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리티 투자

얼마 전 품질에 대해 이야기 했었는데 오늘 신간안내 메일에서 관심가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퀄리티 투자”로 지은이를 보니 워런버핏 에세이를 쓴 로렌스 커닝햄이 들어있다. 다른 두 사람은 AKO 캐피털 사람들이다. 이 책은 AKO 캐피털이 그동안 해왔던 투자 전략을 분석하고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은 기업의 본질적 특성에 주목하며,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 창출 능력, 지속적인 자본 수익률, 그리고 매력적인 성장의 기회를 겸비한 ‘퀄리티 기업’을 분석한다. 또한, 퀄리티의 정의와 성공 요인부터 투자 패턴, 위험 관리, 실행 전략까지 퀄리티 투자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AKO 캐피털 수익률

AKO 캐피털은 영국에 있는 투자 회사로 설립자(국가 정보기관 출신)가 2020년 노르웨이 국부펀드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회사인데 현재 약 22B을 운용하고 있고 최근 수익률은 위와 같다. 호기심이 생겨 현재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기업 숫자들을 내 관점에서 살펴 봤다. 대체로 좋은 데 비싸네?!

AKO 캐피털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내가 좋아하는 투자 전략 지도로 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10×10박스를 벗어나 있는 것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투자 철학처럼 퀄리티 기업을 목표로 하는 게 지도에도 보인다.

AKO 캐피털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 지도

책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기업 사례들을 시간나면 하나씩 분석해 보고 싶지만 요즘 내겐 그럴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 많은 분들이 알아서들 하시겠거니 하고 넘어가려다…책에서 다양한 성장 동력의 예로 지역 확장 전략을 사용하는 유니레버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투자 전략 지도만 살펴 봤는데 10×10 박스 안에서 성장을 하고 있다.

유니레버 투자 전략 지도

퀄리티 투자가 맞나 싶어 바로 다음에 있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예로 든 무형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는 로레알 투자 전략 지도를 살펴 봤다. 10×10 박스를 뚫고 나오는 좋은 움직임이다.

로레알 투자 전략 지도

우호적인 중개자 사례로 얘기하는 게버릿(수조 및 피팅을 포함한 화장실 설치 기술 및 수세 시스템, 건물 배수 및 공급 시스템으로 구성된 배관 시스템)의 투자 전략 지도도 봤다.

게버릿 투자 전략 지도

책을 읽으면서 나처럼 이렇게 사례로 제시된 기업을 함께 찾아 보면서 읽으면 훨씬 나은 독서가 되겠지만 노파심에 추가하면 우리나라엔 훌륭한 퀄리티 기업을 찾기가 아주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책은 이렇게 생겼다. VIP자산운용 최준철 대표 추천(내가 직접 운용하는 대표 펀드의 이름이 왜 ‘하이퀄리티 밸류’인지 묻는 사람들에게 이 책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유형과 이와 연관된 종목 사례를 접하고 나면 성장주 투자와 퀄리티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이니 책 내용이야 믿을만 하지 않을까.

퀄리티 투자

“우리가 보기에 어떤 기업이 퀄리티 기업임을 시사하는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 창출 능력, 둘째, 높은 수준의 지속적인 자본 수익률, 셋째, 매력적인 성장의 기회다. 이 재무적 특징들은 하나하나가 이미 매력적인 요소지만, 이들이 한데 합쳐졌을 때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간만에 쓰는 글을 아직 읽지도 않은 새로 나온 책 소개로..ㅋ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그동안 꽤 많은 구루들의 포트폴리오를 간단하게나마 정리했었는데 정작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를 정리하지 않았었다. 워낙 많은 곳들에서 이미 정리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변방의 나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투자 전략 지도 개념은 없었기 때문에 그걸로 한번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역시 상위 10개 기업만(그래도 포트폴리오 80%를 넘는다) 본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던 애플을 많이 줄여서 이젠 26% 정도 수준까지 내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계속 줄여서 12% 수준이다. 섹터로 보면 여전히 금융이 1위고 애플로 인해 IT가 2위, 그리고 필수 소비재이며 OXY와 CVX로 에너지 비중도 높다.

버핏 포트폴리오 섹터

상위 10개 기업을 투자자들이 자주 보는 지표들로 변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가치) 투자자들은 저PER 저PBR 저PSR 고배당 주식을 좋아한다.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와 함께 가치 투자 2.0을 새롭게 연 투자자다. 고GPM 고ROIC 고ROE 저EV/FCF를 좋아한다. 적당한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사는 가치 투자 1.0에서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가치 투자 2.0으로 진화했다.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지표

영업이익률 평균이 24%에 가깝고 ROIC 역시 15%로 S&P500 평균인 10.5%보다 높다. ROE는 애플과 다비타(애플과 달리 부채비율이 엄청 높다)의 높은 수치때문에 평균이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높다. 마찬가지로 PBR도 자사주매입소각과 높은 무형자산으로 별 의미가 없다. PER 평균 24로 S&P500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과거 버핏의 성향을 볼 땐 높은 편이다. 특히 애플과 무디스의 PER가 높다. 애플 매도는 기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이 높고 포트폴리오에 한 종목 비중이 너무 커져서, 그리고 세금과 후계자에 대한 것들도 고려했을 것이다.

PBR ROE 차트

분석 보고서에서 흔히 보는 그림이다. 당연히 ROE가 크면 PBR도 높기 때문에 난 잘 안본다. 우리나라 코스피 PBR이 낮은 것도 ROE가 작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본 배분이 엉망이라는 소리다.

워런 버핏 투자 전략 지도

내가 좋아하는 투자 전략 지도를 펼쳐 보면 워런 버핏 포트폴리오 평균 성장률이 8%를 넘는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3% 내외이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예상이 대체로 2% 내외다. 앞서 살펴 본 가치 투자 1.0 세스 클라만 포트폴리오도 성장률은 높았다. 다만 수익률이 5%가 안됐는데 버핏 포트폴리오는 9%에 가까운 수익률이다. 현재 미국 국채 10년 수익률이 4.2% 임을 감안할 때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거의 2배 이상이다. 내 10초 내재가치 계산기로 1분 만에 계산해 보니 10개 기업가운데 6개가 상승 여력이 있다. 특히 OXY CB DVA가 높았고 애플은 마이너스..ㅋ OXY CB는 블로그에서 이미 언급했었고 DVA는 신장 투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최근 5년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S&P500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명불허전^^

버핏 성과

(출처 : investing.com)

이익의 아름다운 4등분

2년 전 이맘때쯤 한창 쉽게 재무제표 분석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이것 저것 시도했었다. 제대로 된 통합 모델은 여전히 미완인 상태(완성이란 게 있을까?)지만 그 결과 ’10초 내재가치 계산기’와 ‘투자 전략 지도’를 얻었으니 아예 헛된 일은 아니었다. 그때 국내외 기업들의 숫자들을 뜯어 보다가 우리나라 기업 리노공업 재무제표를 본 뒤, (비록 한 순간의 스냅샷이지만) 이런 아름다운 4등분을 발견하고 혼자 감동해서 SNS에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이익의 1/4는 국가에, 1/4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1/4는 주주에게, 1/4는 종업원과 기업을 위해. 이런 심플한 그림들도 내가 만든 시스템에서만 볼 수 있다..ㅋ

영업이익의 배분

“숫자에는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있다. 굳이 보려 하지 않아도 그런 의지들이 숫자에 묻어 나올 때가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숫자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해내려는 간절한 의지들은 보이지 않는다. 근면성실하게 묵묵히 지금까지 해온 일을 담담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바보가 대표를 하더라도 잘 굴러가는 회사와 뛰어난 사람들을 데려와 일을 시켜도 진흙탕 속에서 첨벙대며 발버둥칠수록 진흙탕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회사 차이다.

월드컵에서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1차전에서 꺾고 기세등등했지만 거기까지다. 16강엔 결국 아르헨티나가 올라간다. 사업도 대부분 그렇다. 물론 멕시코가 후반 추가 시간에 실점해서 16강에 올라간 폴란드 같은 일도 일어난다. 지난 번에 멕시코도 우리가 기적같이 독일을 이겨서 16강에 갔었다. 어렵게 올라간 폴란드는 결국 16강에서 프랑스와 맞선다. 만일 기적적으로 우리가 경우의 수로 16강에 올라가면 상대할 팀은 브라질이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언더독이 4강에 올라가기도 한다. 공은 둥그니까. 그러나 결국엔 브라질이나 프랑스 같은 기업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팀, 아름다운 숫자를 보여주는 기업. 이런 팀이나 기업은 당연히 확률은 높고 기대값은 낮다. 항상 비싸다.

그래서 멍거와 버핏은 이런 아름다운 기업들이 일시적 악재나 매크로 상황으로 가격이 크게 빠졌을 때 들어간다. 60년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그랬고, 최근 TSMC도 그렇다. 이게 쉬울것 같지만 절대로 쉽지않은 투자법이다. 아름다운 숫자를 보여주는 기업의 숫자가 망가졌을 때 일반투자자들은 무서워서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멍거와 버핏의 인내(좋은 기업을 찾고 싸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와 용기(다른 사람들이 던질 때 큰 자금을 투자하는 것)는 이런 순서로 나오지만 일반인은 용기(만용)를 냈다가 후회하며 인내(비자발적 장투)한다. 투자는 쉽지만 어렵다.

투자에서 제일 어려운 것도 역시 인내다. 나쁜 공을 걸러내고 좋은 공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면서 남들이 어렵고 나쁜 볼로 홈런을 치며 환호하고 있을 때도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줄 아는 것, 마침내 좋은 공이 왔을 때 베트를 휘두르고 나서도 천천히 1루 2루 3루로 걸어갈 줄 아는 것. 남들이 나쁜 공이라 생각하는 좋은 공이 마/침/내 좋은 공이 될 때까지도 다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고 행동하고 기다리기. 여기에 홈런같은 익사이팅, 사우디가 16강으로 직행하는 짜릿함 같은 건 없다. 복리는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투자는 지능보다 기질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멍거와 버핏같이 오래사는 수명도.”

“우리는 훌륭한 회사를 목표로 하고 (특별한) 좋은 회사를 받아들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쁜 회사를 피하기 위해 매우 노력합니다.”

We aim for great companies, accept (special) good ones, and, most importantly, try very hard to avoid bad ones.

반도체 업황에 따라 힘든 구간이다. 지금 이익의 모습은 2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유보이익이 사라지고 CAPEX와 운전자본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FCF도 줄어든 모습, 주가도 떨어졌다. 주주 몫이 조금 더 늘어나서 30%에 육박하고 있다(이익이 줄고 배당을 그대로 유지하면 비중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의료기기용 부품 시장에 새로 진입했고 새로 공장도 짓는다. “지난 8일 리노공업은 971억8200만원 규모의 공장 신설 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17.45%에 달하는 규모로, 리노공업은 투자목적을 제품 생산능력 증대 및 연구개발(R&D) 역량 확대라고 전했다. 투자기간은 2026년 11월10일까지다.”

투자 전략 지도를 보면, 그래도 국내 제조업체 중에서 10×10 박스를 넘어선 기업은 거의 없다. 밸류에이션을 빼고 보면 국내 기업 중에서 좋은 기업이다.

리노공업 투자 전략 지도
리노공업 매출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