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 PER

실러 PER 라는 개념이 있다. PER를 설명할 때 이야기했지만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인데 시가총액이야 즉시 확인가능하지만 이익은 통상 1년 이익을 사용한다. 과거 마지막 해의 1년 이익을 사용하기도 하고 최근 12개월(TTM) 이익을 사용하기도 하고 향후 12개월 이익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익의 몇 배? 로 간단하게 밸류에이션 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도 하지만 이익의 변동성이 큰 시클리컬 산업의 경우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되기도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을 보면 이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몇 년치 이익의 평균을 사용해서 PER를 계산하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가 이 개념을 빌려 S&P 500지수와 주당 순이익 10년 평균값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을 만들었다. 이를 실러 PER라고 하며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 Cyclically-Adjusted Price Earnings Ratio)라고 부른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비율이 낮을수록 미래 수익률이 높고, 비율이 높을수록 예상되는 미래 수익률이 낮아진다고 본다.

실러PER

현재 미국 시장이 비싸다고 할 때, S&P500 PER와 함께 실러 PER도 같이 언급되는 경우가 많고 현재 위 그림과 같이 37.58로 과거 평균 17.19와 비교하지 않아도 1929년 대공황때 보다 높고 2000년 IT버블때보단 낮지만 아주 높은 구간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 재밌는 글을 하나 읽었는데 지금보다 7년 전인 2018년 당시 실러 PER 32를 넘었을 때 전문가들 거의 대부분은 향후 주식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주된 근거는 아래 그래프로 기간을 20년으로 늘릴수록 분산이 좁아지면서 예측력이 높아진다고 봤다. 12개국의 회귀분석을 통해 CAPE가 1% 증가할 때마다 향후 10년간의 연간 수익률이 8베이시스포인트(bps) 감소하는 기울기를 구했다.

실러PER과 미래 수익률 상관관계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 후 7년이 지난 지금 S&P500은 두 배 성장(수익률 120%)했다. 아래처럼 33배에서 시작하는 CAPE 중 가장 높은 7년 성과를 냈다.

최근 7년 S&P500 수익률

2018년 당시에도 CAPE 무용론을 주장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러미 시겔 교수, GMO의 Jeremy Grantham과 Ritholtz Wealth Management의 CIO, Michael Batnick이다. 하지만 그들조차 향후 7년 동안 이렇게 높은 수익율을 보일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어쨌든 당시 그들의 주요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주당순이익(EPS) 성장의 구조적 변화 둘째, 인구통계상 은퇴연령에 접근하는 직장인들의 급증 셋째, 낮은 실질이자율 넷째, 낮은 금융 자산의 변동성과 거시경제 변동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었다. 향후 EPS증가에 회의적이었고 순환적으로 평균회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EPS 성장률 추세

다음과 같은 논리로 CAPE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첫째, 미래의 높은 EPS 성장을 뒷받침하는 주장은 다소 약하다. EPS 성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으며, 최근의 역사를 외삽하여 미래를 추정하는 것은 미래 성장을 예측하는 끔찍한 방법이다. 둘째, 수익 측정의 부정확성과 관련된 주장은 대안적 측정이 문제에 덜 취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셋째, 할인율의 변화로 인한 더 높은 CAPE 비율에 대한 주장도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매우 낮은 거시경제 변동성은 높은 균형 CAPE 비율을 의미하지만, 약 23에 불과하다. 현재 CAPE 비율은 40% 더 높다. 더 중요한 것은, 더 높은 균형 CAPE 비율을 이끄는 낮은 할인율은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낮아져 미래 수익률이 낮아지고, 가치 평가가 역사적 기준으로 회귀하면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되는 노동력 인구통계와 산업별 독점화 경향, 그에 따른 혁신의 둔화로 인해 향후 EPS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의 견해로는 최근 미국 기업 이익 증가 추세는 이미 끝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십 년 동안 변함없는 실질 임금이 노동자들의 반발 없이 계속 정체될 수 있을까요? 세계 무역과 이민을 억제하고 재분배를 촉진할 수 있는 포퓰리즘 압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모든 힘은 GDP의 일부로서 이익의 최근 성장을 멈추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역풍을 나타냅니다.”

“각 국가 내의 CAPE가 해당 시장 수익률의 강력한 예측 요인임을 보여주지만, 각 국가마다 CAPE의 균형 수준이 다릅니다. 캐나다가 20배, 독일이 19배, 영국이 14배의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을 때, 특히 이 세 시장이 모두 각각의 역사적 CAPE 기준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고 미국이 그렇지 않을 때, 미국에서 수익 1달러당 32달러를 지불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1871년 이후 실질 EPS 추세 성장률은 1.5%였습니다. 역대 최고 수익에서 GDP의 일부로 이보다 더 많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배당 수익률이 2.0%인 경우 10년 후의 평가 수준이 정확히 오늘날과 같은 수준이라면 실질 수익률(수익률 + 성장)은 3.5%입니다. 현재 평가 수준에서 PE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 향후 10년 동안의 최대 수익률은 3.5%입니다. 23의 값으로 평균 회귀하면 연간 30bp의 미미한 수익률이 발생하는 반면 역사적 평균 CAPE 비율 16.6으로 회귀하면 연간 -2.8%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CAPE 두려움: CAPE 반대론자들이 틀린 이유, 2018

최근 CAPE 반대론자 중 한 명이었던 Michael Batnick이 과거 7년을 복기하면서 다시 한번 달라진 투자 환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째, 1929년에는 CAPE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90년대 후반에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금융 시장에서 데이터가 발견되면서 그 본질이 바뀌었습니다. 시장은 물리 법칙에 따라 지배되지 않습니다. 시장은 살아 있습니다. 마치 미생물처럼 적응하고 진화하며 조정합니다. 둘째, CAPE 비율은 1980년대 이후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해 왔습니다.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오늘날의 회사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시장이 CAPE가 한 자릿수였던 1980년대와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S&P 500의 약 60%가 제조업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15%입니다. 마진이 더 높고 해자가 더 큰 기술 회사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동일한 사업이 아니며, 투자자들이 그들을 그렇게 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10대기업 FCF 마진 추이

그리고 2018년에도 그랬듯이 미래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주가수익비율이 무려 37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번에는 진심입니다.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세요. 제가 또 틀렸다면 다행이죠. 제가 맞다면 적어도 실망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닙니다. 맞는 말 같네요.”
– Michael Batnick

“The Market Can Remain Irrational Longer Than You Can Remain Solvent”
– 케인스

끝으로 전문가들이 따로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언제나 강조했듯 인덱스 펀드(테리 스미스가 강조했듯 인덱스 펀드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모멘텀 투자)의 증가 역시 투자 환경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덱스 펀드의 증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가치 투자 3.0과 관련이 있어 길게 가져왔다. 여전히 망치만 손에 쥔 채, 못만 찾아 다니지 않는가. 아니면 모든걸 못으로만 보고 있는지도..

추가) 하워드 막스의 최근 메모 “버블에 대하여”에서 위에서 인용한 그림과 비슷한 그림을 올렸기에 추가한다. 1988년부터 2014년 말까지 매월 정사각형을 표시한 것인데 당시 S&P500 포워드 PER 배수와 이후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을 보여준다. 즉 투자를 시작할 때 밸류에이션이 높으면 향후 10년 수익률이 낮아진다. 과거 27년의 결과로 예상해 보면, 지금 현재 포워드 PER 22 수준이면 향후 10년 연평균 기대수익률은 +2%에서 -2% 사이였다.

S&P500 PER와 향후 10년 수익

물론 과거가 미래를 정확하게 설명하진 못한다. 하워드 막스도 메모의 마지막에 반론을 싣고 있다. 1) S&P500 지수의 PER 배수가 높긴 하지만 미친 수준은 아니다. 2) M7은 엄청난 기업이기 때문에 높은 PER 배수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3) ‘너무 높은 가격은 없다’라는 말은 들여오지 않는다. 4) 시장이 고평가되어 있고 거품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과열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간에 최근 7년 수익률이 아웃라이어였던 것처럼 2014년까지의 결과를 2024년까지 기간으로 늘린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에서 가장 비싼 말은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라는 말이라고 존 템플턴 옹이 말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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