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이 농장을 예로 들어 내재가치 계산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나도 농장을 예로 들어 투자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볼 까 한다. 가치투자 1.0 가치투자 2.0 가치투자 3.0에 대한 이야기다. 가치투자 3.0 시대의 내재가치 계산법은 또 달라져야 한다. 투자는 정말 어렵다.
초기 버핏은 농장의 재배작물이나 생산량과 상관없이 그저 주변 시세에 비해 땅 가격이 싼 농장만 사들이는 투자를 했다. 일정 기간 가지고 있다가 농장 가격이 올라가면 즉시 팔고 다시 싼 농장을 찾아 구매하는 방법(가치투자 1.0)이었다. 하지만 곧 가격 정보가 널리 알려 지게 되자 이런 정보 우위는 곧 사라졌다. 그러자 버핏은 재배작물과 생산량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은 농장이나, 출하지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운송비용이 적게 드는 농장과 같이 남보다 경쟁력 있는 농장에 집중(가치투자 2.0)했다. 사람들이 반복 구매해서 수요가 이미 충분히 많은 농산물 중에서도 독점력을 유지하는 농장에 주력했다. 농장 가격이 가치에 거의 근접하거나 조금 비싸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구가 남획된 후 대구를 잡는 어부들과 같다. 그들은 대구를 많이 잡지는 못하지만 같은 바다에서 계속 낚시를 합니다. 이 모든 가치 투자자들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대구가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르죠.”
– 찰리 멍거
사과 농장을 예로 들어 보자. 농부가 열심히 노력해서 다른 사과 농장보다 수확량이 훨씬 많고 사과 품질도 뛰어나서 생산하자 마자 바로 팔리는 농장이 있다. 이익률도 타 농장 대비 훨신 높고 농장 주주들에게 이익을 모두 돌려 주고 있는 훌륭한 농장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농부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더이상 수확량이 늘지 않고 오히려 수확량이 줄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사과 재배 환경에 큰 변화가 왔다. 사람들도 더이상 사과를 찾지 않고 다른 과일들을 찾는 경향이 늘었다.
바로 옆에 새로 생긴 농장은 다르다. 농부가 별로 열심히 일하지 않고 노트북을 들고 왔다갔다 하는데도 훨씬 적은 인력으로 한 가지 종류로 특화된 게 아니라 여러가지 종류의 과일을 생산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배송한다. 고객 DB를 가지고 수요에 따라 생산 종류와 양, 그리고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 기후 변화에 상관없이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느라 초기 자금은 많이 들어갔지만 높은 수익률과 높은 성장으로 곧 BEP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가치투자 3.0).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환은 농업 노동자들에게 산업혁명의 출현이 가져다준 충격과 혼란만큼이나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실존적 불확실성의 잠재적 배경에서 과거의 행동 패턴이 철칙처럼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예측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며, 특히 그것이 과거의 변동성 측면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믿는 형태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그저 과거처럼 똑같이 예측하고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과거 데이터를 사용하여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항상 상황이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믿고 싶어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사용하여 미친 사건이 다시 일상화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지만, 이는 지속 불가능한 추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지속되는 세상에서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 모건 하우절
“가치투자 1.0에서 중요한 지표들은 가격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PER, PBR, DY 그리고 순현금 수준을 알 수 있는 NCAV 였다. 가치투자 2.0에서 중요한 지표들은 주주이익(FCF와 거의 같다), ROE(또는 ROIC) 그리고 해자(를 통한 가격결정력)라는 개념이 중요했다. 가치투자 3.0에서 중요한 지표들은 TAM(Total Addressable Market), 매출성장률, 그리고 /무/형/자/산을 고려한 ‘수익성지표’가 같은 것들이 있다.”
“가치투자 1.0에서는 재무상태표의 자산가치, 가치투자 2.0에서는 현재 현금흐름의 가치, 가치투자 3.0에서는 혁신을 통한 잠재적인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
물론 가치투자 3.0에서는 ‘10% 이상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의 경우’, 영구성장률을 GDP성장에 맞춰 3% 이하로 고정하는 방식의 DCF(현금흐름할인)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이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어떤 의미 있는 방식으로도 고민하거나 내재가치를 분석할 수 없다면 어떨까? 그런 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고 그저 과거의 방식만을 고수해야 할까? 멍거의 말처럼 대구가 없는 바다에서 대구만 마냥 기다려야 할까?
우리를 둘러싼 환경 변화 중엔 이런 것도 있다. 바로 인덱스 펀드의 급속한 증가! 물론 여기엔 존경하는 버핏의 영향도 컸다.
“예전에는 수익의 15배에 우량 기업을 살 수 있었습니다. 불황이 아닌 정상적인 시기에는 S&P 500 지수를 수익의 15배에 살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닷컴 버블 이전,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이 인플레이션 조정 수익의 25배에 거래된 경우는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바로 20년대 투기 광풍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고, 그 후 주식 시장 폭락과 대공황이 이어졌습니다. 90년대 후반에도 비슷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반복되었습니다. 주가수익비율로 측정한 지난 20년 동안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26배로, 이전의 광풍이 새로운 정상 상태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높은 밸류에이션은 계속 유지될까요?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확실하게 짚어낼 수 없습니다. 과거보다 높은 멀티플이 시장을 이끄는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많이 언급되는 한 가지 원인은 인덱스 펀드로의 자금 유입입니다.
“매달 401k에 돈을 불입할 때 실제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저축을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투자하고 계신가요?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이미 번 돈을 위험에 빠뜨리는 데 관심이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과 가치 하락으로 인해 돈을 잃을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돈 대신 S&P 500에 자산을 저축하고 있다면 이는 주식 시장에 금전적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뜻입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월급을 받을 때마다 엄청난 자금이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4분기 말 기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10조 5,6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 돈이 적극적으로 운용되는 뮤추얼 펀드에 들어가든 인덱스 펀드에 들어가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이 2주에 한 번씩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주식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식으로 유입되는 돈의 거의 절반이 가치 평가 분석이 아닌 인덱스에 의해 결정될 때, 주식 가격은 쉽게 회사 가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수동적 투자가 가격 모멘텀을 가속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결합하면 주식은 고가와 저가 모두에서 공정 가치에서 빠르게 분리될 수 있고,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이런 시장의 비효율성(?)이 또다른 기회를 만들수도 있다.
그래서 내 생각, 직접 종목을 고를 자신은 없고 10% 정도의 목표수익률로 S&P500 인덱스를 수동적으로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는 S&P500 equal weight 인덱스를 고려해 보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