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주가순자산비율

PER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으니 PBR 주가순자산비율에 대해서도 언급해 두어야겠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이다. 즉 시가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돈(주주 돈, 자본)과 타인의 돈(부채)으로 시작하기 마련인데 이것의 합이 자산총계가 된다. PBR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주주 돈의 비율이 된다.

회사가 운영을 잘 해서 이익이 나면 회계상 그 이익은 자본총계에 이익잉여금 항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좋은 회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총계가 증가한다. 따라서 가격의 수준을 가늠할 때 자본총계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회사 전체에 대해 장부가치는 채권자가 아닌 비즈니스 소유자(즉, 주주)에게 귀속되는 ‘영구적’ 자본의 양을 의미하므로 이론적으로는 회사가 매각될 경우 받아야 하는 가치가 된다. 물론 이론적으로다. 현실은 이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자기자본의 장부가치가 시장 가격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직관적인 지표를 제공하기 때문에 PBR이 유용하다고 생각하고 투자에 응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시가총액 상위에 자리잡고 있는 IT기업이나 유형 자산이 거의 없는 서비스 기업인 경우 PBR의 효용성은 과거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경제가 자산 집약적 기업에서 지식 집약적 기업으로 전환함에 따라 장부 가치의 관련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S&P500 기업들의 자산 중 약 80% 이상이 유형자산이었지만 지금은 80%이상이 무형자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익의 원천도 점점 더 무형자산에 의존하고 있다.

가치투자를 하는 버핏이 포트폴리오에 제일 큰 비중으로 가지고 있는 애플의 PBR을 조회해 보라. 현재 PBR이 무려 46배를 넘는다. 보통 그레이엄이 버핏에게 가르쳐 준 가치투자에서는 PBR 1배 이하를 좋게 보는데 46배라면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애플은 유형자산이 거의 필요없는 IT기업이자 서비스기업이면서 최근 대규모의 자사주매입 및 소각을 통해 자본총계를 계속 줄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숫자들이 나온다. 심지어 어떤 기업들은 자본이 없어 숫자가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애플 PBR


버핏은 2019년 2월 23일 주주서한에서 버크셔의 장부가치의 연간 변화는 예전과 같은 관련성을 잃은 지표라고 언급하며 더이상 PBR이 버크셔의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It’s now time to abandon that practice.” As if to pile on, Buffett next stated “that the annual change in Berkshire’s book value – which makes its farewell appearance on page 2 – is a metric that has lost the relevance it once had.” 버핏에게 “장부 가치는 미래의 성장과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수적인 단일 시점의 회사 가치 스냅샷”일 뿐이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전인 2000년 주주총회에서 장부가치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 버핏은 이렇게 답했었다. “The very best businesses, the really wonderful businesses, require no book value. They — and we are — we want to buy businesses, really, that will deliver more and more cash and not need to retain cash, which is what builds up book value over time…(“최고의 비즈니스, 정말 훌륭한 비즈니스는 장부상 가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부 가치가 쌓이는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점점 더 많은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사려고 합니다…)

Whether it’s The Washington Post or Coca-Cola or Gillette. It’s a factor we ignore. We do look at what a company is able to earn on invested assets and what it can earn on incremental invested assets. But the book value, we do not give a thought to.(워싱턴 포스트든 코카콜라든 질레트든 상관없습니다. 우리가 무시하는 요소입니다. 우리는 회사가 투자한 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투자 자산의 증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살펴봅니다. 하지만 장부 가치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DY, PER, PBR과 같은 일반척도는 물론 성장률조차 평가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들은 단지 기업의 현금 유출입 규모와 시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뿐입니다. 사실 사업초기에 들어가는 현금보다 이후 창출되는 현금의 현재가치가 작으면 성장은 오히려 가치를 파괴합니다.”
– 워런 버핏

보수적인 장부가치가 특히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치다. 물론 PBR의 무용성을 이야기한 버핏은 미래의 성장조차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 그 자체는 가치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성장은 늘어나는 이익을 높은 수익률로 재투자할 수 있을 때에만 투자자에게 이득이 됩니다. 성장에 1달러를 투자했을때 창출되는 장기 시장가치가 1달러를 넘어야 합니다.” 자본을 더 투입시켜 이익을 늘리는 것, 부채를 더 투입시켜 이익을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성장의 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이 장부가치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자기자본수익률(ROE), 다시 말해 이익을 장부가치로 나눈 자기자본수익률에 대해 비판하는 말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버핏은 ROE의 지속성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플의 ROE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애플의 PBR이 46배를 넘지만 애플의 5년 평균 ROE는 무려 119%에 이른다. 자사주매입/소각으로 줄어든 자본총계보다 훨씬 더 큰 순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5년 평균 투하자본수익률(ROIC)도 40%를 넘고 있다. 특히 최근 1년은 ROIC가 56%를 넘고 있다. 아래 그림의 러셀3000에 속한 기업 대부분 ROIC 5~15%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돈 버는 기계다. 애플은 향후 몇 년동안이나 이렇게 돈을 잘 벌까? 이렇게 돈 잘버는 기계인 애플의 자기자본을 얼마의 가치로 봐야 적정할까?

러셀3000 ROIC 평균


물론 영원한 것은 없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증권분석 서문에서 인용했듯, “지금은 실패했지만 회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지금은 축하받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높거나 일정하게 유지하던 ROIC도 순식간에 급락할 수 있다. 단순히 재무제표의 숫자만 쳐다봐선 안되는 이유다.

인텔 ROIC


고든의 배당성장모형으로 PBR을 분석해 보면, P/B=ROE*Payout/(R-G)가 된다. ROE가 크면 PBR도 올라가고 성장(G)이 올라가도 PBR이 올라간다. 결국 PBR은 f(ROE,Payout,R,G)가 된다. 단순한 식이 보기엔 좋지만 R < G 이면 제 구실을 못하기도 한다. 한편 PBR = ROE*PER, 즉 ROE/기대수익률(1/PER) 이다. 만약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ROE가 15%라고 가정하고, 대략 8%정도의 무위험수익률+주식위험프리미엄이라고 한다면 이론적으로 대충 PBR 2 이하에서 구매를 고려하는 게 적정하다고 하겠다. 핵심은 ROE다.

“만약 당신은 어떤 사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극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당신은 그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입니다. 만약 회사가 장부가치로 5%의 수익을 올린다면, 그리고 향후 장부가액에서 계속 5%의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회사를 장부가치로 사고 싶지 않습니다. 따라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전혀 흥미를 주지 않습니다.”
– 1998년 워런 버핏

“In fact, if anything, we are less likely to look at something that sells at a low relationship to book than something that sells at a high relationship to book, because the chances are we’re looking at a poor business in the first case and a good business in the second case.”
– 워런 버핏

1987년 코카콜라는 장부가의 4배에 거래되고 있었고 ROE는 27%였다. 버핏은 단순히 장부가치를 보지 않고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하고 코카콜라가 향후 10년 동안 높은 ROE가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는 ROE게임을 했다. 향후 10년동안 27%의 높은 ROE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설령 장부가의 4배를 지불하고 구매한 후 10년 뒤 장부가격이 되더라도 향후 10년간 10%가 넘는 복리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장부가의 2배가 된다면 18%가 넘는 복리수익을 얻게 된다.

코카콜라 1987년 ROE


끝으로 아래 메모는 전략적 가치투자를 쓰신 故 신진오님이 돌아가시기전 입원 중 메모한 글이라고 한다. PBR은 ROE와도 관련이 있지만 밸류에이션 중에서는 사경인 회계사가 사용한다해서 널리 알려진 RIM(잔여이익모델)과 관련이 깊다.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은 이익 개념이다. 즉, ROE > 채권수익률인 영역이 안전마진이 있는 주식이다. ROE < 채권수익률이더라도 Value > Price 면 예외적으로 투자할 만 하다.”
– 신진오

신진오님 RIM 밸류에이션


버핏과 가치투자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투자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저PER, 저PBR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가 곧 버핏처럼 비즈니스모델과 ROE에 몰두하게 되는데 곧 우리나라에는 높은 ROE를 유지할 수 있는 고품질의 기업이 몇 개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버핏처럼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그레이엄의 투자방식, 즉 초기 버핏의 투자방식을 모색하게 되거나 아니면 버핏의 후계자,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의 가치투자 3.0 방식을 따라가게 된다.

두서없이 써내려가다보니 블로그를 쓰고 제일 긴 글이 됐다. 영양가 없는 글만 쓸데없이 길게 쓴건 아닌가 모르겠다. 버핏은 좋은 기업(멍거의 영향)을 좋은 가격(벤저민 그레이엄의 영향)에 사서 오래 가지고 가는(필립 피셔의 영향) 자신만의 투자 방법을 찾았다. 단순히 그레이엄을 따라 저PBR을 추구하다 가치함정에 빠질 수도 있으니 PBR을 사용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주식 포트폴리오 적정 기업 수

주식 포트폴리오 적정 기업 수는 몇 개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다. 워런 버핏은 투자를 야구에 비유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나는 축구에 비유해서 자주 이야기한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는 1~2개 종목만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투자에 대해 공부한 개인인 경우 보통 10개 내외의 기업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 공교롭게도 이 숫자가 축구팀의 선수 숫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버핏처럼 10년 뒤 미래를 내다 보는 안목이 있는 투자자라면 한 두개에 집중 투자해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여 포트를 충분히 분산해야 한다. 사정에 따라 5~10개 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단순히 기업의 숫자만으로 분산인지 집중인지를 가늠할 순 없다.

축구 감독이 포메이션을 짤 때, 4-4-2나 4-3-3, 혹은 4-2-3-1 같이 자신이 생각한 전략에 맞게 선수들을 운용하듯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도 공격수, 수비수, 미드필더 같이 자신의 전략에 맞게 골고루 산업별, 유형별, 기업단계별로 선별해서 적절한 포지션을 가지고 가야 한다.

축구 경기장


전통적인 가치투자 1.0(그레이엄식, 수비수)과 가치투자 2.0(버핏식, 미드필더) 그리고 가치투자 3.0(공격수)이 골고루 들어가는게 좋다. 나에게 골키퍼는 현금비중이다. 의도적으로 얼마의 현금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지만 적절한 비중이 자연스럽게 골 문을 지키게 한다. 이 개념에서 만일 레버리지를 쓴다면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공격하러 나간 셈이 된다. 가급적 그런 상황은 안생기는 게 좋다. 그리고 추가로 후보 선수 1~2명도 가지고 있으면 좋다. (2012년 부터 빌 밀러가 자산의 1%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것처럼) 지금은 내 능력범위 밖이라 잘 이해되지 않고 계산이 힘든 것들도 일부 포함시킨다.

투자자는 필드에서 직접 플레이 하는 선수가 아니다. 투자자는 중계석에 편안히 앉아 해설하는 아나운서나 해설가도 아니다. 투자자는 TV를 보며 응원하고 결과를 챙기는 관중(인덱스나 ETF투자자에 해당)도 아니다. 투자자는 감독이다. 감독이 해설가나 관중들이 떠들어 대는 말이나 감정에 의존하면 경기는 엉망이 된다. 감독은 오로지 선수들과 상대팀에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구성을 바꿔주고, 상대팀에 따라 전략을 바꾼다. 날씨가 변하면 날씨에 따라 전술을 바꾸고 공격이나 수비가 안풀리면 적절한 선수교체(해외 선수도 당연히!)를 해 주면서 전체적인 팀의 조화와 승리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결과는 오로지 감독의 책임이다. 상대탓도 심판탓도 날씨탓도 광적인 응원탓도 될 수 없다. 여기엔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몇몇 기업의 주식에만 관심을 가져라. 관심 종목의 숫자가 10개에서 20개라면 괜찮지만, 그 숫자가 20개를 넘게 되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

“괜찮다고 생각되는 기업들 중에서도 최고라고 여겨지는 기업을 선정해서 자금의 상당 부분을 그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라.”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라면 주가지수 편드(인덱스)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만약 당신이 무엇을 좀 아는 투자자이기에 기업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경쟁적 우위를 지닌 동시에 주가가 적절한 기업을 5개에서 10개 정도 찾아낼 수 있다면, 전통적인 분산 투자 기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워런 버핏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는 열심히 분석하더라도 기업과 주식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만 가지고 있다. 여가 시간이 넉넉하고 개별 기업을 조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자본과 정보와 인적 자원이 풍부한 기관 투자자들과 경쟁하게 된다. 그들을 이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 투자자들이 하기에는 너무 힘든 게임이다.

굳이 하려거든 버핏이 말했듯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라.” 직접적으로 알고 있거나 최소한 친숙한 비즈니스 및 산업을 대표하는 주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가는 곳마다 스타벅스가 있고 그 회사가 사실상 커피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다른 기업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것보다 스타벅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 기업 5개만 찾으면 된다.

스타벅스 주가

(출처 : 야후)

주식 조사나 기업분석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전 공부와 시간이 소요되며, 여유시간을 모두 쏟기에는 진정으로 시간은 가치가 있다. 잘 조사된 10개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가치를 계산하면 포트폴리오 구축비용이 인덱스 ETF의 비용보다 높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기회 비용을 중시하는 버핏이 일반투자자에게 인덱스를 추천하는 이유이고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게 특히 중요한 이유다. 무언가를 배우는데 10,000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 오랜 시간동안 공부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테스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짧은 시간에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운용할 수 있다.

“당신이 경력 초기이고 그들이 훌륭한 멘토 또는 더 높은 급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매번 멘토를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학습 곡선이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 멘토를 떠날 생각조차 하지 마십시오. 내 비즈니스에서, 그리고 많은 비즈니스에서 훌륭한 멘토보다 나에게 더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장기적으로 자신을 준비하는 대신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너무 근시안적입니다.”
– Stanley Druckenmiller

주식 투자와 블로그 운영의 비슷한 점

최근에 부지런히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주식 투자와 블로그 운영의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인다. 쇼핑몰 운영과 해외 구매대행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데 이건 차치하고, 무엇보다 쉽게 큰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이 시작한다는 공통점 말고도 몇 개가 눈에 띈다. 어디나 다 비슷비슷하다.

주식투자와 블로그 운영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니면 왜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할까. 모두들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한다. 물론 나처럼 변종이 있기도 하다. 주식 투자를 경제를 공부하고 제대로 알기 위한 부수적인 목적으로, 블로그를 돈을 버는 게 주 목적이라기 보단 고즈넉한 구석자리에서 내 생각을 들여다 보고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끔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댓글로 의견을 교환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나도 당연히 주식과 블로그로 돈을 벌면 좋겠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그게 내 행위의 목적이 될 순 없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다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다.

그래서 사기꾼들도 많다.

돈이 걸려 있으면 어느 분야든 사기꾼들도 많기 마련이다. 자기가 주식투자나 블로그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돈을 내면 가르쳐 주겠다는 성인(?)들이 많다. 자기가 아는 비법을 푼 돈을 받고 가르쳐 줄 성인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비법은 공개하는 순간 비법이 되지 않으며 한 사람의 성공은 단순히 그대로 따라 한다고 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자신만의 비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비법을 알리지 않고 그냥 혼자 조용히 그 비법을 사용해서 돈을 벌고 있다. 따라서 돈을 받고 가르칠 수 있다는 그 모든 비법이라는 것들은 조금만 찾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방법일 확률이 아주 높다.

비법은 단순하다.

살을 빼는 비법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비법은 바로 이것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 다 알고 있지만 하지 못하는 것은 각각의 이유와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을 빼고 유지하는 사람들은 각각의 이유와 사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살을 뺀다. 주식 투자라고 다를까?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사서 장기간 들고 가면 된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물론 좋은 기업이 무엇이고 좋은 가격이 무엇이고 또 장기간이 얼마 정도인지는 공부해야 한다.

그럼 블로그는 어떨까? 비법은 역시 단순하다. 좋은 글을 꾸준히 쓰면 된다. 물론 좋은 글이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꾸준히는 얼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더 많이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비법은 단순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우리는 일의 누적 효과를 과소평가합니다 .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쓴다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일 하면 1년에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일관성.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 많은 일을 해내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해냅니다.”

폴 그레이엄

멘토가 있으면 좋다.

돈이 되는 분야는 어디건 책과 동영상이 차고 넘치기 마련이다. 이 두 곳도 비법이나 방법을 알려 주는 책과 동영상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물론 책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나보다 먼저 진입해서 돈을 버는 방법을 이미 알아 낸 사람들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 특히 앞에서 말한 사기꾼들을 잘 골라 내고, 좋은 책(영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려면 좋은 책과 영상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멘토를 찾고 멘토에게 직접 배우는 방법이다.

워런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 주식 투자하는 방법을 직접 배웠다. 그레이엄이 경영진으로 있는 회사가 궁금해서 대학생 신분으로 직접 가이코라는 회사에 무작정 찾아 가서 가이코 임원으로부터 보험업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걸쳐 배웠다. 좋은 글을 꾸준히 올리면서 블로그를 잘 운영하고 있는 사람을 안다면 직접 연락해서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책으로는 결코 배우지 못할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분산과 집중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도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는 잡블로그로 시작하느냐, 특정 분야만 다루는 전문블로그로 갈 거냐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주식 투자에서도 이와 똑같은 논란이 있는데, 바로 분산투자와 집중투자다. 소수의 종목에 집중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여러 종목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는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와 같은 문제다. 하나만 맞고 다른 하나가 틀리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좌우되는 문제다.

처음엔 여러 주제를 다루는 잡블로그로 시작하다가 트래픽이 많이 몰리고 자신이 글쓰기 편하고 좋아하는 주제로 특화해서 잘하는 블로거도 있고 처음부터 특정 분야만 전문적으로 하다가 자신의 관심 영역을 늘려 가며 잡블로그로 잘 키우는 블로거도 있다. 물론 초지일관 잡블로그든 전문블로그든 하나로 꾸준히 잘 키워 나가는 블로거도 있고 처음부터 두 개를 따로 따로 운영하는 블로거도 있다. 중요한 것는 얼마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느냐지 무슨 주제를 어떤 식으로 다루냐는 그에 비하면 작은 문제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한 블로그라면 먼저 무슨 주제를 어떤 식으로 다룰 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

소수가 독점한다.

블로그를 포함해 모든 미디어는 결국 권력의 법칙을 따른다. 소수의 창작자와 그들의 작품이나 글이 거의 모든 관심을 끌고 거의 모든 돈을 벌어 간다. 책, 영화, 게임, 음악, 언론… 그 어디를 둘러 봐도 소수가 부의 대부분을 가져 간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20%의 소수가 부의 80%를 가져 간다. 부의 불평등은 파레토 법칙보다 더 할 수도 있다. 상위 1%의 부자가 새롭게 창출되는 부의 63%를 가져가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그렇다면 상위 20%나 1%에 들지 못하면 포기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블로그는 롱테일 법칙이 통하는 세계다. 롱테일 법칙은 파레토 법칙과 반대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글을 꾸준히 블로그에 쓰면 80%의 사소한 다수가 사람들의 관심과 클릭을 유도해서 꾸준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주식 투자에도 이런 일들이 있다. 자신의 구매 아이디어와 전혀 상관없는 테마 바람에 올라 타 큰 수익을 주는 보물같은 주식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머니트리

복리가 작동한다.

아인슈타인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복리를 꼽았다. 주식 투자의 최대 장점은 복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빨리 이해하는 사람이 결국 주식 투자에서 돈을 벌게 된다. 버핏과 멍거가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블로그 운영에도 복리가 작동한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롱테일의 법칙이 작동하게 되고 이 매커니즘은 복리 작용을 하게 된다. 글과 글이 시너지를 일으키게 된다. 주식 투자와 블로그 모두 다 핵심은 복리다. 복리가 작동할 때 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다.

복리가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한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나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내가 가장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수익은 무엇인가?”가 될 것이다.

큰 꿈을 갖고 작게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저는 크게 성공한 사람들을 차별화하는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준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상상력을 확장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능력을 넘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까지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핀플루언서 모건 하우절의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는 주식투자와 블로그 운영의 비슷한 점에 대해서 나열했지만, 주식 투자에서도 블로그 운영에서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큰 꿈과 믿음을 갖고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