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늘어난 글쓰기 책, 그리고 AI

신간을 훑어 보다(일전에 언급한 것처럼 신간안내를 RSS를 통해 자동으로 받아본다) 보니 글쓰기나 블로그 관련 신간들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몇 개의 목차를 대충 훑어 봤는데 AI를 이용한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신간이 제법 있다. 이런 것에 대한 비판(?)은 그간 많이 했으니 그만하고, 어떤 책은 내용 반절이 AI사용법에 할애되어 있다. 이 정도면 글쓰기 책인지 AI입문서인지 분간하기 힘든 실정이다. 글쓰기 분야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AI사용을 먼저 해 본 사람이 자신의 노하우를 설명하는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공개하는 거니까 듣는 사람 입장에선 효용이 있을 수도 있고 특별한 테크닉을 배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ChatGPT 사이트 하나하나 캡쳐하고 가입절차 하나하나 스크린샷을 떠서 가입과정을 소개하거나 아주 단순한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려 주면서 책을 채운다는 건…그건 그냥 사용 매뉴얼 아닌가.

블로그 글쓰기

(AI에게 AI를 이용한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그림을 그려달라니까^^)

그런건 ChatGPT를 만든 OpenAI에서 직접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나눠줘야 할 일이다. 그들이 그렇게 매뉴얼을 만들지 않는 것은 사용법이 너무 쉽거나 사용법을 공개하지 않고 사람들의 이용행태를 AI에게 학습시키려 하거나 아니면 이처럼 자발적으로 배포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그냥 들어가서 가입하고 궁금한거 물어보고 사용하면 되는 걸, AI 종류나 각 AI별 가입절차나 사용법을 일일이 세세하게 안내하는 게 책으로서 가치가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졌다.

뭐 이런 일은 주식 투자 세계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네이버 증권 사용법이라든지 HTS사용법, MTS사용법, 각 증권사 프로그램별 세팅방법, PER PBR 같은 용어 설명을 AI 설명하듯이 설명하는 책들이 정말 많고 주식투자를 처음하는 독자들도 그런 책들을 제일 많이 찾는다. 수요가 공급을 낳고 공급이 수요를 낳는다. 그러면서 정작 주식투자에 필요한 사고체계나 역사, 그리고 핵심 노하우는 책에 없거나 생략된다. 두리뭉실한, 어디서 짜집기해서 본듯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런 방식의 사용 매뉴얼들도 필요하지만 그런건 증권사 사이트 들어가거나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시작할 때 무엇을 읽을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읽지 않을 것인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어떤 책을 읽을까도 중요하지만 어떤 책을 읽지 않을까도 역시 중요하다.

“다음 세대 기업가와 창업자를 도울 수 있다면, 그들이 여기서 하루를 단축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내가 저지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아니면 그저 약간 조언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을 것이다.” Sequoia Capital의 투자 파트너이자 패션 웹사이트 Polyvore 전CEO였던 Jess Lee가 한 말이다. 기업가와 창업자를 “투자자”로 바꾸면 처음 책을 썼을 때의 마음이다. 내 책은 내 경험담이자 독후감이자 내가 저질렀던 실수에 대한 반성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블로그가 책이다. 수필같은,

투자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기보다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작가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쓰는 것이다. 길은 걸어가야 이루어지는 법이다.

“물고기에게 육지를 걷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수 있습니까? 육지에서 보낸 하루는 그것에 대해 천 년 동안 이야기한 것과 같은 가치가 있고, 사업을 운영하는 하루는 정확히 같은 종류의 가치가 있습니다.”
– 워런 버핏

블로그 지난 달 결산

문득 블로그 지난 달 결산을 해봤다. 지나보니 이번 8월엔 8일을 뺀 23일 글을 올렸다. 1년 전 이맘때쯤 마음먹고 연속으로 30일쯤 글을 쓴 이후 가장 많은 글을 올린 달이 됐다. 주제는 아무래도 신변잡기보단 투자에 대한 생각들을 좀 집중적으로 썼던 것 같은데 반응은 별로 시원찮다. 인생에도 주기가 있듯 블로그도 열심히 쓰다가 또 소홀해 졌다가 하면서 반복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 1년 전에도 열심히 쓰다가 손을 놨고 이번에도 또 그럴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에도 유통기한이라는 게 있다.

8월 글 쓴 날

블로그 사이드바에 이 달력을 배치한 이유는 파란색으로 채울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파란 칸 없이 흰색 칸으로만 채워진 달력…유통기한이 지나 주인이 들어오지 않는 블로그는 썰렁하다. 사람이 살지않는 빈 집처럼 잡초와 거미줄이 제집인양 자리잡는다. 이 블로그도 한 동안 거미줄이 쳐진 그런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인터넷 한 귀퉁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처럼 오랜 시간 지내왔다. 이제 겨우 하루 20명 정도 드나드는 곳이 되었지만 여전히 조용하기만 하다. 고즈넉하니 좋기도 하고 적적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역시 오락가락이다. 시끌벅적한 SNS보다는 훨씬 낫다..ㅋ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첫 번째 독자는 나다. 내가 적어 놓은 내 글을 읽기 위해 내 블로그에 들어 오게 된다. 과거에 올려 놓은 글을 찬찬히 다시 읽다 보면 내가 이런 글도 남겼었나 싶은 글들도 있다. 벌써 치매가 올 나이도 아닌데 신기할 때가 많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그 순간의 생생한 느낌이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블로그 존재 이유는 없다. 특히 어느 순간 특정 기업의 사진을 찍어 놓는 용도로는 딱이다. 투자자가 블로그를 하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워드프레스는 비공개 글로 나만 볼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목적없이는 힘들 것 같은데 꼭 돈이 목적일 필요는 없을테니 뭔가 다른 목적을 찾아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목적이 이끄는 삶. 그러고보니 돈이 목적이어야 투자에서 돈을 많이 벌텐데 난 그렇지도 않고, 블로그도 대부분 돈을 목적으로 열심히 운영하는데 난 또 그렇지도 않다. 버핏의 투자 제 1원칙은 “돈을 최대한 많이 벌어라”가 아니라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다. 블로그 운영 원칙 역시 “어떤 방법으로든 최대한 유입 고객을 늘려라”가 아니라 “한번 블로그에 들어온 고객을 절대로 잃지 마라”가 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매력적인 글, 독자가 찾아와서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내겐 여전히 모자란 재능이다.

추가) 매사 꼭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만도 아니다. 뭔가를 일단 꾸준히 하다 보면 처음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목적을 찾는 경우도 있다. 삶이 이끄는 목적쯤 되겠다.

워드프레스 블로그 비용은 1년에 얼마일까?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한지 1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야 블로그가 조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한동안 바쁜 일이 있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다시 조금씩 마음대로 수정하면서 하나씩 고쳐 나가고 있다. 엊그제는 모바일로 접속했을 때 속도가 느린 것 같아 플러그인을 하나 설치하고 세부적인 설정을 수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체감상 조금 빨라진 것 같은데 큰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이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지 않고 이렇게 독립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역시 자유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럼 자유도가 높은 워드프레스 블로그 비용은 1년에 얼마일까? 자유에 대한 댓가는 얼마일까?

독립 워드프레스 블로그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도메인 비용과 서버 비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내 경우 둘 다 합해봐야 1년에 2만원이 들지 않는다. 물론 아직 내 블로그가 트래픽이 높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트래픽이 높아지면 당연히 서버 비용도 높아진다. 카페24에서 가장 초기 비용으로만 설정해도 처음엔 충분하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외 유료 플러그인을 구매해서 사용한다면 비용들이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난 지금 현재 유료 플러그인 없이 무료로만 운영하고 있다. 구매하고 싶은 플러그인이 생기면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그렇게 사고 싶은 플러그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빗방울

(시원한 소나기가 왔다)

현재 수입은 전적으로 블로그 이곳 저곳에 올려 놓은(그것도 광고차단기 때문에 블로그 방문자의 눈에는 거의 안보이겠지만) 구글 광고뿐이라서 구글 광고 수입이 2만원 이상 들어온다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비용은 제로가 된다. 누구는 한 달에 구글 광고로만 100만 원 이상 수입이 들어 온다고 자랑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야 한다. 난 그러고 싶지 않다고 일전에도 이야기했었다.

그 외 들어가는 것은 오직 내 시간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올리기 위해서는 꽤 시간이 걸린다. 그 피같은 시간과 적은 금액이지만 비용을 지불해 가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은 효용과 비용간 끊임없는 저울질의 결과다. SNS를 떠나 워드프레스 블로그로 정착했지만 엊그제 다시 방문한 SNS는 원하지 않는 광고들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게 보였다. 친구 글 하나를 보기 위해 광고 5개를 봐야 한다니. 거기다가 자유가 없으니, 떠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싶어서 블로그 운영 비용으로 검색해 보니 역시나 특정 서버 추천인 등록을 권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SNS만 상업화로 오염된 게 아니라 검색엔진이 보여주는 인터넷 전체가 오염되고 있다. 정보처럼 보이는 상업용 글들이 가득찼다. 더구나 사람이 아닌 AI들이 쓴 글로 넘쳐나고 있으니 사람 냄새를 맡으려면 역시 시간과 노력을 추가로 들여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내 블로그는 사람 냄새 나는 블로그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언제까지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