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가

제법 긴 시간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면서 직접 주식 투자를 했고, 비록 큰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긴 시간동안 잃지 않는 투자를 하면서 직접 공부하고 경험한 걸로 투자에 관한 책까지 썼으면서 왜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2년 전 2022년 이맘때 그동안 경험하고 공부했던 지식을 바탕으로 재무제표를 좀 더 쉽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세계 여러 기업의 10년치 재무제표를 요리조리 살펴봤던 적이 있었다. 2년 전에 있었던 일은 당시 사용하던 SNS에 그대로 적혀 있고 여기에선 1년 전에 그 일에 대해서 짧게 언급한 글이 하나 있다. 2022년 이맘때, 오로지 재무제표 분석만으로 30개 넘는 기업을 찾아서 리스트에 올려 두고 지켜 본 2023년까지 1년 수익률이 약 10% 정도였고, 거기서 좋아보이는 몇 개 기업을 발견하는대로 추가해서 현재는 45개 기업이 됐다. 여기에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 기업도 포함돼 있다. 평균 보유기간이 670일 정도 되고 현재 누적 수익률은 45%를 넘는다. 2년 동안 연평균 20%가 넘는 아주 좋은 수익률이다.

최근 2년 수익률


그림은 최근 2년 시장수익률이다. 나스닥 77%, 내가 지수로 생각하고 책에서도 강력(?) 추천한 버크셔 해서웨이 69%, S&P500 63%, 다우 43%, 우리나라 코스피 17%, 코스닥 9% 순이다. 내가 수 만개의 기업 중에서 시간 되는대로 재무제표를 살피고 공부해서 엄선한 45개 기업의 2년 정도 기간 수익률이 다우지수를 조금 앞서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시간 지평을 늘린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난 2년의 결과를 놓고 보면 내 실력이란 게 이 정도 수준이다. 만약 전업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고민할 필요없이 자신의 수익률을 대표 지수와 비교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최근 5년 동안 자신의 수익률이 S&P500 수익률을 뛰어 넘었는가.

최근 5년 수익률


2020년 책을 쓸 때의 생각이나 지금 2024년 현재의 생각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나를 포함해서 본업이 따로 있는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은 직접 투자보단 지수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2020년에도 강조했지만 우리나라 지수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에 달러 형태로도 반드시 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 이는 내가 그렇게 했듯 미국 시장과 우리나라 시장의 과거 연평균 수익률을 비교, 분석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아주 단순한 결과다. 물론 시간이 많고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부을 열정이 많은 전문투자자들은 또 다른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서 적절한 목표는 가장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교한 사상가들은 수익과 위험 간의 최상의 관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는 것을 지적으로든 직관적으로든 이해합니다 . 후자의 명령을 따르면 기대 수익이 위험을 보상하기에 충분한 자산으로 이어지고, 따라서 매력적인 위험 조정 수익의 잠재력이 있는 포트폴리오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의 절대적 위험 수준은 위에서 설명한 자산 배분 과정이나 우수한 위험 조정 수익률에 대한 탐색의 무의식적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적 위험 수준은 의식적으로 타겟팅되어야 합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투자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이 잘 보상되어야 하며 원하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합니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합니다.”

– 하워드 막스

그럼 나는 왜 투자관련 글을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고 있는가. 메인은 간접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주 소액으로 여전히 직접 투자도 하고 있다. 공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재무제표 분석을 자동화하고 기업 가치평가하는 작업도 재밌고 그걸 바탕으로 소액투자를 하는 것도 재밌고, 결과를 이렇게 지수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고 또 그것을 이렇게 블로그에 글로 남기는 것도 재밌기 때문이다. 내가 걸은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후배(?)에게 내 글이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재밌고 좋을 것이다. 거액을 직접 투자해서 손익에 따라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일련의 일들이 적성에도 맞으면서 본인에게 재밌는 사람들이 있고 또 나처럼 이런 일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남의 돈을 운용하거나 큰 돈을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본 결과, 나랑은 그릇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내가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버핏이 될 수 없다면 버핏 같은 사람을 찾아 그에게 돈을 맡기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굳이 내가 다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버핏이 태어나기엔 너무나도 척박한 시장이다. 그게 내가 최근 5년동안 간접 투자를 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은 결과다. 내겐 버크셔 해서웨이 수익률이 1등이었다. 물론,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을 포함한 다른 사람의 미래 예측 능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고, 대신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해야 합니다.”
– 세스 클라만

경험해본 바, 기업 분석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잘 분석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가치를 계산하면 포트폴리오 구축비용이 인덱스의 비용 비율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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