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또래 사람 중에서 드라마 모래시계를 안 본 사람이 있을까? 넷플릭스에 올라온 모래시계를 30년 만에 처음으로 보면서 왼쪽 상단에 표시된 날짜를 보니 1995년 1월 9일 방영된 것으로 적혀 있다. 그날은 약 한 달동안 합숙교육을 시작하는 날이었기에 모래시계가 방영되던 첫 달을 아예 TV를 볼 수 없던 곳에 있어 당시 귀가시계라고 불리면서 방영되는 시간엔 도로에 차가 없었단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은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가 됐다. 나중에 재방송이나 어찌어찌 보려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보진 않고 지금까지…SBS 콘텐츠가 이번에 넷플릭스에 풀리면서 30년이 지나 이제는 당시 내 나이랑 비슷해지는 아이와 함께 보게 됐다.
30년이 지나 보면서 느낀 점. 아무리 제6공화국 초반 문민정부 시절이라지만 당시 80년 광주를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하고 자료화면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드라마가 나왔다는 점에 놀랐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벌써 30년 전 드라마에서 그대로 묘사됐다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홍콩느와르식 조폭영화 아류인줄로만 알았었는데 내 선입견은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여지없이 깨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성훈, 조경환, 김영애, 김인문 같은 훌륭한 연기자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이정재, 조민수, 이승연, 김보성, 김정연, 홍경인, 손현주 같은 주연 배우들의 신인 시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발되기 전 정동진역 같은 90년대 중반 풍경과 당시 사람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보너스였지만 정의로운 검사나 사명감있는 기자 같은 지금은 거의 사라진 유물(?)을 보는 씁쓸함도 있었.
평균 시청률 46%에 위 장면이 들어가는 마지막 회 시청률이 무려 64.5%였다고 하니 이 드라마를 안 본 나같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듯..사진은 딱 봐도 지리산!! 95년 아님 96년인가 여름에 지리산 3박 4일 종주했던 기억도 난다..^^ 지리산 종주를 한 이유는 모래시계때문에 간 게 아니라 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보는 50명 남짓한 사람들 속에서 뜻밖에 아는 사람을 만났던 기억때문에 내겐 잊지 못할 산이다.
“이제 그만 보내줘.
어디로
어디든 여기 아닌데로
이 사람 이렇게 보내는 걸로 뭐가 해결됐어?
아직은 아무것도..
그런데 꼭 보내야 했어?
아직이라고 말했잖아. 아직은 몰라..
그럼 언제쯤이냐고 친구는 묻는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말라고.”
두 친구 중 한 사람은 계엄군으로 한 사람은 시민군으로 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 그리고 난 다음에 두 사람의 삶은 큰 변곡점을 맞는다. 주인공 내레이션처럼 ‘그 다음이 문제다 그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다시 비정상적인 계엄을 경험했다. 그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살 것인지 그걸 잊지말아야 한다.
제목이 모래시계인 이유는 드라마 중 혜린 아버지 윤회장(박근형)이 혜린(고현정)에게 엄마랑 해외 여행을 갔다가 엄마가 사면서 들려줬다는 대사에서 나온다 : “이거 봐. 뭔가 뜻이 있는 거 같지 않냐. 한쪽 모래가 다 떨어지면 끝나는 게 꼭 우리 삶 같아.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끝이 있는 법이지.”
저도 독한감기에 걸려 어제 하루 쉬었다 출근했습니다. 드라마 모래시계. 처음 들어간 대학교 도서관 시청각자료실에서 보다가 박상원이 맡은 검사역할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자퇴하고 법학과로 전공을 바꾸어 다시 진학했지요ㅎㅎ 와이프가 드라마 보는걸 좋아해서 작년 11월부터 모래시계를 다시보기 시작했는데 12월에 계엄선포가 있어서 이게 대체 먼일인가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진로를 바꾼 드라마이기도 했군요..^^ 이번 계엄을 보면서 80년대 냉전시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모래시계에 그런 정황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중국 자본들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 한다는 걸 변론서에 쓰는 걸 보니 상상 그 이상인것 같습니다. 이번 감기가 오래 가던데 몸 잘 챙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