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년 만에 반가운 분들을 만나 즐거운 만남을 갖고 헤어질 무렵 잠깐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언급된 동네 대기업이다. 이야기대로 현재 테슬라 보다 높은 성장에 수익도 더 좋은데 밸류는 더 싸다. 2019년에서 5년만에 엄청난 점프를 했다. 대체로 이런 움직임과 지도에서 이쪽에 위치한 기업들을 시장에서는 성장주라고 부른다. 이런 기업을 보면 자동으로 몇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높은 성장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높은 성장률이 계속 유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기간동안 가능할까. 여기서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을까. 이 기업은 지도에서 향후 어느 위치로 움직일까. 투자자는 이렇게 30%가 넘는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을 DCF로 계산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 이 기업의 미래 성장을 어느 수준의 확률과 정확도로 예측해야 할까. 이 기업을 망가뜨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10초 내재가치 계산기(84552)로 계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물론 가치 평가 특성상 가정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결과는 바뀔 수 있다. 디폴트된 성장률을 바꿔도 되지만 일단 예측기간을 조금 늘리고 평균 값을 현재 값으로만 바꿔보니 아래처럼 바뀐다. 어떤 가정과 어떤 확률로 어떤 범위를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앞서 던졌던 물음에 대한 투자자의 답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누가 어느 정도의 지식으로 얼마나 멀리까지 얼마의 확률로 예측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의 안전마진을 가지고 갈 것인가.
수익률을 중시하는 내 입장에선 점점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성장률도 지금 수준보단 내려올거니까 조금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간다. 현재 밸류도 내 기준에 조금은 비싸 보이고 내 스트라이크 존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도와 계산기로 짧게 둘러보고 느낀 점은 국내에 이런 기업들(1년 수익률 28%)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만나 뵌 분이 역시 헤어질 무렵 장기로 집중투자 하고 있는 기업 이름을 얘기 했는데 그 기업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 외 알고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지라 아무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내 툴로 그 기업을 잠깐 살펴 봤다. 나보다 투자를 잘 하시는 분이니 이런 수준의 이야기가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조금의 인사이트라도 얻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기업명은 빼고 내 인상만 짧게 기록해 둔다.
매출이 10년 평균 14%로 성장하고 있고 최근 5년 동안은 16%이상 성장하고 있다. 매출총이익률도 25% 수준인데 최근에 20%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있다. 영업이익률 평균이 20% 수준으로 국내기업들 기준으론 아주 좋은 숫자다. 다만 순이익률이 10년 평균 11.5%였는데 최근 순이익률이 4%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급감했다. 290%에 달하는 높은 부채비율 때문인데 그동안 부채에 대해 2%대의 낮은 이자율을 지급했지만 지난해 기준 대략적인 내 계산으로만 약 6%대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자발생부채를 1조라 가정하면 600억이 넘는 돈을 이자로 지불하게 된다. 영업이익 1,000억 이라고 가정하면 이익의 60%를 이자로 지불할 수도 있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업의 특성이지만 높은 부채비율로 인해 최근 고금리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대차 대조표는 자금의 출처와 수익의 질을 파악하는 데도 매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장기 고정금리 부채가 아닌 단기 변동금리 부채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손익계산서의 수익은 위험한 자금 조달 결정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져 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공격적인 회계 관행과 결합된 위험한 대차대조표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토드 콤스
5년동안 평균 현금흐름을 보면 그런 상황을 볼 수 있다. 역시 업의 특성이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이자와 CAPEX의 붉고 긴 기둥..최근 2년 동안 이자 기둥은 더 길어졌을 것이고 CAPEX는 조금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대규모 투자가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되는지 지켜봐야 할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거의 대부분이 이런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함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업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금리와 환율 변화나 에너지 가격변동, 그리고 정부의 정책변화에 의해 회사의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히 국내 투자는 미국 시장에 비해 변동성도 크고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다. 향후 금리가 조금이라도 내려가면(누가 알겠는가) 이익은 증가할 것이고 현재 배당수익률 4%대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기 투자자라면 높은 배당을 받으면서(지속성이 중요) 버텨야 할 때로 보인다. 물론 성향상 난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고 CAPEX투자를 이처럼 대규모로 계속 해야하는 기업은 FCF와 찍히는 순이익과 괴리가 커서 멀리하는 편이다. 이 기업도 FCF(위 그림의 운전자본 변동까지)는 5년 평균 마이너스다. 그것을 또 추가 부채 조달로 메꾸고 있다.
별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10초 내재가치 계산기(81553)로 계산한 결과 현재 내가 만든 럭키세븐보다 낮은 가격대로 수치로만 봐도 싼 수준이다. 찍히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좋지만 순이익과 FCF가 특히 안좋다. 투자자 자신이 좋은 기업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힘들겠지만 지금은 버티며 인내해야 하는 구간이다.
“금리에 대해, 버핏은 금리를 예측하는 건 자신의 게임이 아니라며 자신과 찰리 멍거 부회장은 내년에 금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금리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다. 단지 버핏은 현재 수준의 금리가 앞으로도 지속되고 법인세율도 오르지 않는다면 주식투자가 장기 채권투자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버핏은 내일 주식시장에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가끔씩 시장은 크게 하락하며 심지어 50% 이상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개별기업에만 집중하겠다는 투자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리의 방향성, 환율의 움직임, 석유나 천연가스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으로 거시지표를 주시하고 예측해야만 하는 기업 유형으로 현재 금리는 부정적, 환율은 조금 우호적, 에너지 가격은 중립 정도로 보인다. 물론 기업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각각 다를 것이다. 현재는 과거보다 높은 금리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훨씬 큰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내용들도 이미 다 알고 계시리라 본다. 기업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주마간산으로 이렇게 훑어 보는 나보다 훨씬 잘 아실테니 내 이야기는 단순 참고만 하시고 그저 본인의 판단을 믿고 버티시라는 위로의 말밖에.
추가) 집에 와서 뜯어 본 선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블로그 구독료라며 아무렇지 않은듯 건네 주셨지만 내겐 너무 과분한 선물인지라 블로그를 통해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함께 나눈 대화를 통해 저도 많은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훨씬 경험 많으신 분과 함께 오셔서 즐거운 대화를 갖도록 선물을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제 책과 지도 같은 툴들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 모처럼 즐겁게 투자 이야기를 나눴네요..^^ 향후 위 기업이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일 때, 축하주라도 한 잔 사드리며 축하해 드려야겠습니다. 서가 한 켠 제자리를 찾아 잘 모셔 놓고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겠습니다. 제 글을 애독해 주셔서 항상 고맙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만남 이후 일요일에 일어난 국가적 재난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미리 예약해 둔 글이라 개인적 감상을 담았지만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니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드는 시절입니다. 그럼에도 애도와 탄핵과 국민들의 일상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둡니다.
긴 휴가를 다녀와 이제사 댓글을 남깁니다. 페이팔 글에 새로운 분이 댓글 다신걸 보니 더이상 익명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성자이름을 남기는 칸이 추가되어야할까요ㅎㅎ
헤어질때 이야기 드린 기업을 분석해주시다니 그 와중에 기업의 핵심을 탁탁 짚으셔서 역시 선배님이다 하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해운업의 특성상 배가 아주 비싸 부채를 일으켜 사야합니다. 대신 배는 매각이 빠르게 가능한 자산이라 그냥 팔아버리면 부채가 사라지게 되긴 합니다.
높은 부채비율로 인한 위험성을 장기계약으로 방어하고, 이자율의 변동에 대해서도 헷지계약을 통해 중립적으로 유지하고 있는것이 최초의 투자집행시 매력포인트였는데, 2020~2025년을 쭉 지켜보니 장기계약으로 인해 호황기에 수익률이 제한되어 최근엔 단기계약도 추진하는 회사가 되었고, 이자율 헷지도 어느순간 노출로 바뀌어 고이율로 두드려 맞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회사도 계속 변화하는 생물체와 같구나, 계속 지켜봐야 하는구나 느끼게 되었네요.
최근 5년,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CAPEX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배값이 아주 쌀때 경영진이 크게 베팅하여 배를 많이 발주하였고 그 이후로 배값은 2배로 올라 결과적으론 잘한 의사결정이었긴 합니다. 이자율을 고정 안시킨 실책으로 인해 순이익단이 안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요. 대신 기능통화가 달러라 올해 4분기 실적은 아무 좋게 나오긴 하겠습니다.
지나고 와서 보니 해운업은 특정회사 자체의 경쟁력을 가지긴 어려운 범용재, 시크리컬 산업군이라는것인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특수선사업이라 관리노하우가 중요할거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그런 기계장치관리는 해운회사 인력의 노하우라기보단 특수선건조능력에 있는것이겠구요. 25년 이후로는 동일기능의 선박들이 많이 투입되어 운임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끝으로 이 회사의 경쟁력은 창업주이신 박종규 고문의 철학에 있다고 봅니다. 세습경영하지 않고 독립적인 이사회,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는 이익공유제 도입 등. 그런과정들을 보고 자란 직원들에게 기대하는바가 있네요.
적고보니 방어논리를 잔뜩 쓴거 같은 기분이지만, 오랜 투자기간동안 겨우 하나씩 잡히게된 지식들입니다. 그날 이야기 주셨던 리루의 말. 주식 시장은 나의 모호한 지식을 파고들고 시험한다는 이야기를 절실히 느낀 투자사례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좋은 수익내서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차피 이름을 쓴다해도 익명이랑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진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부채로 구매한 자산(=배)은 팔면 바로 감가상각을 감안해도 현금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면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겠지요. 핵심은 역시 부채 이자율과 자산의 수익률입니다. ROIC 5% 조금 넘는 수준에 6% 이자율이면 수익을 내기가 힘든 상황이 됩니다. 이자율이 내려가고 ROIC가 올라가면 상황은 좋아질 것입니다. 기업에 대한 세세한 내용은 저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시니 잘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국내 기업중에 시클리컬 아니고 범용재 아니고 대기업 하청 아니고 문제없는 대주주가 있는 기업을 찾긴 정말 어렵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