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시간의 지하철

오전시간의 지하철은 좀 나른한 면이 있다. 앉아있는 사람들은 졸거나 다소 풀린 눈으로 마땅히 시선 둘 곳을 찾지못해 밑을 보는 경우가 많고 서있는 사람들은 그저 멍하니 밖을 보고 있다. 한때 지하철 창밖으로 광고를 하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요즘은 통 못본거 같다. 둘러보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이 있다. 책을 읽으려다가 덮었다. 이상하게 요즘엔 책에 집중이 안되는데 게다가 들고간 책이 그리 말랑말랑하지 않은 책인지라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여유가 있는 시간대라 그런지 상인들이 자주 보인다. 한 아주머니는 복대를 들고 다니시면서 파는데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더구나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말도 잘 못하고 시선조차 사람들에게 두지 못하고 있다. 역시나 하나도 팔지 못하고 다음칸으로 이동한다. 조금 있다가는 휠체어를 타고 종이와 칫솔을 돌린다. 앉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하나씩 무릎위에 놓고 지나간다. 이럴땐 서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편하다. 역시나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뭐 이런일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란 투로 여전히 신문이며,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고,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건너편의 한 아가씨가 지갑을 뒤적거린다. 그 행동으로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볼이 조금 불그스레해지면서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곤 역시 먼산을 쳐다본다. 조금 있다가 그 아가씨에게 다가온 장애인은 가볍게 목례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내성적인지 몰라도 건너편 아가씨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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