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좋아하는 투자자 테리 스미스 연례 주주서한을 꼼꼼히 읽었다. 매년 읽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항상 똑같은 포맷으로 글을 쓴다. 먼저 펀드의 수익률을 벤치마크와 함께 비교한다. 2024년 +8.9%로 벤치마크 MSCI World Index(+20.8%)보다 못한 수익률이다. 2010년 부터 14년간 연평균 14.8% 수익률이다. 누군가에겐 겨우? 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5년에 더블이 되는 숫자로 내 눈엔 대단한 수익률이다. 초기에 1억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내년에 약 8억이 되는 숫자다. 복리는 이렇게 작동한다. 16, 32, 64, 128…
수익률 다음엔 2024년에 가장 실적이 안좋았던 종목에 대해 리뷰하고 가장 실적이 좋았던 종목에 대해 리뷰한다. 순서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펀드매니저라면 자기가 제일 잘했던 것을 먼저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테리 스미스는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은 아픈 부분을 먼저 공개한다. 로레알과 IDEXX, 그리고 나이키가 가장 아픈 부분이었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와 필립 모리스가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그 다음엔 매도 종목과 신규 편입 종목에 대한 코멘트가 있다. 테리 스미스의 투자 철학은 단순하다. “좋은 기업을(Buy Good company)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사고(Don’t overpay) 아무것도 하지 마라(Do nothing).” 그래서 다른 펀드에 비해 회전률이 아주 낮은 편이다. 2024년 3.2% 회전율..ㅋ
좋은 기업인가? 에 대한 기준도 심플하다. 아래 다섯가지 지표를 보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는 ROCE다. ROCE는 ROIC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넓은 개념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ROIC와 달리 계산식의 분모에 장기부채가 포함(Capital Employed = Debt + Equity – Current liabilities)되기 때문에 회사 경영진이 어떻게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다. Cash Conversion은 나도 즐겨 보는 지표로 FCF/순이익(투자가 증가하면 낮아진다)이고 마지막 Interest Cover는 이자보상배율로 영업이익/이자비용이다.
이 표 제일 오른쪽에 우리나라 코스피200 숫자들을 적어 놓고 비교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 대충 기억나는 영업이익률이 우리나라는 7~8% 수준인 걸로 알고 있고 Cash Conversion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특히 낮은 지표인지라 50%가 될지 모르겠다.
전부 혹은 일부라도 매도 종목엔 3기업(Diageo, McCormick, 그리고 애플)이고 각각의 매도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신규 매수 종목으로는 Atlas Copco(스웨덴)와 이전에 포스팅했던 반도체 기업 Texas Instruments 2종목을 언급하고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 투자 전략 지도를 다시 한번 찾아 봤다. 향후 EV증가에 따른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성장가능성과 미국 본토로 반도체 제조업을 다시 가져 오는 것(Onshoring)을 좋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관건은 역시 성장률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AI산업에 대한 견해를 짧게 밝히고 인덱스 펀드의 증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끝을 맺는다. 주주서한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가 딱 들어있다. 테리 스미스의 펀드 역시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지만 일관된 투자 철학을 가지고 가치 투자 3.0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는 몇 안되는 투자자라서 개인적으로 특히 관심있게 지켜 보고 있다.
개인 투자자라도 새해가 지나 맞이하는 이맘때 주말에 테리 스미스처럼 자신의 지난 해 투자를 복기해 보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의 가장 잘못한 부분과 잘한 부분을 따져 보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숫자들을 리뷰하면서 생각이 틀린 부분이 있는지 체크해 보는 작업을 꼭 해보길 바란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배우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 인생에서 성공하는 열쇠는 잘 실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과 같이 실수에 대해 수행하는 작업이 흥미롭습니다. 그것에 대해 조금 알려주세요. 무엇이 당신을 그 이해로 이끌었습니까?
레이 달리오 : 시장입니다. 알다시피, 하지만 내 말은, 고통이 위대한 선생님인 것처럼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통과 성찰이 진보와 같다는 것을 배웠고,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장은 겸손을 가르쳐줍니다. 공격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방어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배운 것은 제가 인생에서 어떤 성공을 거두든 제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처리하는 방법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수를 하고 그것을 반성하는 것, 그것이 배우는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