리와 저는 미래의 흐름이 어떨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는 온갖 종류의 사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흐름이 어떨지 전혀 모른다면, 그 가치도 전혀 모릅니다. … 지금 주식 가격이 얼마여야 하는지 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20년 동안 현금 흐름이 어떨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인지 부조화가 생깁니다. … 우리는 일정 기간 동안 그 숫자를 살펴보고 할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을 찾습니다. … 우리는 절대적으로 가장 싸게 보이는 숫자를 얻는 것보다 그 숫자의 확실성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 워런 버핏

버핏이 구체적으로 든 예를 통해 투자자가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점을 한번 정리해 봤다. 물론 더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바로 생각나는 점은 이 정도.

  1. “에이커 당 7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흔히들 70달러를 재무제표에 찍힌 순이익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버핏은 오너스어닝으로 계산한다. 소유주이익 또는 주주이익으로 이야기하는 지금의 FCF에 가까운 개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숫자를 확신(確信)해야 한다. 스스로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버핏은 70이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의 확실성, 그 숫자를 다른 사람에게 장담(壯談)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부자와의 대화 속에 ‘몇 %의 신뢰도’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확신의 정도를 말한다.
  2. 투자자를 “7%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로 한정했다. 주식시장에 뛰어 드는 사람마다 목표수익률이 다 다르다. 누구는 30% 목표수익률이고 또 누구는 10% 목표수익률이고 또 누군가는 은행 예금 금리보다 조금 높았으면 좋겠다는 목표수익률일 수도 있다. 역대 S&P500 수익률은 10% 내외였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대체로 실질수익률 8% 내외다. 따라서 버핏이 7% 정도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로 한정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목표수익률을 가진 투자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투자자는 목표수익률(할인율이 되기도 한다)이 있어야 한다. 당신은 주식시장에서 몇 %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인가? 목표수익률에 따라 매수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가 결정된다.
  3. 70달러 / 목표수익률 7% = 1,000달러 내재가치가 나온다. 이는 성장이 전혀 없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채권의 내재가치 계산과 동일하다. 이를 바꿔 생각해 보면 70달러 * 14.29로 PER 14.29로 구매하는 것과 같다. 버핏은 쉽고 빠른 방법으로 법인세를 차감한 평균적인 영업이익의 10배로 계산하기도 한다. 정확하게 틀리는 것 보다는 대충이라도 맞는 게 낫다.
  4. “하지만 그 가격(1,000달러)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은 내재가치 계산에서 안전마진을 고려해야한다는 말이다. 내 내재가치 계산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마진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버핏은 50% 가까운 안전마진을 고려한 적도 있었다. 1,00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 농장을 500달러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한다는 말이 된다. 만일 안전마진이 30%라면 700달러 밑에서 구매한다는 말이다. 버핏이 스승인 그레이엄에게 배운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개념이 바로 이 안전마진이고 안전마진을 가진 가격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산은 잘하지만 인내하진 못한다.
  5. 농장의 가치는 무엇보다 현금창출 능력에 좌우된다. 현금창출 능력은 농장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어떻게 생산하는지, 누가 생산하는지, 경쟁자는 누구인지 등에 달려 있고 내재가치 계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항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이런 정보들이 들어있다. 만일 미래의 현금창출 흐름을 알 수 없으면 즉시 계산을 멈춰야 한다. 역시 정확하게 틀리는 것보다 어렴풋이라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
  6. 버핏은 단기간 대두 가격의 변화나 옥수수 가격의 변화에는 별 관심이 없다. 버핏은 최소 10년이상을 내다 본다. 20년 이상 꾸준히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농장(기업)만이 검토 대상이다. 긴 런웨이를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 미래 10년을 내다보려면 최소한 과거 10년을 봐야 한다. 미래 20년을 내다보려면 최소한 과거 20년을 봐야 한다. 버핏은 시대의 풍파를 이겨 낸 업력이 긴 기업을 좋아한다. 업력이 길수록 예측의 난이도는 낮아진다.
  7. 초기 버핏은 주변 농장의 모든 가격을 살펴 보고 에이커 당 가격이 가장 낮은 농장만 매수했다 매도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정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수익률이었다. 하지만 곧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하는 좋은 농부가 있는 농장만으로 선택의 범위를 좁혀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